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분명 '가상 공동체', 소위 무한한 소통의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이야기되지만,
실제로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가는 깊이 고민해봐야만 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인문사회를 전공하였고 현재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짱공입니다.
여러 곳에서 <'반도'인의 xx행태>라는 류의 제목들이 적잖이 보인 바
제가 학창시절 고민했던 내용들과 정합하여 이에 대한 짧은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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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용어인 '반도'는 중립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추상어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많이 사용되는 '반도'는 엄연히 사회정치상의 용어입니다.
일본인이 대동아공영을 내세우며 식민경영을 하던 때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의미에서 조센진, 혹은 한토진
(조선인, 혹은 반도인)이라고 불렀고 동시에 중국인에 대한 비하의 의미에서 지나인(실제 중국은
동아시아의 개념에서 middle land, 라고 불리는게 더 타당하죠
진나라 사람이라는 의미의 지나인보다는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역사적인 의미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에서의 위상에 더 잘 어울리는 것입니다.)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우리 역시 중국인을 비하할 때 짱x, 일본인에게는 쪽xx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 모든 용어의 의미는 단순히 단어의 결합이 보여주는 미학의 문제도 아니고,
단어의 다양한 뜻 중 중립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다분히 사회정치적인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하셔야 합니다.
(개념어의 생성과 정착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저서들이 있으니 살펴보시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즉, 단순하게 반도는 지리적 용어다.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라는 생각은 너무 나이브한 것 같습니다.
때로 어차피 까는 글, 이게 대체 무슨 괴상한 이야기냐? 라고 말씀하신다면
크게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비유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골목 언저리에서 중고생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면, 어른인 당신은 이를 제지해야 할까요? 말아야 하나요?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물음의 의도에서는 사회의 선생으로 어른인 당신은 청소년을 선도해야할 당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시민, 어른의 의미니까요.
혼자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아니되고, 의미조차 가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이 물음의 형태로 표현된 사회적인 생각일때는 그 뉘앙스가 당연히 달라지지요.
또한 자기비하가 긍정적일때는 분명히 있습니다. 때로 자신의 현 상태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한 상태에서,
혹은 절박한 위기의식의 고취를 통해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셈이죠.
하지만 무분별한 자기비하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나를 혹은 민족을 때로는 국가를, 혹은 그런 것 모두 없이 그저 인간을
희화화한다 하여도 그 웃음에는 어떤 논리성과 미래적 의지가 담겨져 있을때에만 진정으로 바람직하리라 생각합니다.
개그맨이 그저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죠. 진짜 코미디언이라면 웃음 속에 애환과 감동이라는
다양한 감정적 승화가 있어야만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제 제대로 이 현상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싶다면,
반도의 어원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게 우선이고,
다음으로 그러한 의미가 생겨난 이유가 근대화 속에서 국민국가화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국민 혹은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특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타자에 대한 구분과 차별을
공고히하는 그런 과정까지 모두 이해하는 게 중요하겠죠.
가령 국사를 해체하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그도 등장하긴 하지만, 그 부분까지는 좀 더 공부와 사고가 필요하겠구요.
부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우를 범하여 주어진대로만 살아가는 동물적 습성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ps. 인문사회를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서양(엄밀히 말해서 그리스, 이탈리아를 포함하는 서유럽입니다)에서의
국가관의 형성과 전개과정을 살펴보시고
19세기 이후 동양(역시 엄밀하게 말해 중국, 한국, 일본의 동아시아 3국입니다)에서의 국민국가화 과정을 살펴보면
대단히 흥미로우리라 생각합니다.
결. 노파심에 떠든 약간의 댓글을 글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제일 핵심은
하나의 현상이 영원무결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느냐 혹은 하지 못하느냐가
바로 고등교육을 이수한 올바른 성인인가 아닌가의 차이점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다시 말해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는 엄청나게 많은 정치적, 경제적 역학관계가 숨어있으나
표면에만 집중하여 지금의 문제는 마치 늘 그래왔고 늘 그럴 것인양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미학의 관점조차도 실제로 뇌과학에서는 남, 여의 유전적 차이에서 기인한 현상으로 보기도 하고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학습에 따른 차이로 보기도 합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허위의식이란 바로 이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중요한 점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혹은 언론이 떠드는 대로 읊조리고 있는 것은 결코 올바른 것이 아닐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엄밀성이겠죠.
타당한 근거 아래에서 논의가 전개되어야만 함은 다시 말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이제 슬슬 업무를 시작해야겠네요~
모두들 다시 한번 지금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과연 얼마나 올바른가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