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목사가 돈 잘 버나요??

84821 작성일 14.07.30 03: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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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이 약간 되네요)

 

예전 고등학생 때 다니던 교회에서 학생교회라 헌금도 거의 없고

 

사모님 월급(교사)으로 거의 운영되고 있었는데,

 

저랑 학생 몇명이랑 목사님 댁 식구 몇명이랑 밥 먹는데 어느 분이 교회 건물 대출금 관련해서 찾아와서 목사님을 찾더라고요.

 

그때 안 계실때라, 잠시 어디 나가셨다고 했더니 전화해보겠다면서 던지는 말이

 

'근데 목사님이면 돈 많이 벌지 않아요?'

 

근데 저는 이게 의문이란 말이죠. 왜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생긴건가..

 

뭐 제가 개신교(당근 카톨릭은 제외하고) 내부 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는 내용만 전달해보면.

 

약 10여년 전에 '미자립교회'로 지정 된 교회가 80%를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미자립교회는 말 그대로 교회 헌금으론 운영이 불가능한 교회를 말하는데

 

당시 기준이 1년 헌금 총액 1천만원 미만이었습니다.

(지금은 기준이 1500만원으로 오른 걸로 압니다.)

 

미자립교회가 되면 교단이나 다른 큰 교회에서 금전적 지원을 받는 것 같더군요.

 

그럼 뭐 80%는 그냥 불쌍한거고, 20%는 돈을 잘 버는가.

 

제가 알기로 아주 작은 교회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운영위원회를 두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엽게에 종교세 부과 무산이라는 글에 종교인 소득을 '사례비'라고 되어있는데

 

운영위원회에선 그 사례비를 결정하죠.

 

즉 교회헌금 = 목사월급 이 아니라, 교회헌금 = 교회운영비 인거고 사례비는 얼추 정해진 금액으로 주는 걸로 압니다.

 

저희 아버지가 1년 헌금총액이 2~3억(제 기억에) 되는 시골교회 담임이셨을 때 사례비가 350만원으로 기억합니다.(말씀 안 해주셔서 정확하겐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나 운영위원회에 자기 편만 꼭꼭 심어놓고 사례비를 왕창 늘릴 수 있지 않느냐 이야기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보통 연말에 결산합니다. 1년 헌금 총액이 얼마였고, 사례비로 얼마 나갔고, 건물 보험비, 난방비, 등등등

 

교단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제가 있는 교단에선 '권사이상, 각 부서의 장'은 참석가능 한 걸로 압니다.

 

350명 되는 교회에서 청년부 회장 할 때 가봤더니 한 50분 정도 계시더라고요.

 

어쨌든.

 

아, 물론 교회 관련된 기름값은 지원. 이건 회사랑 비슷한 듯 보이옵니다.

 

물건 살 때, 꼭 저희 집 물건이랑 교회 쓸 물건은 영수증을 따로 하시더군요.

 

넘어가서.

 

가끔 어떤 게시물에 이상한 취재프로그램 같은 화면 캡쳐 된 거에서.

 

'2가정만 전도해도 본전 뽑지'라는 게 있더라고요. 예. 잘 이해가 안 됩니다.

 

2가정. 그런 집 별로 없지만 십일조를 꼬박 낸다고 합시다. 만약 300을 버는 두 가정이라면 십일조로 한달에 60만원.

 

그 외 보통 내는 헌금이 주일감사헌금. 정해진 건 당연히 없지만 보통 내시는 거 보면

 

어른은 5천원 혹은 1만원. 아이들은 1천원. 4주로 따지면 한 집에서 한 10만원정도. 2가정이면 20만원.

 

가끔 헌금봉투 쫙 나열해서 '교회가 돈독 올랐다'는 게시물이 보이지만, 보통 추수감사절엔 주일감사헌금에 내던 돈을 추수감사헌금봉투에 옮겨 내는 등 그 목적을 구별하기 위함이지 봉투종류대로 다 내는 경우가 적음. 그러니 넘어가고.

 

대략 2가정이면 80만원.

 

.............뭐 기분 써서 100만원. 아니 150만원이래도. 그런 계산이 안 나온다고 보입니다.

 

이럼 일단 수입은 그닥이라는 게 보이실거고.

 

그럼 놀고먹는데 돈을 받는건가 따져봅시다.

