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독거노인처럼 살다 죽으면 늦게 발견된 나를 보며 후회하고 괴로워할 사람이 걱정되지.
죽은 나는 괜찮아. 뭐 어때.
혼자 살다 청소도 못 해놓고 죽으면
남루한 살림들을 보며
눈물 흘릴 사람의 아픈 마음이 걱정되지.
이미 떠난 나야 뭐 어때.
혼자 살다 설거지도 못 해놓고 떠나면
먹다 남긴 허술한 반찬들을 보며
통곡할 사람들의 아픔이 걱정되는 거지.
이승의 상황들을 볼 수 없는 나야 뭐 어때.
미처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숨을 멈추면 이대로 자는 듯이 떠나면
나 없는 나를 발견할 사람을 위해
혼자만 봐야할 것이나 버릴 것은 자주 버리고 설거지를 깨끗이 해놓고,
잠자리에 들 때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기는 해.
그래도 행여 나 떠난 뒤.
허술하고 초라한 생계가 구석구석 발견되는 건 발견자를 괴롭히는 면목없는 일.
나 없이 누운 나를 발견할 누군가를 위해 좋은 문장 좋은 그림 몇 점은 주검 옆에 사치처럼 남기자고 시를 쓰고 삶을 그리는 것.
슬프고 아픈 시대를 만나 겉으로는 슬퍼했지만, 뒤돌아서 홀로 몰래 즐거움을 찾아 헤맨 흔적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비겁함의 유적처럼 여기저기 나뒹구는 술병들이 나 떠난 뒤 발견되는 건 창피한 노릇이긴 해.
나 혼자살다 죽으면 나 없이 누운 나보다 나를 늦게 발견한 사람의 가슴 치는 후회와 그렁그렁한 눈망울이 더 걱정이라는 거지.
세상에 없는 나야 뭐 어때.
그래도 나 없는 나를 발견할 사람을 위해 빨래를 하고 반찬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부끄러운 나를 수습하기 위한 시와 그림 몇 점.
나 떠난 나를 발견할 사람의 슬픔을 위해 살아서 부끄럽지 않은 일에도 기웃거리는 거지.
밤이면 굽은 등을 펴고 깨끗한 이부자리에 반듯하게 눕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