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감동적인 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감동적인, 눈물이 찔끌 새어나오는 글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그 감정에 푹 빠져서 마치 독자들에게 이 글은 내가 온갖 감정을 자아내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글이니 너희도 눈물을 흘려야 마땅하다는 식의 감정이 흘러넘치는 글을 거의 경멸하다시피합니다. 거북하다고 해야할까요?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거북스럽지 않은 편안한 소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군요.
여화의 소설 「살아간다는 것」에서는 그저 살아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잔인하기 그지없는 현실과 운명에 맞설 수 있게 하는 인간의 끈질긴 생명에 대해서 정말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저 살아온 삶에 대한 담담한 복귀의 넋두리 아닌 넋두리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바라보기에는 눈물로 얼룩져야할 인생의 굴곡을 여실히 보여주지만 담담하면서도 때로는 눈물서린 행복을 이야기하는 그의 살아간다는 것에는 인생의 참의미가 담겨져있는 듯 합니다. 그 어떤 파란 속에서도 살아간다는 것 자체의 중요성만을 부여잡고 역사의 물줄기와 함께 굽이쳐온 생생한 삶의 기록인 이 소설은 다만 중국인의 그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그것에 다름아닌 것입니다.
이 소설은 후에 장예모 감독이 [인생]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1994년 깐느에서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음...인생이란 제목은 국내제목이고 아마 원제는 소설 제목 그대로 [活着(활착), 살아간다는 것]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어 유럽, 서구권에서 소설과 함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