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점심 식사를 위해 길을 가던 중, 웬 고양이가 계속 울고 있더군요. 초가을이라 번식기이기도 하니 그러는 듯 다녔는데...
3일째가 되어도 같은 자리 같은 곳에서 계속 소리가 나는 겁니다.. 소리는 더 작아져서 앵앵 거리다군요.
이상하다 싶어서 풀섶을 뒤졌더니... 하마터면 밟을 뻔 했습니다. 쥐방울 만한 녀석이 혼자서 울고 있더군요.
어미가 보살피는 녀석이라면 혼자두지 않고 다른 새끼들이라도 있을텐데...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상태를 보니 꼬리는 휘어있고 비쩍 말라 자칫하면 얼마안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라 모르겠다 싶어 안고는 사무실로 일단 왔습니다.
얼마나 굶었던지 처음엔 먹일 것도 없어서 우유라도 살짝 줬더니 이 녀석도 어떻게 먹을지를 몰라 허둥지둥 하더군요.
눈도 못뜬 것으로봐서는 태어난지 닷새도 안된 것 같더라구요.
얼른 동물병원에가서 뭐 먹여야하는지 물어보고 소란을 피웠지요(병원 분들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듯 쳐다보시더군요 ㅋ).
다행히 주변 애견센터에서 고양이용 우유와 우유통을 구해 사무실과 집을 함께 출퇴근하면서 전전긍긍하면서 키웠습니다.
똥을 얼마나 자주 싸는지 박스와 수건에 다 묻히고 냄새는 물론이고 얼마나 자주 먹고 싶어하는지 일을 못할 정도로 아옹아옹 거리더군요.
새끼라 체온 조절도 안되서 온수물을 컵에 떠다가 옆에 두고 수건으로 덮기도하며 난리도 아니였지요... 일도 제대로 못하구요 ㅋ
이때는 그래도 눈을 떳을 때입니다. 나름 불쌍한 티를 벗었지요.(처음 발견 당시 일주일간의 모습은 사진찍을 여유도 없을 정도의 상황이라 인증사진이 없네요^^)
이 모습은 제가 집에 데려와서 신발통으로 집을 만들고 키우던 모습입니다.
조금씩 고양이 자세가 나오기 시작하지요?
이가 나는 것도 있고 하니 근질거리는지 신발통집 문을 아주 그냥 두지를 않더군요.
어미품이 그리운 듯한 불쌍한 모습입니다T_T
생후 5개월이 넘어서니 슬슬 수컷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하더군요. 어딘가 비벼대기도 하고 우는 소리가 영 이상하죠?(고양이 키워보신 분들은 그 소리 아실겁니다) 얼른 병원에 가서 잘라줬습니다. ㅋ
제법 크니 가르쳐주지 않아도 높은 곳을 오르는 것을 즐기며 집안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휘젖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올라갔는지 신발장은 물론이고 냉장고 위에도 올라갑니다.
이젠 집안이 좁아진 듯, 가끔씩 창밖을 보며 뭔가 동경하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그러는 모습에 이젠 놓아줘야하나 싶기도 하고... 놓아주면 혼자 살 수나 있나 슬슬 고민되더군요.
고양이는 역시 야성을 가진 넘이라 밖에서 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 저희 본가가 마당이 있는 집이라 그곳에서 살게하면 어떨가 싶은 묘안이 떠오르더군요.
실천하기 위해 며칠동안 고양이를 본가에 데려다가 분위기 적응을 시켰습니다. 첫날은 흙의 느낌이 방바닥과 다른지라 밟기를 주저하더군요. 억지로 땅에 놓아도 걷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기를 몇차례... 슬슬 조금씩 움직이면서 발바닥에 흙 묻으면 혀로 핥아가면서 깔끔 떨더군요.
그래봤자죠... 흙은 계속 묻을 거니간요. ㅎㅎ 결국 위 사진처럼 적응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시는데... 말썽꾸러기가 생겨버렸습니다. 어머니의 근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는데... 아니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이건 제가 생각치 못한 실수였습니다.T_T
온사방 정원의 꽃들을 물고 빨다가 어머니께 혼나는 천덕꾸러기랍니다.
여기까지가 우리 고양이 행복이의 7개월간 적응기였습니다.
참고로 행복이는 이제 1년 6개월째 입니다.
근무시간도 지나고 해서 시간되면 다음에 1년간의 파란만장한 본가생활을 올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