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를 아십니까? 01-1

이와카이 작성일 06.08.01 18: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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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없는 사막을 지나 태양빛이 작렬하는 죽음의 거리를 하나의 인영만이 걷고 있었다. 검은색에 곱슬머리, 붉은색 브릿치를 한 사내는 초라한 코트와 남루하게 헌 가방 하나를 지고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이윽고 사내가 걸음을 우뚝 멈추어섰다.

사내는 다 떨어져서 구멍이 났을법한 그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담배를 하나 꺼내들었다.

'치-익'

담배가 불길에 타들어가는 소리가 태양의 빛이 모래에 반사되는 소리만큼 아찔하게 들려왔다.

사내의 입에 물린 담배 연기가 하늘로 잔잔히 한 가닥이 되어 치솟고 있었다. 한 모금씩 그렇게 깊이 빨 때마다 사내는 쓴 표정을 지었지만 그리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의 검은 썬글라스만이 대낮의 햇빛을 받아 한번 밝게 빛났을 뿐이었다.

"얼마만이지..."

사내의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질 것만 같던 모래사장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커다란 철문이 있었다.
사내는 한 번 짧게 말을 내뱉고는 입가에 새어나오는 웃음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이렇게 기분좋게 웃어본게 얼마만일까 지금 그는 고향에 돌아온 것이었다.

"하, 널 찾는데 무려 내 귀중한 시간을 두 달이나 버렸다고 알긴 알아?"

사내는 인상을 쓰면서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 건지 입에 담배를 문 채 철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철문에 다가가자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이 곳의 주민이 아니라면 이 이상 접근 근지입니다.]

사내는 잠시 고민했다. 저 수다쟁이 기계를 없애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냥 순순히 따라줄까, 물론 후자를 택하는 데에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 나는 이 곳의 주민이다."
[신분확인증을 갖고 계시면 오른쪽 기둥의 확인표에 체크하시고 들어가십시오.]
"어쩌지. 내가 하도 오랜만이라 잃어버렸는데.."

사내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지만 기계는 톤의 변화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이 곳에 와서 새로 신분확인증을 발급받으시기 위한 절차를 거치시면 됩니다. 신분절차를 마치시면 새로 발급받은 카드로 체크하고 들어오십시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기계음이 일순간 딱 멈추더니 갑자기 오른쪽 철문기둥에서 자그마한 판이 열렸다. 사내는 아무래도 저기로 가야되나 싶어서 걸음을 옮겼다. 예상대로 판은 모니터였다. 가만히 보니 무언가 지시사항이 꼼꼼히 적혀있고 따라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래, 이걸 따라하면 갈 수 있다 이거지?"

사내는 자신이 물고 있던 담배가 거의 타 들어갔다는 사실도 깝박잊고 모니터를 바라보다 입이 데일 뻔했다. 잠깐 신경질을 부리던 사내는 약간 검은색에 곱슬곱슬 거리는 머리를 한번 뒤로 쓸어넘기면서 썬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는 모니터 옆에 달린 검사창에 한쪽 눈을 갖다대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을 대었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 한 올을 그 검사창 안에 올려놓았다. 검사창이 들어가고 모니터에는 잠시 기다리라는 화면이 떴다. 사내는 그 사이 썬글라스를 다시 꼈다.

몇 분을 기다리자 화면에는 어린 꼬마아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주 앳되어서 귀여움이 남아있었지만 총명해보이는 사내아이였다.

갑자기 사라졌던 기계음이 다시 들려왔다.

[지금 신청하신 사람은 10년이상 전에 실종신고된 사람으로 이미 사망으로 판결되었으며 다시 신분확인증을 발급받으시기 위해서는 예전 그대로의 신분증을 사용하셔도 되고 아니면 새롭게 인적사항을 발급받으시겠습니까?]
"새롭게 라면 모든걸 바꾸는 건가?"
[새롭다는 건 이름과 사진, 그리고 이와같이 죽었다가 기록되었다가 새롭게 신분증을 받는 이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의 주소를 발급받을 실 수 있습니다. 이전의 신분증으로는 어릴때 그대로의 신분증을 사용하며 그 당시의 주소에 다른 집이 있다면 당신 소유의 집은 사라지는 걸로 등록됩니다.]

사내는 잠시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전 그대로의 신분증을 재발급 받고 싶네."
[네, 잠시만 기다리시다가 검사창에 나오는 신분증을 가져가십시오.]

또 다시 몇 분이 흐르고 검사창에서 네모난 모양의 2센치 가량의 정사각형 모양의 카드가 나왔다. 그리고 옆에 작은 끈이 함께 나왔다.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목걸이를 착용하시는걸 권장합니다.]

사내는 그 카드칩을 들고는 체크창에 다가갔다. 사내는 또 다시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체크창에 다가가 왼쪽눈을 내밀었다. 그리고 왼쪽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고 붉은색의 머리칼 한올을 내밀었다.

[신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오딧세이에서 즐겁게 보내고 평안한 하루가 되시길.]

사내가 천천히 철문을 지나쳤다. 그러자 갑자기 무언가 지-잉 하는 소음과 함께 눈 앞이 아찔해지더니 뜨거운 사막을 어디를 가고 눈 앞에 커다란 암흑과 반짝임이 있었다. 아니, 그것은 어마어마한 기계들이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옷차림에 제각기 소리를 질러대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기계도시. 지구상 마지막으로 인간들이 창출한 최고의 도시. 자유가 살아 꿈꾸는 도시.
사내의 고향 '오딧세이' 에 지금 그는 첫 발을 들이내민 것이었다.














