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굽는 아이.....

라뷸라 작성일 06.05.29 0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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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지났을까, 어이없이 시작되는 일주일, 몇시간 눈 붙이고 나온 아침이였다. 우리동네에는 회사가 많나 보다 8시40분에 집을 나서면 나를 향해 걸어오는 듯한 바쁜걸음으로 걸어오는 오피스레이디들과 신문에서 이어폰으로, 운동화에서 정장스커트로, 바삐 시선을 옮긴다 키큰 초면인 아가씨와 멈칫 멈칫, 길을 비켜주며 아직 열지 않은 은행의 통짜 유리에
내 모습을 고개 돌려서 본다. 크레인 목이라고 하나? 거북이 목처럼 보기 흉하게 앞으로 돌진한 내 옆모습이 보인다. 몇권의 책이 든 배낭과 등짝 사이에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기억난다 무너진 자존심을 비웃었던 그 년이 했던 이야기가... 등 좀 피고 앉으라고, 컴퓨터할 때 바르게 좀 앉으라고,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이렇게 보기 안 좋은 줄은 참 몰랐다. 그날 이후로 의식적으로 목을 뒤로 젖히고 등을 자꾸 편다. 근데 되게 불편하다. 목을 곧게하고 정면인 상태로 거울을 볼 때면 북산고 안선생처럼 목에 살이 접힌다. 표정도 내것이 아닌것같은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것이고, 거기다 주댕이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여태껏 즐겨입었던 면 티셔츠는 대게 등쪽이 좀더 늘어나 전 후면의 길이차이를 보인다. 두달쯤이 였을꺼다. 전혀 무시한채 20여년을 살아왔지만 누구에게나 흉하게 보일 내 등을 알아차린건 너무 늦은 거란걸, 내 맘대로 생각하고 살아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아버지는 아가씨가 나오는 나이트 클럽 사장이였다. 엄마는 주방에서 내가 이모라고 부르는 아가씨들을 치닥꺼리 하고, 손님보다 항상 먼저 취하는 사장님 치닥꺼리 하는 일을 했다.밤이면 항상 심심했기에 내 앉은 키보다 높은곳에 놓여진 티비를 즐겨 봤고, 세트에서만 찍은 중국무협 영화를 할때면, 정말 목을 빼 놓고 봤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동화책 읽어 주며 자장 자장 해주지 못함이 미안했던지 몇세대의 이웃들 중 유일하게 유선이란걸 달아주어 홀로있는 단칸방을 충만하게 했었다. 피슉 피슉 무협영화 효과음을 입으로 흉내 내며 거울과 싸우던 내가 이내 지칠때면 밤길을 걸어 나의 부모님 직장으로 간다. 근데 한가지 걱정거리가있다. 늘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삐애로 아저씨다. 계속 무서웠다 사람인줄 알았을 텐데, 수많은 날들을 봐 왔을텐데 무서웠다. 시끄러운 주방으로 전화걸어 엄마를 불러내고는 한참을 기다리는한이 있어도 절대 혼자 그 아저씨 옆을 스치진 못했다. 술취해서 이모들과 엉겨 있는 사장님, 한시도 물에서 손을 빼지 못하던 엄마와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좋지만은 않았으련만, 나는 괜찮았다. 몰랐다. 좋은지도 나쁜지도... 구석진 골방에라도 앉아 있으면 가끔 들어오는 이모들이 나를 안아줬었고, 한주먹 마른 오징어와 슈퍼에선 볼 수 없었던 과자들을 건네줬으며, 그 중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주선 동화책을 읽어주는 이모도 있었다. 늘 그렇게 앉아 있었나 보다. 내 기억의 몇가지는 이렇게 즐거웠던 것들 뿐이다. 삐에로 아저시만 빼면...그렇게 그렇게 외롭지 않게 그 방에서 다시 아침을 맞으면 파랑새 미술학원을 지각하고 만다. 별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미술학원은 별로 재미가 없었나보다. 단지 기억하고 있는건 노란티셔츠에 파랑새 미술학원 이라고 적힌 글씨와 도시락의 즐거움이 였다.
그때도 엄마는 가끔 티비를 멀리서 보라고 선을 긋거나, 등짝을 세게 때려 바르게 앉으라고 했었던거 같다. 그리고 점점 성장해가면서 그 다그침이 줄었다. 학교를 들어가면서는 아예 없었나? 아마 그랬던거 같다. 엄마랑 티비 볼때는 누워서 보기만 했다. 지금이야 느끼는 거지만 난 많이 구부정하게 하고 다닌 것 같다.
컴퓨터 앞에서 해야 할일이 많아 졌다. 과장님은 이것 저것 시킨다. 그렇게 몇시간을 일하고 돌아오면 뒷 목덜미가 짜증나게 아프다. 그러다 생각나서 곧게 펴고 책상 다리를 하고 앉아 시선을 위로 주고, 양 어깨를 뒷쪽으로 벌리며 내 머리를 등 뒤쪽으로 민다. 찌링 찌링하다. 정말 불편하다. 그 년이 그랬다 나중에 양복을 입으면 되게 볼품 없어 질거라고..
나중에 마흔줄에 들어서면 키도 작은게 더 보기 싫어 질텐데 어쩔거냐고.. 난 물론 웃었다 늘 해 왔던거처럼 농담을 잘도 했다.

봄이 시작 될무렵에 쇼윈도를 보게 했던, 마주 걸어오던 그 증명사진 같은 오피스 레이디도 싫고, 말만 늘어 놓고서는 책임 없이 사라진 그 년도 싫다.

근데 자꾸 더 싫다. 양복 입고 싶은데, 난 키가 작은데, 점점 더 불품없어 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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