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글 쓰기도 바쁜데..
자꾸 정부에서 미션이 내려오는 느낌입니다.
정부는 25학년도 현 고2 학생들부터 대학에서 학과, 학부를 폐지하는 방향의 신입생 선발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사실상 권고이지만 엄청난 지원금 앞에서 대학들이 선택지가 많을까 싶습니다.
많게는 100억 원 정도라고 하니..
그렇다면 대학이 겨우 그 금액에 정부 정책을 따라간다고?
물론입니다.
3~4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서울의 모 명문대는 정부에서 종합전형을 줄이고 교과전형 또는 정시 전형을
늘리면 약 10억 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했을 때 해당 지원금을 위해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교과전형에 대한 비중을 많이 늘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원금이 나쁜가요? 해당 학교는 교과전형에 종합전형을 MIX하는 방식으로 전형을 늘렸기 때문에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정시비중을 30%이상으로 늘리거나 교과전형을 늘려야 했는데 정시비중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지원금도 받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당시에 라이벌 학교는 교과 전형의 비중을 늘리지 않았는데 아마 그 학교는 우유를 팔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이제 어떤 학교인지 다들 아시겠죠??^^;;
어쨌든, 이번 정책 결정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습니다.
첫째, 학생들의 학교별 입시정책은 학생들의 현 고2 5월 말까지 공시하게끔 돼 있습니다.
이거에 맞춰서라면 사실 이 정책은 현 고2부터 실행될 수는 없습니다.
지원금이 아무리 크더라도 설마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할 대학이 있을까 싶네요.
둘째, 이 정책은 사실 2016학년도에 중앙대학교에서 먼저 시행하려고 했었던 정책입니다.
아니지.. 굉장히 많은 대학에서 사실상 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먼저, 성균관대학교는 학생들의 수시모집에서 계열모집으로 특정 학문 분야 계열의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물론 이번 정책은 단과대, 학부, 학과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내용이라 훨씬 더 강력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2015년에 해당 정책을 발표했던 중앙대학교의 입장을 인용하자면,
"선택을 받지 못한 전공은 다른 학문과 융·복합 등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
이라고 학과 통폐합을 예고하기도 했었습니다.
이게 뭐가 그리 문제가 되는가..
대학들이 사라지고, 전공들이 사라지겠죠.
아마 카페 회원분들 중에도 99학번 부터 시행됐던 학부제를 기억하실 겁니다.
몇년 사용되다가 유명을 달리했지만, 당시 대학들은 학부제를 통해서 경쟁력이 없는 학과를
통폐합 하는 방식으로 전공을 없앴습니다. 대다수의 전공들은 인문, 사회 계열의 전공이었습니다.
여기서 웃기는 일이 발생합니다.
23년 5월 서울의 일부 대학들은 인문계열 학과 살리기를 언급하며 현 고2 학생들부터는
정시에서 이과생들의 문과 침범을 막기 위해서 수능 사회탐구 영역에 가산점을 부여해주기로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연세대, 경희대 등의 학교들이 참여했죠.
대학에서는 인문계 살리기를 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인문계가 더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희박하지만 가능합니다.
작년 정시 전형에서 의대 추가합격으로 sky에서 순수학문 전공에 대한 미등록 인원이
30%씩 나오는 걸 보면 아마도 인문계열은 불리하긴 하겠습니다.
셋째, 아이들은 이제 재수를 20살에 하지 않고 21살에 할 수도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학부제에 입학을 했던 대학 신입생이었습니다. 그런 때가 있었네요..ㅎㅎ
당시 제 동기들 중에는 2학년에 올라가면서 본인이 원하는 전공에 배정받지 못해
실제로 재수를 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생전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비인기학과를 나와서 관련 직업을 선택하기는 죽기보다 싫겠죠.
사교육자인 제 입장에서는 어쩌면, 이제 대학교 1학년 교양과목에 대한 사교육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점수에 맞춰서 자연계에서 문과침공을 했던 학생들이 재수를 해서 다시 자연계로
입학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물론, 명목상으로 인문계 죽이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인문계는 죽을 겁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데 유사한 정책들에서 인문 사회계열 대학들은 구조조정을 당했던 사례가 많습니다.
"모든 사유를 수학적으로 하라."라는 명제를 날렸던 철학자 데카르트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할까요? 철학과 인문학이 없는 과학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넷째, 이 정책은 유명무실한 정책이 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현재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과학이나 수학 미적분을 수강하지 않은 학생에게
전공 선택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자연계열의 문과침공이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학과 학부를 없애고 아이들을 통으로 받는다고 해서 인문계열을 졸업한 학생들에게
자연계열 선택지를 부여한다?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어차피 고교에서 인문계열이었던 학생들은 대학교 1학년의 자연계열 교양수업을 듣기 힘들기
때문에 실제로 교차 지원의 여부는 어렵다고 하겠습니다.
차치하고..
이제 대학들의 선택이 남았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대학들은 신입생 선발에서 학과를 폐지하겠습니다.
현 고2부터 시행할 학교는 많지 않겠지만, 현 고1부터는 확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대학들은 신입생을 선발해서 어떻게 전공에 배치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극단적인 재수생들이 늘어날 경우 그에 따르는 정원 부족에 대한
문제를 대학이 책임져야 하니까요.
이런 복잡한 입시제도라니.. ㅎㅎ
대한민국 대학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