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짱공 형님들
나는 친구가 없어요. 고등학교 동창도 연락하는 친구가 없고 대학도 마찬가지에요.
회사생활 하다 만난 사람들도 연락하는 사람이 없네요.
예전엔 이렇지 않았어요. 아침부터 새벽까지 하루에 약속만 4개씩 잡고 돌아다니느라 바빴죠.
전 애들이 날 만나는 걸 되게 좋아하는지 알았어요. 연락도 자주 오고 자주 보자고 했으니까요.
여자애들을 만나도 마찬가지고.. 맨날 연락오고 고민 얘기하고 보고 싶다그러고..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동창들이랑 약속을 잡고 만나면 내가 돈을 냈습니다. 4~5명씩 만나도, 그냥 내가 계산했어요.
10번을 내가 내면 1번 정도 자기들이 돈모아서 내고 그러더라구요.
대학 선배들이랑 술을 마셔도 제가 더 많이 냈어요.
제가 금수저도 아니고,
당시 학생 시절에 돈이 많았던것 도 아니고.. 사고 싶은것도 많고 하고 싶은것도 많은데
그냥 안하고 인간관계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살았었습니다. 과외 몇개씩 해서 번 돈으로 등록금 보태고 그러고 남은 돈으로
밥사고 술사고 그랬죠..
그러다가 문득, 얘들은 나를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고 중요한 관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나오라는 연락이 올 때, 내가 요즘 힘든 일이 좀 있어서 한 동안은 만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더니
무슨 일인지 몰라도 우리가 들어줄테니 보자는 식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거기다가 보태서 내가 지금 돈이 없다..고 했더니, 약간 흠칫 하더니 다시 연락 준다고 하고
잠시 후에 연락이 와서는 '이번에는 우리가 낼테니 다음에 너가 내라.' 고 하더라고요... 그냥 안나가고 말았습니다.
만나던 여러 그룹이 있었는데, 다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다음에 너가 사라, 내라' 얘기는 꼭 하더라구요.
그래서 먼저 연락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도 연락이 오긴했는데 대부분 그런거였습니다.
야 전에 너 술사준다고 해놓고 왜 안사주냐..? 이런식
네 단순히 어린 시절에 어떻게 말하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더군요.
졸업 후 고등학교 같은 반 동창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을 때 (많이 친한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친구들 데리고 가서 밤새고 장지까지 같이 갔는데, (애들 힘들다고 하는거 다독 거려서 같이 있어줬습니다. 가려고 했는데 밤에 빈소가 너무 썰렁하더구요...) 그 뒤에 연락 한 번 못 받았었고..
여럿이 걸어가는데 4명이 가면 2, 2 로 서서 가고, 5명이면 3,2로 걸어 가면 되는데.. 굳이 3,1 이나 2,2,1로 걸어서
전 항상 끝에 혼자 걸어가던 기억이요..
당시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유사한 기억들이 많이 나면서 그럼 설마 그렇게 반응했던 것도...
정말 많은 에피소드 들이 생각이 나면서 아 나를 진짜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얘기하다 보니 끝이 없겠네요...)
몇 년 넘게 연락 없다가 가끔 연락이 온 적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야 너 xx 결혼식인데 안오냐?"
본인이 연락 온 것도 아니고 다른 놈이 결혼식 전날 밤에 저렇게 말하면 가야 되나요....?
그래도 당연히 일부 인간관계는 남아 있었습니다. 근데 그것도 제가 삶의 터전을 옮기고 하는 일이 달라지다보니
서서히 끊기게 되더군요.
그렇게 충격을 먹고 나서는 그냥 스스로가
인간관계도 잘 관리 못하는 못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뭐 비슷하구요.
그렇다고 그걸 후회하진 않습니다. 친구가 없지만 외롭지 않아요.
돈 빌려주고 뜯긴 적도 있고... 물건 빌려줬다가 못받은 적도 많고
야 넌 친구끼리 뭘 그러냐? 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는데 이젠 그런 일이나 그런 소릴 안들어도 되니까요.
이 새끼들은 지들 필요할때만 친구라는 말을 붙이더라구요. 니 들이 날 친구라고 생각하긴 했냐?
어.. 쓰다보니 왜케 길어졌는지. 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응어리가 있나봐요.
긴 글.. 안 읽으시겠지만 클릭이라도 해줘서 고맙습니다.
밥 먹고 미녹시딜 바르러 가야겠네요.
점심 챙겨드세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