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꿈을 향하여 -2

피빛망투 작성일 06.08.01 02: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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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의미없는 하루를 보내야 하는 백수...

밥은 식어 있었고 집에는 모두 나가고 아무도 없었다.

티비 뉴스를 보면서 공상에 빠진다.

내가 저러면 저렇게 안 할텐데....

늦은 아침을 먹고 난 후 나는 티브를 보면서 뒹굴거리다가

1시즈음 되어서 가방을 챙겨 들고 동네 도서관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오락실에 축구 오락을 하고 난 후

도서관에 도착 시간은 오후 두시반즈음이 되었다.

커피 자판기에 커피 한잔을 뽑고는 담배를 한대를 폈다.

젠장. 담배가 몇가치 없었다.

도서관 안에 꽉 찬 좌석중에 한 자리를 발견하고는 가방을 놓고

책을 펴서 공부를 한다.

기나긴 취업 준비생....

뭐 해야지 라는 것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오후 여섯시 즈음 자리에 일어나서 다시 커피 자판기 앞에 가서

커피를 하나 뽑고는 담배를 핀다.

깊게 들여마신 연기는 나의 폐안에 구석구석 펴지면서 아늑함을

준다.

갑자기 나의 싸구려 휴대폰이 울린다.

공짜로 주는 싸구려 폰에 전화를 해주는 사람은 나의 친구와

누나 밖에 없다.

받아보니 아는 형의 전화였다.

의외이고 너무 반가웠다.

형은 시내로 와서 술한잔 하자고 했다.

술 안 마시는 형이 나를 부르는 것은 분명 다른 아는 형이 옆에

있는게 틀림없었다.

나는 가방을 챙겨 들고는 급하게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인 시내로

갔다. 날은 늦가을 날씨라 제법 쌀쌀했다.

해가 지고 있어서인지 하나 둘 시내에 간판의 불이 켜진다.

나는 부러운듯 그 가게를 바라본다.

버스에 내려 도착하니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약속장소인 형이 공부하는 학원에 갔다.

역시 전화를 해 준 안형과 문형이 함께 빈 강의실에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안형의 어깨를 쳤다.

안형은 이것봐라..는 듯 나를 쳐다본다.

안형과 문형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는 술을 마시려 나갔다.

찬 공기가 나의 폐안을 가득 차온다.

우리는 시내 뒷골목 허름한 삼겹살 집에 들어갔다.

고기가 굽기 전 나온 소주 두병중 한병은 벌써 빈병이 되어

테이블 한쪽에 치워 났다.

빨간색 색소가 물든 싸구려 돼지 삼겹살이 불판에 구워져 가고

있다.

안형은 늘 그랬던 것처럼 질문을 던지면 문형과 나는 번갈아

대답을 했다.

소주 한 병을 마저 해 치웠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소주 한병을 더 시켰다.

고기는 다 굽어져 마치 낙엽처럼 진갈색을 띤다.

문형은 친구와 만났던 이야기를 줄줄 꺼내기 시작한다.

안형은 맞장구를 친다.

나는 가만히 담배를 핀다.

소주 한병을 마저 해치우고 나서 형들과 나는 당구장을 향해

갔다. 고기집 계산은 안형이 했다.

내 지갑에는 단돈 만원 밖에 없었다.

당구실력은 문형이 단연코 최고였다.

시원하게 치는 공을 보면서도 왠지 답답해 온다.

트럼속에 돼지고기의 역겨운 냄새가 같이 올라온다.

당구를 치고 난 후 집에 가자는 안형을 문형이 매달리시피 해서

맥주를 마시려 갔다.

시내에서 제일 싸 보이는 맥주집에 세 사람은 앉아서 맥주를

시켰다..옛날 아르바이트 할 때 전혀 마시지 않던 생맥주다.

병맥주는 부담되는 그런 주머니를 가진 문형과 나의 주머니...

이번 시험이 어떻고부터 해서 줄줄 이야기가 나온다.

문형이 이야기를 주도한다.

더욱 술기운이 오른다.

담배연기가 갑갑해져 온다.

휴대폰에 시계를 보던 안형은 집에 가야겠다면서 일어선다.

맥주값은 문형이 계산했다.

가는 안형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던 문형과 나는 결국

안형을 보낸다.

문형과 나는 시내 골목 포장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만원이면 다 해결해 주는 곳...

미리 오락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을 마치고 포장마차로

갔다.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다 오줌이 마려울 경우 참 난처하다.

포장마차안에 들어섰다. 술 먹고 난 후라 날이 더 춥게만 느껴

진다. 아직 술이 덜 취한건가...

문형과 나는 소주 한병과 새우구이를 시켰다.

정체불명의 새우가 굽기전 소주한병과 오이가 나왔다.

문형과 나는 급하게 소주 한잔을 해치운다.

아무 이야기도 없다.

적막만 흐른다.

아줌마가 분위기를 살피시더만 이야기를 꺼낸다.

저 쪽 학원에 공부하던 학생들이 어제 술을 마시면서 들은

이야기를 줄줄 꺼낸다.

문형과 나는 술잔을 기울이며 듣기만 한다.

새우가 나왔다. 마신 술이 오르기 시작해서인지 새우가 먹기

괴롭다. 분명히 오래 된 새우인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어떠하냐. 고달픈 젊은 청춘인것을.

소주 한병을 다 비우고 난 후 형은 소주 한병을 묻지도 않고

더 시켰다.

나는 황당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집까지 걸어갈 작정이였지만 술값 계산에 머리가 아파

온다. 이번은 내가 사야 하는데...

