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장마

얼리버리zz 작성일 06.10.23 0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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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우리 서로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 이대로라면 정말 끝낼 수밖에 없잖아? 떨어져 있어보면서 생각해보고 다시 시작 하자.”







1~2년쯤 사귄 연인들에게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권태기.
정하와 지현 역시 평범한 연인들 같이 권태기가 찾아왔다. 처음 사귈 때 같은 두근거림, 그리고 설레임은 사라진지 오래. 처음 손잡았을 때의 그 짜릿함과 첫키스의 달콤함 또한 사라진지 오래. 그들은 소위 오래된 부부 같은 느낌만이 있을 뿐이다.
의무적인 잠자기 전에 30분의 통화 그리고 주말마다 아무 의미 없는 데이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지루해짐을 느끼고 있었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선 정하는 지현에게 잠시의 공백 기간을 선언하며 서로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지현 역시 정하와 같은 생각이었기에 정하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자신도 다시 깊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






“내일이면 떠나 그러니까 내일부터 며칠간은 연락 하지 말자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면 나부터 전화할게. 물론 니가 먼저 전화할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내 전화 기다려줘.”




정하는 전화로 지현에게 내일 떠난다는 말을 전했다. 지현은 정하가 자신에게 만나서 이야기 해줄 줄 알았던 이야기를 전화로 해서 약간 서운 하기는 하였지만 이것도 과정이라면 받아 드려야 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우선은 그래 라고 대답해둘게 하지만 내가 먼저 전화하길 기다릴꺼지?”


“아마 그럴지도? 후훗. 그래 주는 것도 고맙고 아니어도 고맙고”


“너 그냥 이대로 끝났으면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아니야 장난이야 장난. 이만 해서 끊자 다음에 통화할 때는 알지?”

“응 다음엔 달라져 있겠지? 너도.. 나도?”

“아마.... 흠. 그럼 나 끊는다? 다음에 봐”




전화가 끊기고 수화기에서 정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지현은 왠지 아쉬웠다. 지금 이대로도 다시 예전의 기분이 나는 것만 같았다. 예전처럼 정하에게 왠지 모를 설레임과 두근거림에 생겨나는 것만 같았다. 정하가 잠시 어디론가 가버린다는 게 이렇게 마음에 동요가 올 줄 알았던가. 이렇게 정하가 소중한 존재였던 건가? 아직 여행을 떠나지도 않고 떠난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정하가 너무 보고 싶었다. 지현은 생각했다. 정하랑 떨어진다는 게 이렇게 자기 마음에 동요가 인다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냈다.
그래서 지현은 내일 정하와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차도 없으니 아마 고속버스로 갈 것이니 버스터미널에서 기다려 몰래 같은 여행지를 가는 것이다.
지현은 미소 지으며 내일 갈 여행을 위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일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을 정하의 모습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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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제 가는지 물어 볼걸 그랬나?”



지현은 벌써 몇 시간째 같은자리에서 정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하가 몇 시에 떠나는지 몰랐기에 무작정 매표소 근처에서 숨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이 더 흐르고는 정하가 며칠 여행 가기엔 조금 가벼운 차림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현은 약간 이상했지만 정하가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가는걸 보고는 정하가 표를 샀던 매표소로 뛰어가 같은 목적지의 표를 달라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좌석이 가득차서 자리가 없네요.”

“음. 그럼 다음 시간은요?”



“죄송합니다 .손님 그 목적지로 가는 버스는 그게 마지막입니다. 그 방향으로 가시는 분들이 얼마 안 계셔서 회사에서 단선조치를 했거든요. 그래서 그 버스가 그 목적지로 가는 마지막 버스입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지현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는 이상함을 느꼈다. 손님이 얼마 없다면서 오늘은 좌석이 가득 찼다고? 그리고 지금이 마지막 버스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지현은 알겠다는 말을 하고는 등을 돌려 버스터미널에서 나가며 중얼 거렸다.


“그래 정하가 잠시만 떨어져 있자고 했으니 그래보자. 왠지 조금 꺼림칙하긴 하지만 별수 없지 뭐..”



버스터미널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지현은 정하를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택시에선 라디오가 나오고 있었는데 내일부터 장마라고 했다. 왠지 정하는 정말 운이 없는 기간에 여행을 떠난 것 같아. 지현은 작게 미소 지었다.










