새끼 고양이를 주웠습니다.

믓믓시엘 작성일 18.06.11 10: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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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점심 무렵 아내와 함께 뭉치(반려견) 산책도 시킬 겸 함께 동네 마트를 다녀오는데

아파트에 주차된 차들 사이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유력한 용의자(?) 차량 한 대가 있는데 엎드려 보니 차 밑 바닥에는 보이지 않아서

좀 더 가까이 가서 소리가 나는 우측 앞바퀴 옆에 엎드려 보니 어떻게 올라갔는지 차체 하부 바닥(?) 안쪽에

눈도 안뜨고 열심히 울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 봤을 때 '눈을 왜 감고 있지? 앞을 못보나?' 하고 생각했는데 팔을 뻗으면 겨우 닿을까 한 거리였습니다.

언제부터 차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온 몸에 차 기름때가 뭍어 꼬질꼬질 했습니다.

일단 다시 물러나서 좀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어미가 주변에 있나 엎나 살폈는데 발견은 못하고..


어떻게 해야하나...

차 밑에서 꺼내서 담벼락 수풀 사이에 두고 갈까...

손 댓다고 어미가 안데리고 가면 어쩌지..

그냥갈까...

그냥 갔다가 차주가 모르고 그냥 출발하면 어쩌나...

그렇다고 꺼낸 후에는 어떻게 하나...


다시 다가가서 엎드려 보니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는 돌리는데 눈은 여전히 감고 있고..그새 눈곱이 끼었더군요.

결국, 혼자서 땅바닥으로 내려 올 수 있을거 같진 않아서 꺼내기로 결정하고 차주분께 연락해서 상황 설명 드리니

내려오시더군요. 보닛을 열줄 모르셔서 제가 열어드리고 ;


긴 나무가지를 구해서 요리조리 방향을 유도하는데 이녀석 나무가지를 붙잡고 엔진쪽으로 타고 올라옵니다 ;;

다시 살살 내려보내고 여차저차해서 꼬리를 잡았는데 위기에서 나온 본능인지 잡고 버티는 힘이 어마어마 합니다.

다칠까봐 막 당기지도 못하겠고 다른 손으로 뒷다리랑 배를 받쳐 살살 들어올려 꺼냈습니다.

 

차주분도 곧 외출할 계획이었다고 큰일 날 뻔 했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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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에선 사진 방향이 제대로 나오는데 여기선 방향 조절 방법을 모르겠네요 ;;

씻기고 말릴 때 까지는 덜덜 떨던 녀석이 담요로 감싸서 안고있으니 곧 잠들었습니다.


병원 데리고 가니 '허피스' 라고, 지금은 어리고 스트레스 받을까 다른 검사를 하진 못하고

항생제 주사 한 대 맞고 안약, 연고 처방 받았습니다. 한 달 쯤 뒤에 보자고 하시네요.

다만 이때 새끼들은 잘지내다가 급사 하는 경우도 있다고.. 


병원 나와서 바로 팻샵 가서 사료, 모래, 장난감 사고 담요에 안은채로 아내랑 사전투표 하고 집에와서 작은방에

침대랑 화장실 만들어 주고 온열기 켜주고...

뭉치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아내랑 각방을 쓰고 첫날밤을 보냈는데 첫 쉬야를 침낭과 제 반바지 위에 걸쳐서

하더니 침대를 탈출 할 때 마다 화장실에 올려주니 어느순간 화장실에 쉬야를 성공했네요.


둘 째날 부터는 밥도 더 잘먹고 눈도 훨씬 깨끗해 졌습니다. 쉬야 실수 한 번 더 하고 (아내 옷에다가 ㅎ)

어제 밤에는 첫 응가도 화장실에서 했네요 ㅎㅎ (아내가 직접 봤는데 기특하다고 난리 ㅎ)


이제는 제법 장난도 치고 돌아다닙니다. 엄마품이 그리운지 졸리면 사람에게 자꾸 달라붙어 자려고 하고..

그래도 뭉치가 사교성이 없고(산책 나가서 다른 4발 동물 보면 깡패로 변신) 공격 성향이 약간 보여서

격리는 시켜놓고 있습니다.  

 


이제 집사만 구하면 되는데 길고양이에게 선택된 집사인 아내의 친구가 둘째를 생각중이라고 해서 어필 중입니다.

아내도 어릴적 주운 길고양이를 17년간 키웠었는데 이 꼬맹이 입양 보내고 나면 섭섭하겠다고..


구해온게 잘한일인지 아닌지...차주가 나가기 전에 어미가 돌아 올 수 있었을지...이런저런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대구나 경산 쪽에 입양 생각하시는 분 계시면 쪽지주세요. 저는 대구 수성구에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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