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자살하여 변사체로 발견된 무기징역수에 대하여.

경종 작성일 15.04.29 21: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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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강도 살인을 하고 십년 넘게 복역을 하다가,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죽은 사람에 대하여 얘기하겠습니다.

 

전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안타깝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네이버 기사에 있는 댓글들은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기는 커녕,

세금 절약하고 잘 죽었다는 식이었고,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간 사람에게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진정 뉘우치고 사과하고 죽었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대체 그들은 얼마나 완벽한 사람들인지 궁금합니다.

인간은 뇌에 의존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뇌를 다치면 성격이 전혀 바뀌며,

기억이란 것은 절대적이지 않고 언제든 왜곡되거나 망각될 수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들어가면,

'나','자신' 이라는 관념조차 뇌라는 생리 기관에서 정보를 처리하면서 일어난

환상의 존재입니다.

 

그것은 마치 짱공유에 짱공글터라는 게시판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고,

짱공글터는 그것으로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나로 규정짓는 것일 뿐,

반드시 하나의 것으로 자발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황망히 죽음을 보고 나서 다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의 어릴 적 불우한 환경을 생각해 보았으며,

어떤 죄를 저질렀던 오랫동안 살인자로서 지탄을 받으며

감옥 독방에서 지낸 세월을 느껴보았고,

20대의 실수로부터 40대에 자살하기까지

그 사람을 스쳐간 황망한 습기 머금은 바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한 생명으로서 그 사람의 삶에 안타까움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네이버 댓글에서는 그러한 제 의견 표출에 도리어 비공감만 날리고,

그 사람을 비판만 하였습니다.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비일반적인 의견을 가진 것인지요.

저는 그 사람이 어떤 죄를 저질렀던 일단은 과거의 일이고,

우리가 그 사람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알기 전까지는,

그 사람이 정녕 어떤 상황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고,

그리고 수감 생활을 통해 얼마나 진실로 뉘우치고 사죄하고 했는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볼 때,

젊은 20대 혈기때부터 40대까지 계속 감옥에 갇혀있다면,

얼마나 뉘우치고 후회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심지어, 그 사람이 그러한 반사회적이거나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했던 악랄한 자라면,

그 사람의 뇌 기능의 문제거나,

타고난 유전자의 문제거나,

거기에 불우한 환경의 합이 만들어낸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것을 마냥 '악하다', '죄값을 치러야 한다'라는 개념으로 생각해보기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태종 방원은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나서 세종을 왕으로 만들어줬고,

안중근은 민족을 위하여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다지만

만약 일본이 우리나라를 차지했다면 지금도 희대의 악랄한 테러리스트 살인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압니다.

 

인간의 '죄'라고 말하는 것이 그토록 쉽지 않은 개념인데,

한 사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20대의 살인으로부터 40대에 전국을 슬프게 돌아다니면서 죽기까지의 여정을,

그저

"세금 잡아먹는 악랄한 살인자, 그리고 죽기 전에는 과연 뉘우치기는 했을지 모르는 한심한 놈"으로서의

의미없는 방황 따위로 보는 네티즌들을 보고

저는 치를 떨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니들이 저 사람보다 하나도 나을 게 없다. 니들은 그저,

니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너희들 입장에 불이익이 오니까 안하는 것일뿐.

정말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데서 나오는 준법 행위는 아닐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 이러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될 때마다,

이 사회와 일반 사람들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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