**




지현은 집으로 돌아와 곰인형을 끌어안고는 멍하니 앉아있었다.
자신에게서 뭔가 하나 빠진 기분이었다. 뭔가 나사하나가 빠져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그걸 느끼고는 있지만 굴러다니는 나사를 보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왠지 불안해 졌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지현은 불안해져 정하에게 무슨일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인터넷을 켜 그 목적지의 버스가 사고는 나지 않는지 살펴보았으니 아무런 기사가 나 있지 않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안전하게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안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 알 수 없는 불안함을 지현은 조금씩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품에 안았던 곰인형을 조금 더 꼭 껴안았다. 그러다 문득 정하가 자신에게 선물했던 이 곰인형을 받던 날이 생각났다.









그 날은 지현의 생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하의 생일날 이었다. 그런데 지현은 정하의 생일을 겹겹이 쌓인 레포트와 시름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정하의 생일인 것을 잊고서 말이다. 겨우 레포트들을 정리 하고 기지개를 펴다 우연히 본 달력에 정하의 생일 인 것을 본 지현은 순간 당황하고는 허둥지둥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밤 10시. 지현은 자신의 나쁜 머리를 탓하며 대충 옷을 입은 뒤 뛰어 나갔다. 지금이라도 정하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였다. 바쁘게 뛰어 나온 지현은 핸드폰을 열어 정하에게 전화를 하려 했다. 그런데 정하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와있었다.





-나야. 여기 앞 놀이터에서 잠시 볼까? 나 너한테 줄게 있거든 ㅎ 빨리 나와 기다리고 있을께






마침 문자의 도착 시간은 9시 55분 이었고 다급히 놀이터로 뛰어 나갔다.
정하는 그네를 타고 있다가 뛰어 나오는 지현을 보고는 지현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곰인형을 내밀었다.




“오늘 하루 종일 어디 있었던 거야? 전화도 안 받고... 걱정했어. 니가 도망 가버린거 같아서 얼마나 불안했는줄 알아? 그래서 너 감시하라고 이 녀석 데리고 왔어. 이제 너 큰일 났다. 이 녀석이 너 뭐하는지 다 보고 있을꺼니까.“



정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현은 정하에게 미안한 감정이 받쳐 올랐다. 정작 생일인 사람에게 이런걸 받다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지현은 살포시 정하에게 안겼다.



“레포트가 밀려서 집에 있었어. 걱정마 나 아무데도 도망 안갈꺼니까. 게다가 이제 이 녀석까지 있으니 어떡케 도망가겠어? 그리고 미안해. 나만 생각하고 넌 생각 안하고 있어서. 오늘은 보내버리고 내일 다시 생일 하면 안 될까?”







지현은 곰인형을 째려보며 말했다.







“이렇게 무서운 녀석을 나두고 내가 너랑 어떻게 헤어질 생각을 하겠어? 빨리 돌아와 박정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정하가 여행을 떠난지 벌써 3일째. 지현은 처음 느꼈던 불안함이 조금씩 사라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정하를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커져갔다.
하나하나 정하와 추억이 묻어 있지 않는 것이 없었다. 물건들을 볼 때마다 지현은 정하와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정하가 그리워 졌다. 자신에게 정하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자신은 정하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렇게 정하가 없는 시간이 1초씩 지나갈 때 마다 지현은 정하를 보고 싶어졌고 급기야 핸드폰을 열고는 정하에게 전화를 하려 했다. 그러나 마침 문자가 왔다. 정하였다.









-아직은 안되~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나 이제 거의 끝나가니까. 그래도 내가 먼저 전화하는 게 멋있잖아! 나도 명색이 남자인데... 조금만 더 기다려줘~





어쩜 이리 타이밍도 좋을까. 지현은 정하의 문자를 보며 눈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 냈다.
정하가 자신의 마음을 멀리서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점점 멀어지고 있던 것도 끝내려고 했던 것도 자신이었다. 언젠가부터 정하는 자신에게만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정하가 사라져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꺼라는 생각에 정하에게 소홀해 졌었고 정하와 조금은 멀어졌었다. 그런 정하는 너무나 괴로워했지만 이야기를 하려면 자신은 언제나 화만 내고 돌아서지 않았던가.
지현은 정하에게 홀대했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정하는 언제나 자신을 봐주고 또 생각하지 않았던가? 지현은 눈물을 닦아 내고는 이제 다시는 그러지 않아야 겠다고 다짐했다.
정하가 돌아오면 자신에게 대해줬던 만큼 사랑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현은 행복한 다짐을 하며 정하를 기다렸다.
















