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 다시 시간 여행으로 돌아가죠. (웃음) 빛의 속도보다 빠른 입자가 확인이 되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요? 애초의 상대성 이론, 그러니까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고 보는 틀에서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얘기를 했잖아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강영 : 글쎄요. 저는 설사 빛보다 빠른 물질이 확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나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한계 속도가 유한하면 시간과 공간이 얽히게 된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해 봅니다. 학교 수업이 9시에 시작을 해요. 그리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내가 학교까지 가는 데는 1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어느 날 내가 8시 20분에 일어났어요. 그럼 나는 지각을 한 걸까요, 안 한 걸까요? '아직 수업이 시작하려면 40분이나 남았으니까 지각이 아니야' 하고 외칠 수도 있겠지요. (웃음)
하지만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이 걸리니까, 나는 이미 지각을 한 겁니다. 즉, 집에서 8시라는 시공간은 학교에서 9시라는 시공간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죠. 여기, 철수와 영희가 있어요. 그런데 철수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집에서 학교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어요. 반면에 영희는 1시간이 걸리죠.
그러면 철수는 영희보다 30분 먼저 도착해서 영희의 책상을 파란색으로 칠한다든가 혹은 사물함의 교과서를 숨겨 놓는다든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어요. 뒤늦게 9시에 학교에 도착한 영희의 반응은 어떨까요? 마치 철수가 영희의 과거로 와서 과거를 바꿔놓았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즉, 이런 식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내가 나의 과거 시간으로 가는 건, 초광속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어요.
이종필 : 맞아요. 설사 뉴트리노가 빛의 속도보다 빨리 간다고 하더라도, 그것 역시 유한한 속도를 가지니까요. 여기 1시간에 100킬로미터를 가는 KTX가 있어요. 그 KTX로는 1시간 안에 대전까지밖에 못 갑니다. 1시간 안에는 절대로 대구, 부산을 갈 수 없어요. 그런데 1시간에 200킬로미터를 가는 KTX가 등장했어요.
그러면 1시간에 100킬로미터만 가는 KTX만 있는 세상에 혼란이 생길 거예요. 1시간에 최대한 멀리갈 수 있는 곳이 대전이었는데, 200킬로미터를 가는 KTX를 탄 A가 "나는 이미 대구에 다녀왔다"고 말하면 어떻겠어요? 미래(대구)가 과거가 되어버린 셈이니, 인과 관계에 혼란이 생기겠지요.
빛의 속도보다 빠른 뉴트리노가 확인이 된다면,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모든 시공간의 틀을 짜놓은 세상에서는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다시 뉴트리노의 속도를 기준으로 시공간의 틀을 짜놓으면 다시 새로운 과거-현재-미래의 인과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어차피 빛이나 뉴트리노 속도가 유한한 건 마찬가지니까요.
다시 말하자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합니다. (웃음)
이명현 : 이런 설명을 염두에 두면, SF 작가들이 시간 여행을 다루는 게 쉽지가 않겠군요. (웃음)
박상준 : 그래서인지 SF 작가들도 저렇게 공간을 그대로 두고 시간을 과거로 미래로 이동하는 식의 설정은 피하는 것 같아요. 대신에 아예 시공간 자체를 이동하는 설정을 즐겨 사용합니다. 현대 물리학의 '평행 우주' 이론이 있잖아요. 그걸 염두에 둔 것이지요. 즉, 다른 세계로 옮겨갔는데 거기가 바로 나의 과거 혹은 미래였다, 이런 식으로요.
이강영 : 그런 식의 설정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죠. 실제로 평행 우주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려는 최근의 이론인 '초끈 이론' 등에서는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와는 평행한 또 다른 우주가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거든요. 그리고 그 다른 우주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우리 우주와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이종필 : 만약에 그것을 넘나드는 통로를 찾는다면, 일종의 시간 여행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겠지요. 단,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은 시간 여행이 아니라 또 다른 우주로의 여행이지만요. 당연히 두 우주 사이의 인과 관계가 상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별로 없고요. 그런데 어떤 소설이 있나요?
박상준 : 평행 우주, 혹은 대체 역사라고도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에 복거일이 <비명을 찾아서>(문학과지성사 펴냄)라는 소설을 내서 주류 문단에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 한반도가 1945년에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계속 식민지로 남아 있다는 가상의 역사를 쓴 작품인데, 영화 <2009 : 로스트 메모리즈>의 원작이기도 하지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이기고 미국이 졌다는 가정을 배경으로 쓴 소설인 <높은 성의 사내>(남명성 옮김, 폴라북스 펴냄)도 있습니다. <블레이드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으로 유명한 SF 작가 필립 딕의 장편이지요. 평행 우주, 대체 역사는 SF라기보다는 역사와 사회를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일종의 사회 소설 기법으로 꽤 인기가 있습니다.
엽게에 쓰려했지만 사진이 없어서...
... 중성자 미립자 뭐 이런게 나오니 머리가 아파지는군요. 경영학도에겐 다소 생소하네요
제가 우주과학이나, 가벼운 물리학쪽을 좋아해서 한번 올려봅니다.
여러분은 시간여행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처 및 원문기사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1104152251§ion=04&t1=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