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한국인 마이너리그 투수 유망주 심준석(20. 마이애미)이 그렇다.
덕수고 출신으로 지난해 피츠버그 구단과 계약하고 미국에 진출했던 심준석은 올 시즌 중반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지난해 부상 때문에 단 4경기 출전에 그쳤던 그는 올해도 부상 때문에 마이너리그 정규시즌 동안 단 1경기도 던지지 못했다.
지난해 4경기에 나와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한 것이 심준석의 유일한 정규시즌 성적이다. 이 기간 동안 볼넷 3개를 내준 반면 탈삼진은 13개나 잡았을 만큼 건강할 때의 그는 위력적인 모습이었다.
마이애미는 마이너리그 정규시즌이 끝난 뒤 최고유망주들만 참가할 수 있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심준석에게 줬다. AFL은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들만 참가하는 곳이다. 때문에 '메이저리그로 가는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가 된 게릿 콜(34)이나 필라델피아 중심타자가 된 브라이스 하퍼(32)도 지난 2011년 AFL을 거쳐 갔다. 하지만 심준석처럼 이따금 시즌 중 부상 때문에 실전경험이 없는 선수들도 소속팀의 배려로 참가한다.
어찌됐던 심준석에겐 좋은 기회다. 시즌 내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가 리그 관계자들에게 건재함을 보여줄 수 있고 아울러, 마이너리그 상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의 맞대결을 통해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찾기 때문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쇼케이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까진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심준석은 24일(한국시간) 현재 AFL에서 총 2경기에 중간계투로 나와 8이닝을 던졌지만 승패 없이 4피안타(1홈런) 5실점 평균자책점 27.00으로 부진하다. 볼넷은 3개를 허용한 반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탈삼진은 단 1개도 솎아내지 못했다. 루키리그에서 8이닝 동안 탈삼진 13개를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AFL의 수준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준석은 미국진출 당시 강속구를 앞세워 주목을 받았다. 원 소속팀 피츠버그 또한 이런 그에게 기대를 하며 심준석을 구단 내 유망주 리스트 17위에 올렸다. 하지만 근 2년간 부상에 신음하자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애미로 보내며 그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팬들이 심준석에게 "미국에 의료관광 왔냐"고 비아냥 거리는 이유이다.
이달초에 시작된 AFL은 다음달 15일까지 계속된다. 과연 심준석이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을 향한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는 반등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