 

일단 대학교4년. 대학원2년. 나이를 따지고 싶으면 군대2년. 그럼 바로 부목사로 가거나, 지방교회 개척을 해서 1년을 있어야 목사고시를 보던가 암튼 그럼.

 

보통 빨라야 28에 목사안수. 군목이면 2년 빠름.

 

어쨌든, 28에 대학원 나온 사람이 부목사로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는 얼만가.

 

모든 교회 통계야 당연히 없는데, 우리 교회 부목사님 사례비가 150만원. 당연한 말이기도 한데. 물가상승률 반영해서 올리고 그런건 없음;

 

전도사직급을 가진 분들은 더 적음.

 

앗. 하는 일을 말하기로 했는데.

 

일단 아버지를 관찰.

 

집에 거의 안 계시는데, 이유는 장례식참석(교인은 물론, 교인 가족도 직계는 주로 참석), 병원입원 방문, 속회모임, 세미나모임, 결혼식(주말에 결혼을 많이들 하시니, 우리는 가족식사 할 기회가 적음) 등등. 교인 분들의 모든 행사는 다 간다고 보면 됩니다.

 

위에껀 어쩌면 불규칙적인거긴한데. 아침에 서울로 세미나 가서 몇시간동안 강연 들으시고 밤 10시에 집에 오시자마자 아는 목사님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1시간 넘게 또 운전하고 어디 가시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정기적으로는 뭘 하는가.

 

일단 주일예배. 주일이 젤 바쁨. 보통 설교준비는 토요일 점심 이후부터 하시던 걸로 기억.

 

수요예배. 금요기도회는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새벽예배. 365일 새벽예배. 아버지를 관찰한 결과로는 새벽5시 예배를 위해서 새벽3시에 일어나심. 잠은 11~12시에 주무시는 듯.

 

전날 밤에 설교준비 하시고, 새벽 3시에는 교회가서 1시간은 기도하시고, 1시간은 설교 마무리 하시는 걸로 암.

 

역시나 당연한 말인데, 휴가가 없음.

 

프리랜서라고 생각할테니 뭐 없는거 넘어갑시다.

 

아, 추석이랑 설때 교인분들도 대개 친척집 가니까 주일이 낀 경우 아니면, 새벽예배는 부목사님이나 전도사님이 대신 인도. 예전교회에선 장로님이 하신적도 있는듯.

 

이때 보통 2일정도 친척집에 다녀옴.

 

그리고 기억에 있는 딱 한번의 휴가. 고딩때 아버지가 휴가 내셔서 캠핑장비 십년 넘은거 다 버리고 새거 사서 동해일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보통. 횡단. 일주. 이런 여행이 그렇듯. 여기 들려서 이거 보고. 이거 먹고. 또 여길 가고.......이런게 생각보다 재미는 별로;;;;;;;;

 

돈은 말했고. 생활도 말했고.

 

아, 집에서 계실 때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양말은 거의 신으시고, 양복바지는 가끔 벗으시고. 교인분들이 자주 찾아오거든요. 누가 오셨다 하면 잽싸게 방으로 가셔서 옷 입으시곤 했습니다.

 

아, 예. 솔직히 반찬걱정은 거의 없네요. 많이들 주십니다. 물론 이것도 나이 많으신 할머니분들이 자주 주시고, 젊은 층은 반찬을 만들지도 않고, 잘 찾아오지도 않죠.

 

모습은...어때야 할까나요.

 

건축헌금 한 적 있는데

(참고로 요즘은 교회건축에 대해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합니다. 교회 내부에서요. 굳이 해야 하나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요즘은 건축새로하면 빚이 많을거라 생각해서 돈 더 내라고 할까봐 아예 꺼린다 합니다)

 

아버지가 본을 보여야 한다면서. 3달치 사례비를. 몽땅. 내신 적이 있네요.

 

어머니가 저한테만 불평하신-_-

 

생활이 힘들거라고 장로님들이 80만원을 모아서 주셨는데

 

그걸 또 다 헌금해버리셨었죠. 네.

 

어머니가 또 제게 불평을..ㅋ

 

아시다시피 착한 사람만 교회에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닌지라.

 

교회내에서 파벌 만들고, 자기 뜻 따를 사람 모으고 거짓말 하는 사람이 있어서 맘 고생도 하셨죠.

