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시절 흔히들 얘기하는 범생이였다..
학교 자체가 좀 엄했던 면도 있겠으나 기숙사 생활을 3년내내 하였고,
담배는 물론 술도 수능 100일전 먹은게 전부였다.. 그렇게 여자? 그냥 옆 여고에 친하게 지내는 애만 있을뿐..
흔하디 흔한 고딩 시절 연애조차 한번 해본 적 없었다. 물론 짝사랑이야 했건만은 그냥 그건 풋사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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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울로 상경해 학교에서 좀 떨어진 곳에 군인자녀 기숙사에 묶었다..
2001년 스무살의 봄.. 대학의 술문화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등교는 저녁 5시였고, 하교는 막차 아니면 새벽 첫차였다.. 그렇게 공부는 뒷전인 나의 1학년 시절.
4월 말 중간고사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술을 마셨다.. 그리고 막차 끊기기전 집으로 가려던 찰나.
역에서 같은 방향 친구 둘을 만났는데... 한 친구는 꽐라가 되어 다른 한친구의 부축을 받고 있었고,
결국 그 친구를 둘이 부축한 채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이 도착하였고 운좋게도 바로 3자리가 연달아 있었다.. 우리 셋은 쪼르륵 앉았고.
앉아 앞을 보는 순간 다른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앞에 앉은 여고생이 너무나 이뻤다.. 눈을 뗄수가 없었다.. 맘속으로 '내가 내리든 쟤가 내리든 쟤만 보고간다'라고 외쳤다.
헌데 옆에 꽐라된 친구가 속이 너무 안좋다며 내려야겠단다..
난 앞의 저 여고생을 끝까지 봐야겠는데~. 너무도 아쉬웠다.. 하...
내리기 위해 일어선 순간 난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헌팅을 지하철 안에서 하고야 말았다.
공부하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가 '펜좀 빌려주시겠어요?' 라고
그리고 펜을 받자마자 공책에 핸드폰 번호를 휘갈겨 놓곤 '연락한번 주세요'라고 말한후.. 내렸따..
그게 끝인줄 알았다.. 다음날 아침 꽐라된 녀석은 기억도 못하지만 남은 한 친구는 너 어제 뭐한거냐며 내내 놀려댔다.
..
그리고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희미해질즘..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고,, 핸드폰 너머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상당히 허스키한 목소리..
'저 지하철에서 연락처 받았던 사람인데요..'
'아!. 연락 정말 해줄줄은.. 몰랐는데'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고2라고 영어공부를 하던 중에 연락처 받고 놀랬다고..
'좋아하는게 뭐에요?' 라는 참 두리뭉실한 질문에 답하던 그녀의 답은 좀 충격적이였다.
'제일 좋아하는건 술마시는거에요...' (고2짜리가 술?... 머지?) 순간 엄청난 혼란을 느낄 틈도 없이..
'오늘 술 한잔 사주시면 안되요?' 라고 한다... (뭘까? 얘 정체가 정말 뭘까?)..
당시엔 나 역시 술집에 들어가면 안되는 나이였다.. 2001년은 그랬다.. 나역시 미성년자 였으니까..
그래도 난 흔쾌히 어디신데요? 어디서 보면 될까요? 라고 물었고 일찍 귀가하려던 생각을 접고..
건대입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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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너무 길어지는거 같아서 좀 나눠 써야겠습니다.. 업무도 봐야하구요..
너무 길게 쓰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