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2년 버티니…치면 홈런일세

빈손이아니야 작성일 24.10.23 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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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36)의 별명은 ‘성실왕’이다. 모범적인 생활 태도에 항상 부지런하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그 성실함이 보상을 받는 걸까. 김헌곤이 올해 가을야구 무대에서 삼성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삼성은 3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차포’를 떼고 나섰다. 외국인 투수 코너 시볼드가 견갑골 통증으로 빠진 상태다. 중심 타자 구자욱은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도루를 하다 발목을 다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구자욱은 한국시리에 선발로 출전하기 어렵다. 중요한 상황에서 대타 기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올 시즌 팀 홈런 1위 삼성에서도 가장 많은 33개의 홈런을 쳤다. 구자욱이 등장하면 상대 팀이 느끼는 압박감도 다르다. 그런 구자욱이 뛰지 못한다니 삼성에겐 치명적인 손실이다. 구자욱이 결장한 플레이오프 3·4차전에서 삼성은 1득점에 그쳤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베테랑 외야수 김헌곤이다. 이제까지 오른손 타자 김헌곤의 임무는 주로 좌완 투수를 상대하는 스페셜리스트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헌곤은 선발에서 제외됐다. 2차전에서는 왼손 손주영을 상대하기 위해 출전,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그러자 삼성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부상으로 빠진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김헌곤을 계속 선발로 내보내고 있다.

21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김헌곤은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KIA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의 결정구인 스위퍼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덕분에 삼성은 6회 초 1-0으로 앞선 채 서스펜디드 게임(일시정지)을 맞이했다.

김헌곤은 “네일의 스위퍼와 투심 패스트볼이 너무 좋았다. 오른손 타자 입장에선 몸에 맞는 공이 되는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가 되고, 스트라이크처럼 날아오던 공은 볼이 된다. 스위퍼만 친다는 생각으로 휘둘렀다. 파울이 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넘어갔다”고 했다.

김헌곤은 또 구자욱의 공백에 대해 “감히 내가 떠안을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나눠서 짐을 짊어지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고 했다.

김헌곤은 2011년 영남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원클럽맨이다. 야수 중에선 삼성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가 바로 김헌곤이다. 삼성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는 후보 선수로 뛰었다. 키 1m74㎝의 단신이지만 강한 어깨와 주루, 콘택트 능력을 겸비해 주전으로 도약했다.

김헌곤이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건 ‘노력’과 ‘성실’ 덕분이다. 그는 땅볼을 치고도 전력 질주한다. 생활도 모범적이고, 성격도 소탈하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물론 코칭스태프, 선·후배가 모두 그의 생활 태도를 존중한다. 김헌곤은 2022년엔 선수단 투표로 주장까지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김헌곤은 그해 최악의 타격 부진을 겪었다. 역대 2위에 해당하는 43타석 연속 무안타를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고도, 그는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김헌곤은 1군에선 6경기 출장에 머물렀다.

김헌곤은 “지난해엔 한 게 없었다. 못하면 옷을 벗는 게 당연한데 (계약을 연장하다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절치부심한 김헌곤은 올 시즌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6년 만에 3할대 타율(0.302·281타수 85안타)을 기록했다. 홈런도 2018년(11개) 이후 가장 많은 9개를 쳤다. 그 기세를 몰아 포스트시즌에서도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한편 전날 비로 인해 22일 재개될 예정이었던 한국시리즈 1차전 잔여 경기와 2차전은 또다시 순연됐다. KBO는 그라운드 사정과 오후 비 예보를 이유로 들어 일정을 연기했다. 중단된 1차전은 23일 오후 4시에 6회 초부터 진행한다. 이 경기가 끝난 뒤 2차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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