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던 아이제아 힉스(30, 202cm)가 치바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힉스는 2020-2021시즌, 2021-2022시즌 동안 서울 삼성의 1옵션 외국선수로 활약했다. 폭발적인 득점력을 갖추고 있진 않지만 뛰어난 수비력과 리바운드 능력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삼성에서 두 시즌을 뛰며 정규리그 78경기 평균 24분 26초 출전 17.5점 7.4리바운드 1.7어시스트 1.3블록슛의 기록을 남겼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힉스는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계약, KBL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KBL 컵대회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시작하자마자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결국, 그는 단 1경기도 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리온 윌리엄스와 결별한 서울 SK는 새로운 2옵션 외국선수로 힉스를 선택했다. 1옵션급 외국선수를 2옵션 금액에 영입한 건 이득이라고 볼 수 있으나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기에 분명 위험 부담이 있었다. 만약, 힉스의 몸 상태가 예상보다 더 좋지 않다면 SK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힉스는 빠른 회복력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 몸을 만든 채 SK에 합류했다. 연습경기에서도 출전시간을 조절이 필요했으나 그의 몸놀림은 기대 이상이었다. 힉스의 플레이를 지켜 본 SK 관계자는 “몸을 너무 잘 만들어왔다. 슈팅 능력이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16일 일본 치바현 후나바시시 라라 아레나 도쿄 베이에서 열린 2024 호텔 플로라 프리시즌 게임 SK와 치바 제츠의 맞대결. B.리그 명문 치바를 상대로 힉스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그는 32분 3초를 뛰며 18점 15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비록, SK는 82-95로 패했지만 힉스는 자밀 워니(29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와 함께 가장 돋보였다.
이날 힉스가 잡아낸 15개의 리바운드 중 무려 8개가 공격 리바운드였다.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을 얹어놓는 장면이 잇달아 나왔고, 득점 인정 반칙을 얻어내기도 했다. 힉스 덕분에 SK는 리바운드 싸움에서 43-34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의 센스도 여전했다. 아직 동료들과 손발이 맞지 않아 외곽에서 오픈 찬스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1년 전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선수라고 생각할 수 없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SK 전희철 감독은 힉스에 대해 “나도 보면서 놀랐다. 6월에 훈련하는 걸 영상을 봤을 때 다리를 저는 게 보였다. 그래서 팀에 합류하면 시간이 걸리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와서 보니 움직임이 기대한 것 이상이더라. 지금도 원래 갖고 있던 운동능력이 비하면 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던 선수들과 비교하면 회복이 굉장히 빠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치바 경기는 내가 컨트롤하지 않았다. 뛸 수 있으면 뛰고, 불편함이 있으면 사인을 보내라고 했다. 모든 걸 맞춰주겠다고 했다. 몸이 좋지 않으면 이야기 하라고 했는데 본인이 30분을 넘게 뛰었다”고 덧붙였다.
치바를 상대로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며 기대감을 키운 힉스. 시즌 개막 후에도 이날과 같은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SK는 워니의 부담도 덜고, 선수 운영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