"어이, 형씨. 나 배고픈데. 돈 좀 있어?"

사내는 잠시 그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밝은 불빛이 없다면 컴컴한 기계도시이니 만큼 붉빛없는 터널은 암흑 그 자체였다. 사내가 고개를 돌려 바라본 쪽은 불빛이 희미하게 있는 골목 구석이었다. 하지만 누구하나 그 쪽을 신경쓰지는 않았다. 여기는 폭력이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자유의 도시였으니까-.

사내는 잠깐 그 광경을 지켜보기로 마음 먹었다. 잠시 옆의 가로수에 기대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 폭력배에게 당하고 있는 건 한 뚱뚱한 아저씨였다. 어쩐지 전형적이 공무원 스타일의 아저씨였다. 몇 년 만에 다시 돌아온 도시는 참 많이도 변해있었다. 그래도 그 때는 적어도 이 정도로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사내의 차림새가 워낙에 초라했기때문에 그나마 아무도 그에게 저런 짓을 행하지는 않았다.

"빨리, 돈 내놔. 뒤져서 나오면 가만 안 둔다."

전형적인 대사들.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저리도 똑같은 말을 반복할까. 약간 웃음이 일었다.

"저, 정말 돈이 없습니다."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는 남자. 과연 저 말이 진실일까, 아닐까. 사내는 궁금해졌다. 사내는 잠깐 남자의 차림새를 바라보았다. 굉장히 말쑥한 차림새. 번듯한 정장. 분명히 값이 꽤나 나가는 것들일께 뻔했다. 사내는 남자의 행동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 정말 화나게 하네. 아저씨,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어? 아저씨를 병신만 안 만들면 그만이거든?"

폭력배의 손이 얼굴에 다다을즈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이봐. 경찰이다"

참으로 느긋하고 껄렁한 목소리. 하지만 일순 폭력배는 그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피식 비웃으면서 그 쪽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굉장히 초라한 차림새에 지지리 궁상처럼 보이는 사내가 서있었다.

"아저씨, 갈 길이나 가. 우리 바쁘거든? 나 자유인이야 건들지마."
"그래서?"
"갈 길 가라고"

말이 질질 끌리자 폭력배의 인상이 꽤나 험학해졌다. 사내는 어쩔까 하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꽤나 큰 보석이었다. 무엇인지는 척 봐서 구분할 수 없었지만 누가봐도 값이 나가 보였다. 폭력배의 관심은 그 남자가 아닌 사내에게로 넘겨졌다.

"오-, 겉보기와 많이 다른데, 우리 이야기나 할까?"

폭력배가 썩은 웃음을 짓자 사내도 같이 빙긋거렸다. 그러더니 그 보석을 남자가 있던 그 어두운 골목으로 집어던졌다. 폭력배는 놀라 얼빵하게 있다가 사내를 노려보았다.

"주우러 가지 않을 건가."
"지금, 장난치냐?"
"왜, 모자라 보이나?"
"............."

폭력배는 잠시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폭력배보다도 좀 더 컸다. 사내는 선글라스를 낀채 지긋이 폭력배와 마주보았다. 그 뒤에 무슨 눈빛을 감추었는지는 알길이 없었다. 폭력배는 사내의 멱살을 한 껏 움켜쥐더니 이윽고 그 손을 풀고 고래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 다음 자기의 주변에 있던 무리들과 함께 그 골목쪽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여전히 덩그러니 그 곳에 서 있었고, 사내가 뒤돌아 사라지려 할때 갑자기 달려나와 사내를 붙잡고는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니, 뭘."
"아, 진짜 죽다 살아났어요."
"그래?"

사내가 한 마디 툭 내뱉었다.

"그정도 거짓말을 하다니 연기하면 정말 수준급이겠어. 최고야."
"아......."

남자는 잠깐 침묵하다가 이내 별 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슥하며 웃었다.

"뭐, 그정도야. 이 오딧세이에서는 누구나 하는 일인데요, 더군다나 그런 녀석들에게 가족을 위한 돈을 뺐길 바에야 조금 맞는 게 낫겠죠, 더군다나 병신이 되는 것도 아닐텐데."
"............."
"뭐, 그럼 시간 있으시면 잠깐 저 좀 따라오세요, 이 근처에 정말 잘 아는 맛이 죽이는 술집이 제 단골이거든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니, 제가 한 턱 쏘죠."

사내는 아무말 않고 남자의 손에 이끌려 따라갔다.
사내는 이 골목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인지 뱀처럼 뒤죽박죽 얽혀있는 잔 골목 사이사이를 뚫고 지나가 어떤 작은 간판이 내걸려있는 문을 활짝 열었다.

"마스터, 내가 중요한 손님을 데려왔으니, 맛있는 것 좀 푸짐하게 달라고!"

그리고 사내는 어쩐지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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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헤, 끝낼지가 미지수인 걸 하나 시작했네요- _-....
끝낼수 있을까...1화 하나인데도....다 쓰기 귀찮아서.......이렇게 나눠서 띄엄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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