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입니다. 돈을 나름 성실하게 잘 모운편입니다.
일단 저와 제 와이프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신용카드를 한번도 만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 말은 빚이없고 빚져본적도 없고, 할부를 해본적도 없다는 말이죠.
차도 7년 정도 타왔고.
돈쓰는 취미도 없고. 외식도 잘 안하고. 여행도 잘 안가고.
좋은 물건 자랑할줄도 모르고.
끼리끼리 만난다고 와이프도 그런 와이프 만나서 결혼 후 더 잘모우고 있습니다.
몇전쯤에 광주광역시 최고의 프리미엄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무등산 아이파크...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돈만 모우고 개인생활 없이 살아왔는데 이정도 아파트는 들어가도 되겠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청약 1순위라서 넣었는데, 떨어지더라고요.
알고보니 최고 경쟁율 200대1.
물론 진짜 살 사람들보다 투자자들 때문에 괸히 프리미엄만 더 올랐었죠.
살고는 싶고, 방법은 없어서.
당첨된 사람한테 피를 주고 분양권을 사기로 했습니다.
34평 19층. 나름 로얄층
1700만원 현금주고 분양권을 샀습니다.
평균 시세가 1500만원 정도였는데 좋은 층수를 위해서 돈을 좀 더 썻습니다.
저 한테 분양권 판매한 사람은 돈 받고 나서 바로 중고차 시장가서 HG 뽑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TG 7년 넘게 탓었는데 ,,,,,,
이때 1차 멘붕이 왔었습니다.
내가 분양권을 1700만원 주고 샀을때는 별 다른 감정을 못느꼇었는데.
그 사람이 HG를 뽑았다는 소리를 들으니,
나는 TG를 타고 있지만, 남한테 내 차보다 더 좋은 HG를 사준 그런 기분이 드는겁니다.
뭔가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이렇게 큰돈이 이렇게 쉽게 왔다갔다 한다는게 신기했었습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나이가 젊어 보이던데, 거주하려고 분양권 산건 아니지요?
투자하려고 산거지요?
저한테 5000만원에 파실래요?
2차 멘붕...
총 2달 동안, 집값이 5000만원 올랐습니다.
그냥 노동도 없이 아무것도 안하고 분양권은 가만히 있었는데 5000만원이 올랐습니다.
저는 1700만원 주고 분양권을 샀으니, 제 기준에서는 3200만원이 오른거죠.
이 부동산 업자들이 5000만원에 사려는 이유는 완공 후 더 오를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최소 7000만원, 최고 1억까지도 집값이 오를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예정입니다.
진짜 오를건지 안오를건지는 막상 가봐야 아는거죠.
저는 절대 투자목적이 아닌, 평생 늙어 죽을때까지 살 목적으로 내집 마련한거기 때문에
5천이 오르던 1억이 오르던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안팔거니깐요.
나중에 자식한테 물려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일이고 내 명이 다할때까지는 팔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1억, 2억이 올라도 나한테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거죠.
그런데 자꾸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습니다.
집값이 올랐다는 기쁨, 이런게 절대 아닌, 노동에 대한 허탈감이 너무 큼니다.
제가 5000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중고 노트북을 1000~1300대 정도를 팔아야 합니다. (개인사업 중입니다)
저는 직원 없이 혼자 일하기 때문에 그정도 팔기위해서는 정말 밤 낮없이 꼬박 몇개월을 일해야합니다.
5000만원 빠짝벌려면 사람같이도 않은 생활을 몇개월 꼬박해야 벌어지는 아주 귀하고 큰 돈이죠.
근데 이 5000만원이 2개월 사이에 아무것도 하지않았는데 벌어지다니....... 내 노동의 가치가 하락되는 기분이 드네요.
정말 지금까지 100원도 아껴가면서 남들보다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내가 몰랐던 세상을 접하게 되니 일이 너무 하기 싫어집니다.
지금 제 책상옆에는 작업해야되는 노트북과 태블릿들이 쌓여져있는데 몇일째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잡다한일 해봤다 겨우 하나팔면 3~5만원 나오는데, 너무 부질없어 보이더라고요.
늦게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했나요.
이럴줄알았으면 미리미리 이런것도 접해보는건데.
지나치게 성실하게 살아온게 지금의 독이되는거같네요.
마음잡기가 힘듭니다.
갑자기 로또도 하고싶고 증권도 하고싶습니다.
형님들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