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말 설악산에 다녀왔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개고생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산행기와 함께 사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만 보고싶은 분은 쭈욱 내리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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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10시. 설악산을 가기위해 채비를 갖추고 차에 올라탔다. 이번에 목표로 삼은곳은 공룡능선. 아름답기로 소문난 설악에서도 제일 멋진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오죽하면 국립공원 제일경이라고 불리겠는가.
공룡능선 방문은 네번째이다. 등산쟁이로 세번 방문 하였고 순수하게 사진을 찍기 위해 가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내외설악의 경계를 나누는 공룡능선의 척추뼈를 가로질러 갔었지만 이번은 오직 전체적인 모습을 관망하기 위해 신선대로 향하기로 했다.
속초에 도착하니 일요일 새벽1시였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설악산 소공원으로 향했다.
이 새벽에도 주차요금과 입장요금을 받는 독함에 혀를 내두르며 새벽2시에 소공원으로 입장하였다.
토왕성폭포와 울산바위를 제외하고 본격적인 설악을 타기위해선 비선대로 가야한다. 일반적인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는것만 그정도가 걸리는 것이다.
이번엔 일출빛에 물드는 공룡을 보고자 하는것이기 때문에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평지길을 잰걸음으로 가니 2시40분에 비선대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 입산가능시간은 새벽3시다. 하지만 이번은 단 10분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속으로 '죄송합니다'고 사과를 하고 천불동계곡 등산로로 들어갔다.
일출시간은 새벽 5시10분. 하지만 해 뜨는 모습을 보고자 하는게 아니라 일출빛을 보고자 하는거기 때문에 30분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즉 5시40분까지 신선대에 도착해야 했다. 사진은 타이밍이다. 이 시간을 놓치면 심심한 풍경을 봐야 할것 같았기 때문에 걸음을 쉴 순 없었다.
최근 1년간 등산을 거의 안했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체중은 불고 근육도 줄었을것이다. 등산을 어느정도 하는 사람도 네시간이 걸리는 길이다. 세시간 안에 가는건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머리속의 상념과 다르게 내 다리는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비선대입구에선 마등령삼거리로 가는길과 천불동계곡으로 가는길로 나누어진다. 보통 이 시간에 가는 사람들은 공룡을 본격적으로 타기위해 마등령삼거리로 간다. 그래서 오로지 나 혼자만이 천불동길을 걷고 있었다.
캄캄한 어둠속을 달그락거리는 스틱질 소리와 헤드렌턴불빛으로 채워나가며 외로운 등산을 시작했다.
심심하고 힘들단 생각은 이내 사라지고 군인들이 야간행군 하듯이 아무생각없이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쉬는 시간도 줄였다. 엄청난 습기에 지친 몸을 달래기위한 물 먹는 시간이 유일한 쉬는시간이였다.
새벽4시. 어느순간 중간지점인 양폭산장에 도착했다. 페이스는 순조로웠다. 아직 잘 버텨주는 몸이 기특할 뿐이였다.
페이스 조절을위해 5분을 앉아서 쉰 후 무너미고개쪽으로 향했다. 급해진 경사를 견뎌내며 이제 다리보단 스틱을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는 시간도 점점 잦아진다. 그래도 확실히 목표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점점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스틱질에 더욱 박차를 기했다.
새벽5시10분. 공룡능선의 시작점인 무너미고개에 도착했다. 숨을 돌릴 여유도 없다. 신선대에 가기 위해선 급경사길을 다시 한번 견뎌야했다.
새벽 5시30분. 긴 철난간을 붙잡기도 하고 약간의 암벽을 타고난 후 겨우 신선대에 도착하였다. 거센 바람이 끈적하게 데워진 몸을 식혀준다. 그리고 보이는 절경. 아! 1년만이 보는 공룡의 모습이였다.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은 마치 용이 움크리고 있는듯한 모습처럼 보인다. 하나하나 살아있는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보고 있자면 금방이라도 용이 깨어날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삼각대를 설치할 여유도 없이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였지만 쉴 순없었다. 이미 밝아진 하늘에 마음이 급해져 셔터질을 하기 시작했다. 모델은 오로지 공룡능선과 그 반대편인 대청봉이였다.
강한 서풍이 불기 때문에 운해는 기대도 안 했고 다이나믹한 구름변화를 담는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일출빛을 받는 공룡도 멋있지만 대청봉을 타고 넘나드는 구름이 멋진모습을 보여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였다.
새벽6시20분. 일출빛도 사그라들고 가방을 다시 정리한 후 하산길에 접어든다. 왔던길을 다시 갈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찍은 사진들을 집에서 꺼내볼 생각하면 그거또한 즐거워지는 것이였다.
일출이 시작되는 중
범봉 확대샷
일출빛에 점점 물드는 공룡
시시각각 구름이 변하던 대청봉
까마귀가 멋져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담고 하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