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클럽으로 이적 파문을 일으킨 이천수(28)의 '막가파식 행동'이 축구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수원에서 임의탈퇴된 후 오갈 곳 없던 자신을 받아준 코칭스태프에게 배신의 칼을 꽂은 것도 모자라 항명에 이은 주먹다짐, 그리고 팀을 무단 이탈까지 했다.
▶박항서 감독에게 항명
전남이 포항으로 원정을 떠나기 전날인 27일 오전 전남 숙소. 박항서 감독은 이천수에게 "사우디에 가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며 포항전 출전을 명령했다. 하지만 정작 원정길에 나서려던 순간 이천수는 보이지 않았다.
박 감독은 자기 방에 있던 이천수를 불러 이유를 물었다. "사타구니가 아파서 못 뛰겠다"는 답변이었다. 화가 난 박 감독은 "평소 멀쩡하더니 왜 갑자기 부상이냐"고 따져물었다.
순간 이천수는 팀 닥터를 향해 "닥터! 내가 사타구니가 아프다고 했잖아"라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벌컥 냈다. 박 감독은 자신의 지시를 어긴 이천수의 행동에 대해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이천수는 반성의 기색없이 물러서지 않고 감독에게 대들었다.
▶하극상의 극치, 코치와 주먹다짐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하석주 코치가 발끈해 이천수를 나무랐다. 이천수는 국가대표 대선배인 하코치와도 언쟁을 벌이며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후배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보다 못한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이천수에게 컵을 내던졌다. 격분한 이천수는 김 코치와 주먹 다짐을 벌이는 하극상도 서슴지 않았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대표로 뛴 김코치는 이천수의 고려대 11년 선배다.
▶무단이탈
이천수의 도를 넘는 행동은 박 감독이 수습안을 내면서 일단 진정됐다. 박 감독은 포항 원정을 가지 못한 이천수에게 "2군 일정에 따르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천수는 짐을 싸서 숙소를 떠나버렸다. 전남 구단 관계자는 "이천수가 포항 원정에 따라 나서지 않고, 2군 훈련에도 참가하지 않은 채 28일 팀을 이탈했다"고 밝혔다.
▶전남, 임의탈퇴 조치
전남 구단은 이천수의 막무가내 행동에 대해 29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임의탈퇴시키기로 했다. 이천수는 지난해 12월 수원 삼성에서 임의탈퇴된데 이어 6개월만에 다시 팀으로부터 버림받는 운명에 처했다. 본지는 이천수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