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시간의 역순으로 글을 적어 보겠습니다..
얼마전 추석을 앞두고 친구 3명과 함께 해외여행을 갔다왔고,
여행의 두번째날 아침 제 여행경비 300달러가 없어진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전체 여행경비의 반이 조금 안되는 액수였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무지 큰 돈입니다..
애시당초 약간 넉넉하게 경비를 준비했던 터라, 친구들한테 조금 돈을 꾸긴 했지만
소매치기를 당했거나 제가 어디서 흘렸다고 대충 결론을 짓고,
여행은 큰 지장없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잃어버린걸 알았을때 멘탈 수습이 좀 힘들긴 했죠..;;)
그리고 여행이 끝난 지금, 같이 동행했던 한 친구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의심하게 되니 제가 무슨 탐정이라도 된 마냥,
그친구의 여행당시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하느라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입니다..
만난지 20년이 가까워오는 친한 친구중에 한명인데, 설마 그럴리가 있을까, 내가 이렇게
의심하는것이 그친구에게 내심 너무 미안하기도 했었으나..
그냥 넘어가기엔 걸리는 심증들이 많네요..
그래서 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해야 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너무 고민이 많아 여러분의 작은 의견이나마 듣고 싶
습니다.
그럼 여행 출발 날짜로 돌아가서...
공항에 도착하여 환전을 하고 지퍼가 달린 긴 지갑에 돈을 넣고 지퍼를 분명히 채워서
제가 매고온 백팩 한쪽 깊숙한 곳에 지갑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여행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 이튿날 제가 지갑을 꺼내기 전까지 단 한번도 지갑을 꺼낸적이 없었습니다.
가방도 수화물로 부치지 않아서 제가 비행기에 직접 가지고 탔구요..
전 성격이 꼼꼼한 편이라 덜렁대다가 돈을 흘리거나 할 성격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몇백달러의 큰돈을요..
그렇다고 타인이 훔쳐갔다고 생각하기엔 왜 돈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 가져갔을까요? 이상하죠?
게다가 지퍼까지 다시 채워서 원래 있던 위치에 고이 넣어둔것도 그렇구요..
여기서 부터 그 친구에 대한 의심이 시작됩니다..
1. 환전을 하고 가방에 제 지갑을 넣는 것을 오직 그친구만 옆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견물생심' 이라는 말이있죠.. 그친구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친구인데.. 최근까지도너무 여행계획을 많이 잡아놔서 요즘 돈이 좀 부족하다는 얘기를 가끔 했었습니다..
2. 제가 유일하게 가방을 곁에 두지 않았던적이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간 시간이었는데, 그 친구만 이미 밥을 먹었다며 우리 짐을 지키겠다며 공항 터미널 벤치에 홀로 가방들과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3. 돈의 일부만 없어졌던것 - 전부 가져가면 여행자체를 망쳐버릴 수 있으니, 여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적정선에서 훔친것이 아닌가?
4. 그친구랑 만나면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을 가끔 봐 왔습니다..
근데 사실 그게 '도벽' 이니, 손버릇이 않좋다 할 정도의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면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소주잔이 예뻐서 슬쩍 한다거나,
호텔에 구비되어 있는 포크나 스푼등을 필요에 의해 챙긴다거나.. 도둑질이라고 하기엔 애교스러운 것들이죠.. 하지만 지금의 제 상황에서는 그랬던 모습까지들도 저의 의심을 뒷바침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5. 이친구랑 십수년을 만나왔지만, 사실 저랑 그렇게 죽이 잘 맞는다거나 굉장히 우정이 두터운 관계는 아닌것 같습니다.
적어도 그 친구가 저에게 느끼는 정도는요.
그친구 성격이 워낙 이성적이고 잔정(?)같은게 없이 딱딱한 성격이라, 그렇게 느낀건진 모르겠지만, 100% 신뢰하기가 힘든 친구라고는 가끔씩 생각해왔습니다..
뭐 이정도입니다.. 의심은 의심을 자꾸 낳더군요..
이 모든게 저의 망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를 의심해야 하는 제 자신도 싫어집니다.. 그친구에게 말한다면 관계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장바꿔 생각하면 저라도 기분 나쁠테니까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종일 이 생각 뿐입니다.
도와주세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