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무더웠던 밤, 프랑스는 이번 유로에서 처음으로 전 세계를 즐겁게 해줄 방법을 찾아냈다. 알고 보니 프랑스의 패배는 흥미진진했다. 경기를 뒤바꾼 16세의 라민 야말은 단순히 특급 재능의 면모만이 아니라 가볍고, 재밌고, 창의적인 정신을 보여줬다.
프랑스는 유로2024 6경기에서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늘은 프랑스보다 날카로운 공격과 지배력이 뛰어난 중원을 가진 우월한 스페인에게 완패했다. 이건 단순한 1패가 아니라, 디디에 데샹의 질식 축구 시대가 끝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경기 종료 11분 전, 1-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데샹은 올리비에 지루를 투입했다. 데샹은 탈락을 앞둔 상황에서도 몸이 기억하는 대로 실용적인 선택을 진행했다. 상대가 어린 선수들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은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번 대회 프랑스에게 가장 이해되지 않는 점은 그들의 온순함이었다. 그들은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무기력했다. 경기 전부터 이 대결은 스페인의 창의적인 시스템과 프랑스의 엄격한 시스템의 충돌로 여겨졌다.
생각해보면 이건 이상한 일이다. 이건 프랑스 축구의 진정한 색깔이 아니다. 프랑스는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많은 엘리트 선수들을 길러내는 팀이다. 프랑스는 잉글랜드처럼 조금의 재능만 보여주면 신이 내린 선물인 것처럼 호들갑떠는 나라가 아니다. 프랑스는 우수한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 길러낸 재능들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패권을 거머쥔 팀이다.
그런 팀이 왜 이렇게 시무룩한 축구를 하는가? 프랑스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단점을 가리려는 것같은 전술을 구사한다. 그렇게 패배했을 때는 그 존재하지 않는 단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스페인의 승리는 좀 더 자유롭고 개인의 능력과 임기응변을 중시하는 축구의 승리로 느껴졌다. 점점 더 시스템, 운동 능력, 규율에 매몰되는 팀들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스페인의 축구는 본질적으로 긍정적이고 이번 대회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제 데샹은 몇 가지 질문들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는 설계부터 수비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본인들이 가진 재능을 억눌렀다. 이쯤에서 잉글랜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만약 잉글랜드가 결승에 진출하더라도 어떻게 프랑스를 꺾은 스페인을 상대할 것인가? 잉글랜드의 전술은 프랑스와 포르투갈이 구사하는 질식 축구를 모방하고 있다. 스페인은 그런 축구를 상대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는 최근 4번의 메이저 대회 중 3번의 결승전에 진출한 팀이다. 기록상으로는 역대급 국가대표팀이다. 근데 왜 역대급으로 느껴지지 않는 걸까? 왜 이 팀은 이 정도의 임팩트밖에 남기지 못했는가? 데샹의 프랑스는 여름마다 찾아오는 알러지성 비염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성공에서 느낄만한 감정적인 요소는 어디에 있는가?
답 없는 축구를 펼치는 잉글랜드조차 극장 오버헤드킥 같은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보여줬다. 이번 경기를 치르기 전 프랑스는 5경기 동안 필드골 득점도 실점도 없었다. 이건 안티풋볼이 아니라 언풋볼, 논풋볼이다. 그냥 시간만 죽이면서 선수들을 가구처럼 만드는 축구다.
프랑스 경기를 보는 건 마치 누군가가 회계 업무를 잘 해내는 걸 지켜보는 느낌이다. 최정상급 연예인들을 모아놓고 그냥 부지런하게 오두막을 짓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 데샹은 수비형 미드필더 3명을 선발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선취점을 지키지 못했다.
프랑스의 뛰어난 선수들은 그들 스스로의 시스템에 갇힌 것처럼 보였다. 데샹은 이번 탈락으로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일부 비판은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감독이 생방송 중에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까지 하던, 엉망 그 자체였던 2010 월드컵 프랑스를 기억에서 지웠다. 데샹의 지휘 아래 프랑스는 새로운 서독이 되었다. 냉철한 눈을 가진 무서운 감독이 이끄는 강하고, 실용적이고, 피지컬이 뛰어난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벼랑 끝에 몰린 팀처럼 보였다.
https://www.theguardian.com/football/article/2024/jul/09/meek-defeat-could-spell-the-end-for-the-non-football-of-didier-descham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