 

비신자분들은 '장로'하면 무슨 느낌일 지 모르겠으나,

 

목회자 사이에선 우스개소리로(저희 아버지는 이런 말씀 안 하셨는데)

 

'오래 살려면 장로 세우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 우스개소리임.

 

대부분의 장로님들이 목사와 반대입장이 되거나, 파벌 만들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거든요.

 

어쨌든.

 

설교를 할 때도 그냥 성경내용을 설교해도 가끔 '나 들으라고 설교한거냐. 뭐가 불만이냐. 왜 날 지목하는거냐'라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황당해 하시곤 하죠.

 

아. 돈 얘기하고 있었지.

 

업무량만 놓고보면, 사실 어쩌면, 본인의 의욕에 달렸다고 봅니다. 열심히 하려면 끝도없이 일이 있고.

 

안 하려면 쉬엄쉬엄이겠죠.

 

근데 기본적으로 얻는 급여는 절대 많지 않습니다.

 

얼핏 생각할 때, '누구 하나 잘 꼬셔서 1천만원 헌금이라도 하게 하면 그거 다 내꺼겠지' 생각하겠지만

 

말했다시피, 교회헌금은 운영위원회가 관리하죠.

 

혹여나 비리를 저질렀으면, 그걸 관리하는 곳도 있습니다. 장로교는 노회, 감리교는 연회. 이렇게 압니다. 전문으로 관리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솔직히, 종교와 관련없는 일을 하더라도 돈 빼먹기 쉽지 않은 세상인데, 거룩한 듯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종교단체에서 돈 빼먹기가 어디 쉽겠습니까.

 

부모님이 혼수로 장만해오신 TV랑 세탁기, 냉장고등 가전제품을 20년만에 바꾸신 기억이 납니다.

 

네, 더 오래 쓰시는 분들도 계시죠. 저희 아버지가 절대 작은 사역지에 계신 건 아닌줄 압니다.

 

나름 '시'라 불리는 지역에서 헌금총액(교회 크기를 인원수랑 헌금총액으로 보통 이야기 하는 듯 싶더군요)순위 5번째 안에 드는 교회 담임하고 계시니까요. 물론 한 교단만이지만.

 

근데, 댓글에서 '목사나 할 껄'이라는 말들 보면.

 

종교단체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댓글이긴 한데, 정말로 목사하면 돈 쉽게 버는 줄 알까봐 걱정입니다.

 

솔직히 초대형교회는 어떤지 잘 모릅니다. 다녀본 적도 없고. 한 2~3천명 모이는 교회 담임목사님 사례비가 1천 단위는 넘는다는 말만 들은 적이 있네요. 2천인가.

 

근데, 2~3천명이면......물론 교인 행사에 부목사님들이 가실 때도 있겠지만.......

 

사람이 적게라도 모이기만 하면 그 속에서 다툼이나 뭔가 생기기 마련인데(물론 그걸 바꾸는 게 종교의 이유지만)

 

그 많은 수라면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되네요.

 

아, 물론 교회가 크면 일이 많으니까 그만큼 돈을 받아도 되지 않냐는 건 아닙니다.

 

세상적인 직업이라면 맞는 말이겠죠.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건. '종교인인데 돈을 많이 받아도 되냐'는 걸겁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동감합니다. 일정수준 이상으로 받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근데, 아버지가 대출을 해야 하는데, 은행에 가면 세금을 안 내니까 대출이 불가능하다고해서 대출 받는데 엄청 애를 먹으신 걸 보면.

 

누나가 어쩌다 미국에서 생활하는데(호화로운 유학 그런게 아님=_=) 돈 간신히 보내줘서 생활하고.

 

얘기 들어보면 대학 다닐때 스팸 하나 사서 아침에 스팸 한 수저 뜨고 밥 한 수저 뜨고 입에 넣고 대학 가고..

 

.................주기도문처럼 시험에 들지 않을 정도는 필요한지도 모르겠네요.

 

위에 말했지만, 신학생들이 '급여가 적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신학교 가거든요. 근데 간혹 결국 돈에 눈이 머는 걸 보면.

 

급여가 너무 적어서 마음이 변하게 되는거 아닌가. 물론 그럼에도 성숙해져서 돈에서 자유로워야 하긴 하는데.

 

근데 또 너무 가난하면 막......에에 몰라.

 

어쨌든.

 

................왜 목사가 돈을 잘 번다고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냥 장난이 아니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분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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