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을 남이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나 역시 남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히고,
통하지 못 한채,
혈액이 멈춘다.
눈은 혈액이 돌아야 한다.
산소와 양분이 공급되고,
노폐물은 걸러 나가야 한다.
피가 돌아야 하는데,
귀와 눈이 막히고,
뇌에 위기가 엄습해 온다.
딱딱한 글들.
언뜻 보면 시 같지만,
어구 하나하나는 딱딱하고,
막힌 체,
염증같은 이 놈의 글.
누군가 약을 놓아주길 바라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바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 밖의 바람.
삶을 메어오는 실타래를 잊고,
바람에 실려 오는 밤의 빛들.
찬 바람의 광대함이,
곧 찬란한 빛들이다.
누군가, 당신의 손들을 묶는다면,
힘을 주지 마시오.
누군가가 당신의 뇌를 막는다면,
집착하지 마시오.
그저 바람결에,
휘날리는 낙엽이 되고,
다음해 태어나는 싹이 되시오.
낚시 고리에 주둥이 꿰인체,
더 움직이지 마시고,
물결에 마음을 놓으시오.
당신의 가슴에 물길의 울렁임이,
어릴 적의 원초적 촉감으로 일렁인다면,
그제서야,
비로소 그제서야,
당신이 기억못할 신생아일 적,
당신의 머리를 쓰담던 어미의 손길이,
눈을 덮고 황홀함을 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