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아프다. [자작 똥시]

경종 작성일 16.11.11 0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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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을 남이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나 역시 남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히고,

통하지 못 한채,

혈액이 멈춘다.

 

눈은 혈액이 돌아야 한다.

산소와 양분이 공급되고,

노폐물은 걸러 나가야 한다.

 

피가 돌아야 하는데,

귀와 눈이 막히고,

뇌에 위기가 엄습해 온다.

 

딱딱한 글들.

언뜻 보면 시 같지만,

어구 하나하나는 딱딱하고,

막힌 체,

염증같은 이 놈의 글.

 

누군가 약을 놓아주길 바라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바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 밖의 바람.

 

삶을 메어오는 실타래를 잊고,

바람에 실려 오는 밤의 빛들.

 

찬 바람의 광대함이,

곧 찬란한 빛들이다.

 

누군가, 당신의 손들을 묶는다면,

힘을 주지 마시오.

 

누군가가 당신의 뇌를 막는다면,

집착하지 마시오.

 

그저 바람결에,

휘날리는 낙엽이 되고,

다음해 태어나는 싹이 되시오.

 

낚시 고리에 주둥이 꿰인체,

더 움직이지 마시고,

물결에 마음을 놓으시오.

 

당신의 가슴에 물길의 울렁임이,

어릴 적의 원초적 촉감으로 일렁인다면,

 

그제서야,

비로소 그제서야,

당신이 기억못할 신생아일 적,

당신의 머리를 쓰담던 어미의 손길이,

눈을 덮고 황홀함을 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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