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것부터 말하고 시작해야겠내요.
혹시 어매이징 스파이터맨 2를 아십니까?
개인적으론 상당히 즐겁게 본 영화인대, 사실 이 영화에 대한 평은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전 그게 그렇게 이해가 가질않았고, 내가 영화보는 눈이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을 꽤나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문에 어느정도 답을 찾은건 PS4용 게임인 Marvel's Spider-Man 을 한 이후였죠.
이 게임에 나오는 스파이더맨은 영화화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중 어매이징에 가장 가깝습니다. 피터파커의 케릭터성에서부터 계속해서 잡담을 해대는것까지 말입니다.
그래서 문뜩 생각이 나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을 다시보는대, 처음봤을때는 느껴지지않았던점이 좀 보였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거죠. 어매이징 스파이더맨2는 스파이더맨 영화라기보다는 피터 파커 영화입니다.
우리는 히어로 영화를 보러갈때 히어로를 보러가는거죠.
물론 시리즈의 시작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일을 겪고 히어로가 되고 되어가는지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 자체가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사람들은 히어로의 일상성을 보기위해 히어로 영화를 보러가는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어매이징 스파이더맨2는 스파이더맨 뿐만이 아니라 피터 파커로서의 정체성 또한 영화에 그려내고있습니다.
한정된 영화러닝타임속에서 그런일을 한다는것은 스파이더맨을 보여주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이 되는것이기도 하죠.
그럼 저는 왜 어매이징 스파이더맨2도 재미있었을까요. 그건 간단합니다. 전 피터 파커 라는 케릭터도 좋아하거든요.
글이 자꾸 길어지는대, 캡틴마블 후기라고 하면서 전 왜 스파이더맨 영화 이야기를 하고있었을까요.
간단합니다. 캡틴마블은 제목은 캡틴마블이지만 사실 더 어울리는 제목은 케럴 댄버스 이기때문이죠.
(이 포스터를 믿지마세요.
메인샷에 쥬드로가 나와야하는 이유는 단 1도 없습니다. 있다면 오로지 쥬드로가 유명하다는것뿐..)
이 영화에서 중요한건 캡틴마블이 아니라 케럴 댄버습니다. 케럴 댄버스의 분투기, 혹은 성장기죠.
논란이 꽤나 된 패미니즘 이슈는 의외로 그다지 거슬리지않게 잘 녹여놔서 그렇게 거슬리진않습니다.
그보다 문제는 그냥 재미가 없다는거죠.
이 영화를 짧게 표현하자면 일렉트로와의 전투신이 없는 어매이징 스파이더맨2입니다.
액션신은 어색하고 짧으며 박력도 없으며, 무엇보다 잘 안보입니다.
특히나 음악은 최악입니다. 질이 떨어지거나 그런걸 떠나서, 도대체 저 신에서 저런음악을 왜 쓰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돕니다. 완벽하게, 전혀, 눈꼽만큼도 어울리지않는 음악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크리종족의 전사가 캡틴마블로 각성해 나가는것이 아니라, 크리종족의 전사가 핍박받아왔지만 그걸 극복해온 여성 케럴 댄버스로 다시 돌아가고, 캡틴마블이라는 히어로로서의 정체성, 케릭터성은 전혀 보여주질 못합니다.
결론은 캡틴마블이 아닌 케럴 댄버스의 팬이라면, 그리고 핍박받아온 여성이 자신의 힘으로 그 핍박에 굴하지않고 결국 그것을 이겨내는것을 보면 매우 행복하시다면 보시는것도 나쁘진않을껍니다.
하지만 그렇지않다면, 솔직히 돈낭빕니다.
솔직히 블랙팬서도 재미는 있었지만 평론가들이 난리를 친만큼 재미있었느냐 라고 물었을때 아니라고 생각했고
홈커밍도 세평 만큼은 아닌것같은대... 라고 생각하긴했지만,
이번 캡틴마블은 그것들과는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압도적으로 수준이 떨어집니다.
초반 30분정도가 그나마 가장 볼만합니다. 그 이후부턴 미묘한대...미묘한대...미묘한대.....하다가 어? 이러고 끝? 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