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최근 부진 때문인지 집착을 버리고 한결같이 노력하겠다는 글을
올리며 마음을 다잡은게 효과가 있었을까요?
박찬호 선수가 '안타 제조기' 이치로 스즈키가 속한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7-2로 뒤진 8회 등판,
이치로를 3루 땅볼로 잡아내는등 2이닝을 퍼팩트로 막아내며 최근의 부진을 씻어내는 훌륭한
투구를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오늘 경기 투구수와 구질을 살펴보면
투구수 24개 스트라이크 19개
패스트볼 12개 슬라이더 6개 커브 5개 체인지업 1개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92마일, 대부분은 90~91마일을 기록했습니다.
7-2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를 마무리짓기 위해 8회 올라온 박찬호는 선두타자 쿠티에레즈를
투낫씽에서 바같쪽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 3구 산진을 잡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습니다. 다소 많이 빠진 공이었지만 타자가 쉽게 도와준 셈이었습니다.
2번째 타자인 잭 윌슨은 2구만에 투수 땅볼로 잡아내었고, 롭 존슨은 6구만에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삼자범퇴.
존슨에게 2-2에서 던진 슬라이더는 가운데로 쏠린감이 있었지만 존슨이 패스트볼을
대비했던 탓인지 허리가 빠진 상태에서 손목으로만 배트를 돌리며 잘 맞았지만
뻗지 못하고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습니다.
9회도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첫 타자를 공 2개만에 바같쪽 움직임이 심한 패스트볼로
2루 땅볼로 잡아내었고 이치로 선수와 대결하게 되었습니다. 1,2구 파울과 몸쪽 꽉차는
슬라이더로 투낫씽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박찬호는 3구째 몸쪽 91마일 패스트볼을
붙였지만 살짝 빠지며 볼이 되었고, 이어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제구가 되지
않으며 2-2.
<타격기계 이치로의 MLB 통산 성적>
여기서 다시 한번 몸쪽 92마일 짜리 패스트볼을 던졌고, 이치로가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대처가 늦으며 3루 땅볼로 투아웃을 잡았습니다.
이어 션 피긴스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2이닝 퍼팩트 깔끔한 투구를 기록했네요.
예전 경기와 오늘 경기의 다른점을 찾아보자면 우선 패스트볼의 스피드는 비슷했지만
공 끝의 움직임이 돋보였습니다. 투심 패스트볼의 공 끝이 지저분하게 들어가며 상대
타자들의 배트 중심부를 피해갔고, 이는 3개의 땅볼을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또 24개중 19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했는데, 특히 유리한 카운트에서
변화구 대신 좌타자 몸쪽 꽉차는 패스트볼 승부를 시도한 것도 바람직한 모습이었습니다.
8회 존슨을 상대로 2-0에서 바같쪽 92마일 꽉차는 공을 던져 파울, 이치로를 상대로
2-0에서 몸쪽 꽉차는 공을 던졌지만 살짝 빠지며 볼, 결국 2-2에서 몸쪽 꽉차는 92마일로
타이밍을 뺏았아 3루 땅볼 유도 등 상당히 효과적인 승부였다고 보여집니다.
전반적으로 마운드에서 시간을 끌지않고 빠른 승부를 걸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
유리한 고지에서 피칭을 하는 등 만족스러운 등판이었네요.
구속이 안나오는 부분은 이정도 볼끝과 제구력이라면 크게 문제는 없어보이고,
집착을 버렸다는 박찬호 선수의 말처럼 당장 할 수 없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빠른 공을
뿌리고 싶다고 해도 아직 안나오는걸 어떡할까요...
중요한것은 어디 아파서 빠른 공을 못던지느냐, 하는 부분인데 투구 밸런스를 봐서는
부상은 아닌것 같으니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을 해서 그에 맞는 투구를 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오래간만에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는데, 이를 계기로 좋은 피칭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