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길고양이의 인간 적응기 3편입니다.
2편으로 끝내고 싶었는데, 용량문제로 한번에 업로드 할 수 없어 3편이나 쓰게 되었네요...
[이 녀석의 생김새는 포인트가 두가지 있습니다. 코와 입사이 노랑점이 한쪽만 있는 것과 꼬리가 마술지팡이처럼 휘어있다는 겁니다.]
할아버지네 고양이가 되고나서는 어느정도 더 성장해서 거의 체형이 성묘가 다 되어가더군요. 사람으로 치면 이제 중2 쯤 되지 않았을까요? ㅎㅎ
그런 몸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중2병은 없는지 아직까지도 어렸을 때 트라우마에 잡혀서 주변 길고양이들한테 줘터진답니다.
대신 할아버지가 옆에 있을 때, 길고양이들과 마주치면 엄청 강해집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협공을 할 수 있거든요.
할아버지도 그 같은 상황을 자주 접하다보니, 고양이와 함께 있다가 '하~악~'하는 소리만 나면 주변에 벌써 나쁜 고양이들이 왔다는 것을 알아채신답니다.
할아버지가 주변에 돌맹이를 들고 위협해주면, 자신이 무슨 호랑이라도 된 것처럼 괴롭혔던 고양이들을 쫒아가서 의기양양하게 후달굽니다.
물론 할아버지가 옆에 없으면 길고양이들한테 줘터질까봐 조용히 몸사린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할아버지 기쁘게 해주려고 각종 벌레들은 물론이고 냇가에서 가재도 잡아다가 문앞에 바치기도 합니다.
세상에... 저도 30년 전에나 보고 마을에서 멸종된 줄만 알았었는데, 가재를 문 앞에서 발견하고는 너무 신기하고 놀랐습니다.
어느 정도 성묘가 되어가면서 창문에서 나와 마당에서 자리잡게 되었는데, 다른 길고양이들의 습격은 밤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길고양이들의 입장에서는 자기들끼리 잘 지내는 영역에 낯선 불청객의 등장이 좋을리가 없겠지요.
밤중에 고양이 소리가 크게 들리면, 할아버지는 주무시다 말고 뛰쳐나와야하는 살짝 번거로운 임무가 생기신 겁니다.
아니 어느 순간 정이 들어 저보다 더 애착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ㅎㅎ
전 뭐... 이제 홀가분해졌습니다만...
암튼 길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이유가 뭐 있겠어요? 뻔하잖아요... 밥먹으려고... 길가에서 구할 수 있는 식량은 한계가 있으니깐요.
우리 고양이 주려고 했던 사료들이 이 친구들 소행으로 자주 도난당합니다. ㅋ
할아버지는 안빼앗기려고 뚜껑을 닫아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동네 길고양이가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되거든요. ㅎㅎ
그래봤자 먹을 땐 열어야하니, 우리 고양이는 착해서...? 약해서인지 몰라도 자주 빼앗깁니다. ㅎㅎ
[동네 길고양이가 우리 고양이사료 훔쳐먹다가 창문을 통해 저한테 도촬 당하는 모습]
동네 불량 길고양이와 관련해서 심지어 하루는 황당한 일이 있었어요.
야외에서 생활하면 4계절을 느껴서 좋긴한데, 혹독한 계절도 있습니다. 바로 겨울이지요.
저도 이게 제일 걱정되어 이미 초가을부터 강아지 전기장판을 사두었습니다.
비록 귀X라미 보일러는 아니지만, 고양이집에 깔아두고 뜨끈한 겨울울 날 수 있게 말입니다. 히히~
그런데 전기장판이 플라스틱 계열이라 24시간 전기를 틀수도 없는 상황에 전기가 안들어가면 바닥이 너무 차가워지는 제품이더라구요. 이런~
이때 할아버지의 아이디어가 기가 막혔습니다. 꼭 동물장판으로 해야하나... '자부동 써야지 자부동...' 컥... 전기방석을 어디서 구해오셨는데, 기가막히게 딱 맞더군요.