형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서 마시는 술이 쓰다.

밤의 찬바람은 이제 시원하게 느껴질 무렵 술 두병은 빈병이

되어 있었고 새우껍질로 뒤덮여 있을 때 우리는 일어섰다.

문형과 나는 제법 술이 취했었다.

계산할 때 나는 문형에게 이천원만 내라고 했다.

서글펴진다. 그런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이 망설였던가.

문형은 술을 더 마시자고 했다.

나는 돈도 없고 술도 올라 집에 가자고 졸랐다.

문형은 내가 돈이 있으니 술을 더 먹자고 했다.

문형 또한 용돈이 넉넉치 않은 걸 안다.

나는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은 하지만 행동은 술을 더 먹고

싶었다. 그러나 문형이 너무 취해서 불안했다.

문형은 노래방에 갑자기 가자고 했다.

노래방에 들어간 후 한참 서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내가 결국 마이크를 들어 노래를 부른다.

사노라면 언제가는......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내일은....

문형과 나는 노래를 번갈아 부르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우리 둘다 술이 취해 비틀비틀거린다.

다시 술을 마실 곳을 찾아다닌 곳에 노래방 건너편에 거리에서

어묵을 팔고 있는 곳으로 간다.

우리 오댕 삼천원어치와 소주 한병을 시켰다.

나는 오댕 팔고 계시던 아줌마 앞에 중학생 교과서로 보이는

책을 보았다.

순간 뭔가 울컥 올라왔다.

문형도 갑자기 조용해졌다.

조그만한 목소리로 문형과 나는 소주 한병을 비웠다.

그리고 아줌마는 희미한 백열등 밑에 엎드려서 책을 보신다.

과거가 떠 올랐다.

내성적인 성격이면서 고분고분하여서 선생님들이 무척 좋아해

하셨다. 누나가 보는 산수책을 미리 풀었고 중학교 때에는

교내 조그만한 도서관에서 문 닫을 때까지 책을 보던

그 기억들이 떠 올라 목이 잠긴다.

마치 꿈 같다. 나는 뭔가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던

그 어린 시절의 꿈 ...

연거푸 두잔을 마신다.

가난한 집....비좁은 방안....나의 불행한 가족들....

문형은 한 병을 더 시킬까 물어본다.

나는 괜챦다고 날이 추우니 일어서자고 했다.

형은 계산을 할 동안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핀다.

술이 더 먹고 싶어졌다.

형에게 돈이 얼마 있냐고 물어본다.

내가 뻔뻔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형은 사천원즈음 남아있다고 했다.

나에게는 천원이 있었다.

형도 술을 더 마시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러나 돈이 없다.

나는 문형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술을 먹게 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고는 마침 편의점앞에 어떤 여자 혼자 인형 뽑는

기계에 동전을 넣고는 인형을 뽑는다.

나는 그 여자에게 다가가서 같이 구경을 한다.

형도 뒤에 따라온다.

말이 오고간다.

나는 여자에게 노래방이 가고 싶은데 남자 둘이라서 가기가

뭐하니 같이 가자고 말했다.

여자는 나의 표정을 보더니 주저하지 않고 따라온다.

노래방에 여자 먼저 방에 들어가라고 하고는 오천어치 부르겠

다고 주인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의 표정이 가소로운 듯 고개만 끄덕이고는 들어가라 한

다. 또 노래를 부르는거라 문형과 나는 흥이 안 났다.

결국 여자 혼자 실컷 노래를 부른다.

너무 못 불렀다. 문형과 나는 아무 말 못하고 그저 박수만 친다.

문형의 표정이 일그려졌다.

문형이 노래를 부를 때 여자는 내 옆에서 앉았다.

나의 허벅지에 여자의 손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애써 무시하지만 여자의 손은 더욱 대담해졌다.

여자의 어깨를 손으로 짚고는 하지말라는 눈치를 주었다.

형 또한 눈치를 챘는지 애써 모른 체 한다.

여자 혼자서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 노래방을 나왔다.

나는 여자에게 말했다.

술을 더 마시겠냐고?

여자는 좋다고 한다.

속으로 역겨운 감정이 밀려왔지만 참고 솔직히 말했다.

사실 돈이 얼마 없다고....

여자는 털털 웃으면서 내가 사면 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싶었던 건가.

가련한 문형과는 나는 이제 안도하는 건가...

들어간 맥주집에 앉아서 마시는 술은 목구멍에 자꾸 걸린다.

술이 이제 너무 취했다는 생각이 들 때 문형과는 나 둘이 밖에

있었다.

여자는 택시를 타고 휭하니 갔다.

끈적한 표정이 다시 떠 올라 기분 나쁘다.

시계를 보니 새벽 네시였다.

문형과 나는 헤어지기로 하고 헤어졌다.

주머니에 겨우 삼백원..그래도 이걸로 커피를 뽑아 마실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시내에서 집까지 만만찮은 길을 걸어갈 생각을 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걷고 또 걷는다.

뭔가 자꾸 눈앞이 흐려진다.

누가 나를 붙잡고 술을 더 하실래요 붙든다.

나는 뿌리치고 또 걷는다.

비틀거려 걷는 나를 보며 누군가 피해간다.

시야가 흐려진다.

왠지 눈이 뜨겁다.

눈물이 흐른다.

불빛이 눈물에 비춰진 모습이 흐릿하다.

앞이 흐릿하게만 보인다.

내가 가고 있는 길도 흐릿하게 보인다.

꿈을 꾸고 싶다.

흘러간 꿈이 아닌...

미래의 꿈이 보고 싶다.

눈물에 가리어 앞은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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