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보였어요, 얼굴에 웃음도 가득하고”.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성당에서 만난 한 직원은 전날인 19일 이 곳에서 혼배 미사를 올린 가수 겸 배우 비와 배우 김태희의 모습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이 직원이 비ㆍ김태희 부부를 처음 본 건 혼배 미사가 끝난 뒤 본당 사용 관련 계약 문제로 서류 등을 전하면서였다고 합니다. 특히 “사진 촬영을 할 때 웃음 소리가 크게 들렸다”고 했습니다. 경건한 미사를 끝낸 두 사람이 백년가약을 지켜보러 온 가수 박진영과 싸이를 비롯해 배우 이하늬 등 하객들과 웃음을 나눈 시간이었겠지요. 비ㆍ김태희 부부가 혼배 미사를 올린 본당은 성당 건물 2층에 있었지만, 이곳에서의 미사 과정은 스피커를 통해 성당 1층 사무실 등에서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미사가 열리는 본당에서의 찬송과 신부의 복음을 성당 곳곳에서 나누기 위해 설치된 스피커 덕분(?)입니다.
비와 김태희가 불과 결혼식 이틀을 앞두고 결혼을 깜짝 발표할 정도로 극비리에 결혼 준비를 해 온 만큼, 가회동 성당 측에도 철저한 보안을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당을 관리하는 일부 직원들은 비와 김태희가 성당에서 혼배 미사를 올린다는 걸 당일에서야 알았다고 합니다. “본당에서 19일 행사가 있다”는 통보만 받았고, “누가 행사의 주최이고, 어떤 행사인지를 몰랐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말이었습니다. 성당 측에서도 극소수 관계자들만 비와 김태희의 결혼식 소식을 공유하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함구했다는 얘깁니다.
성당 일부 직원들의 이 같은 반응도 무리는 아닙니다. 비와 김태희가 하객에까지 결혼식 당일 오전에서야 휴대폰 문자로 장소를 알릴 정도로 결혼식장을 극비에 부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와 김태희는 하고 많은 성당 중 두 사람의 앞날을 약속하는 장소로 왜 가회동 성당을 택했을까요.
두 사람 지인에 따르면 두 사람 혼배 미사 주례를 맡은 황창연 신부가 가회동 성당을 추천했다고 합니다. 가회동 성당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입니다. 국내 첫 선교사인 주문모 신부가 1795년 조선 땅에서 첫 미사를 집전한 집 터 인근에 만들어진 성당이기 때문입니다. 1954년 세워진 성당은 2011년 옛 성전을 허물고 한옥과 양옥 형식을 혼합해 새로 지어졌습니다.
비와 김태희가 혼배 미사를 올린 본당의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의자가 두 열로 배치된 1층 예배 공간엔 200여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공간은 좁았지만, 분위기는 아득했습니다. 본당 천정에서 내려오는 빛은 어둠을 밝혔고, 2층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 돼 따뜻한 느낌을 줬습니다. 가회동 성당은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 선정될 정도로 외관 등이 아름다워 한옥이 몰려 있는 북촌 마을에서도 명소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성당으로 통하는 입구도 주차장을 포함해 단 두 곳이라 출입 관리도 손쉽게 할 수 있어 비와 김태희가 가회동 성당을 예식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와 김태희가 가회동 성당에서 혼배 미사를 올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본당 대여 비용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천주교 신자라면, 아득하고 의미 있는 곳에서 배우자와 미래를 약속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회동 성당에 따르면 혼배 미사에는 본당 사용료와 파이프 오르간 반주 등 혼배 봉사료, 제대 꽃 장식 등을 모두 포함해 130만원이 듭니다. 톱스타 커플은 주위의 시선 보다는 서로에게 의미 있는 공간에서 소박하게 미래를 약속한 셈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식 현장을 찾느라 당일까지도 많은 취재진이 애를 먹었지만, 두 사람의 결혼식이 훈훈해 보였던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