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재계약 1순위는 손흥민이 아니다.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을 가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재계약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 유력 기자 니콜로 스키라는 14일(한국시간) 개인 SNS를 통해 "토트넘은 벤탄쿠르와의 계약 연장을 계획 중에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1997년생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국적의 미드필더다. 벤탄쿠르는 지난 2021-22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에 합류했다.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벤탄쿠르를 향해 의심의 시선이 쏟아졌다. 이전 소속팀인 유벤투스에서 부진을 거듭했기 때문. 이에 영국 현지에서는 벤탄쿠르가 첫 선을 보이기도 전에 '실패한 영입'이라 칭하기도 했다.
예상외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벤탄쿠르는 특유의 유연한 움직임으로 중원의 윤활류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주전으로 활약했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는 활동량은 좋았지만, 패싱력이 부족했다. 벤탄쿠르는 완벽한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하며, 심지어 왕성한 활동량까지 보여줬다. 이후 벤탄쿠르는 이번 시즌까지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며 활약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캡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뱉은 것. 사건은 지난 6월 발생했다. 2023-24시즌이 끝난 후 벤탄쿠르는 자국 우루과이에 머물며 한 방송에 출연했다. 당시 인터뷰 도중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벤탄쿠르는 "쏘니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주는 건 어떤가? 왜냐하면 모두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급속도로 퍼졌다. 인종차별이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의 외모는 모두 똑같다는 고정관념과 사고방식에 기인한 표현이며, 이는 곧 아시아인들에 대한 '명백한 차별'을 의미한다. 논란이 일자 벤탄쿠르는 "쏘니 나의 형제여, 지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하며, 당신이나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줬으면 해"라며 사과문을 공개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아 들였다. 그러나 팀 동료 사이에서 인종차별 사건이 일어난 만큼, 구단 내부의 징계가 예상됐다. 그러나 구단은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포스테코글루 감독 또한 당사자간 풀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2024-25시즌이 개막했고, 이 사건은 묻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간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이 사건을 주시해왔고, 결국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달 12일 "벤탄쿠르는 손흥민과 관련해 인터뷰에서 남긴 발언으로 인해 FA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벤탄쿠르는 기소 사실에 대해 19일까지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잠잠했던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별 다른 입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는 약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동일하다. 오히려 토트넘은 벤탄쿠르와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피해자' 손흥민의 상황과는 180도 다르다.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내년 여름까지이며, 현재까지 구단은 손흥민과 어떠한 계약 협상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할 것이란 예측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손흥민과 벤탄쿠르의 상황이 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