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엘리베이터에서 심쿵 ㅠ

골실브노답 작성일 16.05.17 08: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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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렇습니다.

 

제가 어젯밤에 아파트 스크린도어를 열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자 탑승했습니다.

 

그런데 뒤이어 들어오는 여자를 발견하고 1층 버튼을 누른 채 기다리면서 저 사람이 올라가라는 제스쳐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경험적 추론을 바탕으로 그녀의 몸짓에 계속 집중했지만 그냥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더군요. 엘리베이터에 모르는 사람과

 

같이 타면 약간 어색함을 느끼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보는 척 했지만 그녀가 먼저 밝게 웃으면서 저한테 감사합니다~ 이러길래 답을 했습니다.

 

직딩 누님으로 보이는데요. 별로 꾸미지도 않았는데 화사하고 약간 모범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녀의 고맙다는 표시에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찰나 이제 그녀가 층을 누르려고 하다가 불이 켜져 있는 층을 보고 멈칫하더니 다시 또 저한테 인사를

 

합니다. 아마 앞집에 사는 이웃이란 걸 인지하고 인사한 것 같은데 심쿵했습니다 ㅠ 저도 안녕하세요! 란 인사를 남긴 후 재

 

빨리 엘리베이터 닫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 아파트에 2년을 살면서 바로 앞집에 그녀가 살고 있다는 건 처음 알게 됐네요. 잠시 작은 공간에서의 어색한 시간이 지난 후 그녀가 다시 어색하지 않게 저를 쳐다보면서 뭐라고 했었는데 심쿵 연속을 당해서였는지 정확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녀와의 갈리는 길에서 그녀의 인사에 웃음으로 답한 뒤 고개로 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샤워하면서도, 자려고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의 상황이 자꾸 생각났고 지금도 여전히 생각납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성의 2D사진을 보면 이성의 생김새를 면밀히 따지게 되지만, 막상 실제로 현실에서 만나보면 얼굴의 형태는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이성의 목소리, 매력, 풍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에 퐁당 빠지게 되는 것 같은데 과연 사진이란 것은 호감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물론 얼굴이 이쁘다는 걸 제 의식이 처음에 인지했기 때문에 호감으로 받아들인 걸 수도 있겠지만, 처음 친구를 사귈 때를 보면 얼굴의 형태, 이목구비 위치, 그 사람의 키부터 파악하기보다 일단 매력을 보고 사귀었던 것 같아서요.

 

아무튼 점점 사회가 각박해지고 이웃 간에 의사소통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 그런지 어제 처음 본 이웃과의 몇 마디 나눈 인사는 달콤한 추억이 되어 제 마음속에 간직된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 누군가를 비방하는 것보다 좋은 말을 함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삶 또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저 여자처럼 항상 밝은 말만을 해야겠다.. 란 다짐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이번에 토익 시험을 칠 때 연필을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이 담당 시험 감시관한테 연필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털어놓자 뒤에 있던 여자애가 그 남자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면서 연필을 주는 것을 우연찮게 목격했는데, 흐뭇함을 느꼈습니다. 이런 연속된 행위가 이어지고 이어져 그 행위가 전염이 되고 다른 사람의 인생 또한 바꿀 수 있으며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원동력은 사랑과 타인에 대한 이해심, 배려가 아닐까?

 

 

이야기가 산으로 갔네요. 결론은... 그녀는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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