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의 분노
지난달 31일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어느 희생학생의 오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정혜신 박사는 “아이는 세월호 사고로 동생을 잃은 뒤 상처입은 감정을 꺼내지 못해 설사와 복통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몸이 반쪽이 됐다”면서 “죽을만큼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호하려면 자기는 집에선 눈물 한방울 보이면 안된다고 믿고 꿋꿋이 버텨온 아이”였다고 설명했다.
정박사는 아이가 상담 중 단원고 교복을 입은 일베 사진과 글에 대해 얘기하다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선생님, 서러워요. 왜 이렇게 조롱을 받아야하나요”라며 펑펑 울었다는 것이다. 그토록 끔찍한 일을 겪으면서도 감정을 꾹꾹 누르며 남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희생자의 오빠가 ‘어묵 인증샷’을 보고 결국 무너지고 만 것이다.
“감정이 나와야 진짜 치유가 시작되는데…그 날 이후 아이는 자기 속감정들을 아기가 첫 걸음마를 떼듯 어렵게 꺼내기 시작했다”는 사연을 전하던 정박사는 결국 “눈물나게 고맙구나. 이 일베 악마 자식들아”라며 울분을 토했다.
최근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학생들을 두고 ‘어묵’으로 칭하며 조롱해 충격을 줬다.
누리꾼들은 “나쁜 본보기도 본보기라고, 내 자식은 절대로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합니다” “그 악마들도 세월호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희생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족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너무 아플텐데 일베들은 왜 그런 말도 안돼는 짓으로 더 아프게 하는 걸까요” “하루빨리 아픔들이 치유되길 바랍니다”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