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토피가 있어서,
털이나 울 같은 소재는 알러지에 의한 가려움을 일으켜서 전혀 못 입고,
순면으로 된, 통풍이 잘 되는 옷만 입습니다.
제가 단골로 가는 헤지스 매장을 오랜만에 가을 옷을 사려 갔는데,
처음으로 남자 사장님이 매장을 보고 있더군요.
물론, 안쪽에는 예전부터 계시던 사모님과 아주머니 직원이 계셨고요.
그래서 사려는 상의옷들이 걸어진 곳에 가서 옷들을 봤더니,
예전에 봤던 옷들은 안 보이고
조금 두껍거나 털 성분이 있는 옷들 위주로 있더라고요.
저를 봐주고 있던 사장님한테
(저는 옷 고를 때 금방 고릅니다.
선택이 빨라요.
매장 들어간지 10초 쯤이었을 겁니다.)
"엇, 이런 소재들 밖에 없나요?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이런 옷 소재들 없나요?"
그때 저는 역시 그 매장에서 샀던 헤지스 순면 상의를 입고 있었거든요.
저는 비슷한 소재 또는 같은 소재로 사려 했던 겁니다.
그래서 그분이
"그 옷은 봄옷이고 이제는 다 들어가고 가을 옷 밖에 없어요."
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제가 입고 있던 옷도 사실 가을 시즌에 샀던 옷이고,
가을과 봄의 차이가 저로서는 뭔지 궁금하더라고요.
제 계산으론 가을과 봄은 기온이 비슷한데,
왜 소재가 판이하게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랬더니 사장님께서
"대체 어떤 게 궁금하신가요? 봄옷과 가을옷은 구성이 다릅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러면 소재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입고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가을 옷은 없다는 말씀인가요?"
라고 했죠.
조금도 따지는 말투가 아니었고, 그저 정상적으로 존대어로 물었습니다.
특히나 그분이 나이드신 남성분이었기에.
그랬더니 갑자기 그분이 언성이 높아지더니
"대체 무엇이 알고 싶은 건가요?
가을옷과 봄옷은 구성이 달라요. 24수 30수 그러듯이 다 달라요.
굉장히 과학적인 분이신가 본데, 뭘 알고 싶은 겁니까?"
하시더군요.
이런 경우는 제가 31년 인생 동안 매장 가서 옷을 사면서 처음 겪었습니다.
"아니, 저는 아토피 때문에 제가 입고 있는 이런 순면 소재로 사야 하고,
털 성분이 있는 것은 못 입어서요."
사장님이 거의 흥분하듯이 큰 소리로 왈.
그런데, 본인도 지나쳤나 싶었던지 첫문장 뒤로는 소리를 살짝은 줄이더군요.
저는 솔직히 욕이 나오려 하고 주먹이 쥐어지고 얼굴이 굳어지려는 것을
정말 애국가 부르면서 얼굴을 풀고 미소를 지었네요.
그저, 이곳은 내가 옷을 사려 온 것이고, 옷만 사고 나가자 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아니, 그니까 뭘 원하시는 겁니까?
아토피니 머니 무슨 말씀인지 알겠는데,
저는 더이상 설명해줄 수 없으니 저기 안쪽 사모님한테 물어보시죠!"
하더군요.
왜 자기 아내를 두고 사모님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자신이 동문서답을 계속 했으며,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손했습니다.
말투가 따지는 말투도 없었고,
제 아토피 상황을 설명하며 말하는데
시비조로 받아치더군요.
그런데, 사모님이나 다른 아주머니 분도 표정이 안좋더군요.
뭔가 가게에 일이 있는건지, 부부 싸움을 한 건지,
아니면 사장이 저한테 그렇게 행동해서 무안한 건지.
저는 이 상황까지도 계속 미소를 지어줬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바로 제가 입고 있는 소재의 옷들이 찾아지더군요.
그 남자 사장은 제 옷이 어떤 옷인지도 파악하지도 않고
가을옷이니 봄옷이니 했고,
저는 단순히 아토피로 소재에 대해 궁금함이 들었고
원하는 소재의 옷을 찾으려 했을 뿐인데,
무슨 과학적이고 뭐니 소리를 들으면서 큰 소리를 들었네요.
그렇게 두벌의 옷을 샀고,
가게에 들어간지 3분 동안 그 사장한테 언성 듣고,
실제 옷 고른 것은 1분, 1분 동안 계산(제가 단골이라 포인트 누적 등 절차)하고 나왔네요.
원래 할인이 안되는 옷들이었는데,
그 사모님이 10퍼센트 할인을 적용해주시더군요.
제가 어떻게 할인된건지 물으니,
그냥 본인들이 내부적으로 할인해주신 거라고 합니다.
부부싸움을 했다면 그 사장은 왜 생뚱맞은 손님한테 푸는 겁니까.
가게에 무슨 일이 있긴 했나 본지, 사장이 계속 부산히 움직이긴 하더라구요.
뭘 직원들한테 묻고 다니고.
그러면 쉬고 있던 직원들한테 처음부터 좋게 인계를 해주던가요.
제가 그곳에서 지갑, 옷 전부 사왔는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네요.
저는 이것저것 물어보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옷 입어보지도 않고 바로 삽니다.
유일하게 물어보고 찾아 보는 게 제가 입고 있던 아토피에 괜찮은 소재의 옷 뿐이었어요.
그곳에서 옷 사면서 제가 원하는 100 사이즈로 주라고만 하고
입어보지도 않고,
이리저리 옷들 골라보지도 않고 저는 바로 사와요.
정말 깔끔하게 초스피드로 심플하게 옷을 사왔었는데,
제가 이런 일을 겪을 것이라곤 생각못했습니다.
게다가 싸구려 옷도 아니고, 벌당 십만원 넘는 건데...
앞으론 인터넷으로 사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