하하~ 우리 고양이는 이제 겨울밤에는 전기장판 사용하는 귀족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어느날 할아버지가 보니 고양이가 그~ 추운 겨울인데도 집에 안들어가고 눈밭에 앉아있더라는 겁니다.
"이녀석아~ 이렇게 추운데 왜 나와있어~ 얼른 들어가!"하고는 고양이집 앞에 다가서는데 고양이집 안에서 뭔가 시커먼게 후닥딱 하고 뛰쳐나오더랍니다.
동네 힘 좀 쓰는 길고양이가 와서는 자기가 떡하니 전기장판집에 들어가고는 주인 고양이를 밖으로 내몰았던거더라구요. 완전 냥아치 고양이죠~ ㅎㅎ
할아버지 분노 폭발 했지만, 이미 도망가서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울 고양이를 집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이녀석이 안들어 가더랍니다.
냥아치 고양이한테 들어가면 뒤진다고 혼쭐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고양이 냄새가 집안에 나는 것이 싫은지 기어코 사양하다가 며칠이 지나서 다른 집을 만들어 주고는 겨우 진정시켰대요~
이것저것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네요... 아.. 지금은 어떻게 지내냐구요?
이젠 거의 성묘가 되었다고 봐야죠. 사람으로 치면 중3쯤 되려나? 어른도 중3은 터치하기 힘든 거 아시죠?
동네 냥아치는 아직도 좀 무서워하는 착한 고양이지만, 이제 어떤 일들이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는 터라 너무 잘지내고 있답니다.
야외에서의 첫 겨울도 무사히 잘 지냈으니 뭐 더 걱정할 게 있나요?
요즘은 냥아치들하고도 가끔 가까이 지내기도 하는데, 나쁜 길에만 빠지지 않으면 되지 어울린다고 나쁠 건 없잖아요...
동네 모든 고양이에게 사료를 일부러 다 줄 만큼 너그럽진 못해도, 가끔 와서 먹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있잖아요~ ㅋ
[맛있네~ 그려~ 조금만 더 먹고 갈께.... 야생 길고양이라 궁디가 가볍습니다. 제가 조금 가까이 가보려고 하면 얼른 도망갔다가도 밥은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왔다갔다 안절부절 못합니다 ㅋ]
[잘먹고 가네~ ㅋ]
[다시 우리 고양이~~ 둘째 아들에게는 장난도 엄청 잘 겁니다. 다른 고양이도 그런가요? 이 녀석은 왜 이리 손을 물고 늘어지는 장난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냇가에 물마시러 내려온 늠름한 모습~]
[그런데는 위험하니깐 내려오라고... 제발~]
[여기도 올라갔어요~ 저 대단하죠?.... 라고 왠지 자신의 모습을 봐달라고 자랑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ㅎ]
[어디갔는지 모를 때는 "행복아~ 고등어 줄께~"라고 소리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할머니 앞에 등장하며 마법지팡이 꼬리를 흔들며 보챕니다. 그냥 이름만 부르면 안옵니다. 고등어라는 소리가 나야 달려옵니다.]
할아버지나 저나 고양이를 키운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여기서 살아라~ 라는 생각입니다...
다른데 가서 살고 싶으면 니 마음대로 가라~.... 안가더군요... 절대...ㅎㅎ
가만있으면 사료도 나오고 어쩌다 지~ 좋아하는 고등어와 갈치도 주는데... 게다가 어디 마실다닌다고 뭐라하는 사람도 없으니 딴데 가봤자 손해죠~
[물론 고자가 되어서 슬프긴 할 겁니다]
하지만, 이 녀석이야말로 새로운 프라이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이제 마무리 하려고 어디서 많이 보던 나레이션션이 나옵니다.^^)
믿음직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과 보호를 한몸에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씩씩한 청소년기를 거쳐,
할아버지네 마당을 거점으로 삼아 마을을 주름잡는 늠름한 냥이가 될 때까지 말입니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