**



시간은 하루 이틀이 흘러 일주일 가깝게 흘러갔다.
지현은 언제나 정하가 돌아오는지 기다렸다. 벌써 일주일. ‘아직도 정리 되지 않은 걸까?
하긴 내가 그간 해왔던것이 있는데..‘ 지현은 만약 정하가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해 와도 정하를 잡을 것이다. 자신에게 정하가 있어야 하듯이 정하에게도 자신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만큼 사랑해줘야 했기에...











지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현은 잽싸게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정하니?”


하지만 공교롭게도 기다렸던 정하의 전화는 아니었고. 지현의 친한 친구인 민아였다.
민아와 지현은 고등학교 때부터 알아왔던 단짝이었다. 지금의 남자친구인 정하를 소개 시켜줬던것도 민아였고 정하와의 트러블이 생겼을 때나 고민이 있을 땐 언제나 민아에게 이야기 할 정도 였다.





“아직도 정하 전화 기다려? 그러지 말고 나와 오랜만에 햇볕도 쬐고 그래야지. 요 앞 카페에서 기다릴 테니깐 대충 준비하고 나와?”





지현은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는 머리모양과 머리 매무새를 정리하고는 민아가 있는 카페로 갔다. 문을 열자 민아는 정하와 자신이 자주 앉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또 지현은 정하를 떠오르게 되었고 그런 지현을 본 민아는 지현이 자리에 앉자마자




“걱정마 정하가 안 오기라도 한데? 곧 돌아올꺼고 정하가 어떤 애인지 니가 더 잘 알면서 왜 그래? 걔는 죽어도 너랑 헤어질 일 없으니깐 걱정 말어. 그러니깐 조금만 기다려”





“하아... 난 정말 나쁜애 였어 그동안 정하한테 했던 일들 너무 미안해서 못 견딜 거 같아
정하가 돌아오면 그동안 정하가 내게 해줬던 것 보다 내가 더 잘해줄꺼야.“



그렇게 지현의 정하에 대한 미안함의 하소연은 시작 되었고. 언제나 그렇듯 민아는 차분하게 지현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렇게 지현이 미안함의 하소연을 하다 보니 목이 마르기 시작했고 미리 그것을 알고 있던 민아는 정하와 지현이 즐겨 마셨던 딸기우유를 주문해둔 상태였다. 딸기우유가 나오자 지현은 눈에 눈물을 맺히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정하 다시 오면 이전보다 더 잘해줄 거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지현은 기분이 풀린 듯 했다. 물론 민아와 헤어져 집에 가면 다시 생각이 나 또 우울해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기분이 풀린 듯 했다. 기분이 풀리자 지현은 오랜만에 민아와 만나 그간에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저녁까지 같이 먹은뒤 민아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만약 민아가 없었다면 지현은 어땠을까? 아마 뒤도 보지 않고 정하에게 전화를 걸어 정하에게 달려가려고 했을 것이다. 자신이 먼저 전화할 때 까지 기다려 달라는 정하의 부탁을 깨고서 말이다. 그런 부탁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준 민아가 정말 고마웠다. 정하를 소개 시켜준 것도 민아 였고 정하와의 부탁도 지킬 수 있게 해준 것 역시 민아 였다. 오늘 민아가 나의 옆에 있다는 것이 정하 다음으로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 는걸 알게 해주었다.





















**







시간은 이제 일주일 하고도 3일. 즉 10일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정하의 전화는 오지 않고.. 이제 지현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정하의 부탁은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없었거니와 또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었다. 정하가 너무 보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하와의 추억이 떠올랐고 눈물이 날 때마다 정하가 간절했다.
자기가 정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요 며칠간 정하가 보고싶었던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이지현 자신은 백정하 라는 사람을 원했고 필요 했다.
이제 정하가 돌아오면 다신 함부로 사랑이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내게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백정하라고 마음먹었고 또 그렇게 할 것이다.
아무래도 정하가 이렇게 지현에게서 잠시 떨어진 이유는 이런 이유가 아닐까?
철없고 소중함이란 생각하지도 않고 생각하려들지도 않는 자신을 한걸음 떨어뜨려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을 보게 해주려 했던 건 아닐까? 그것이라면 이제 충분했다. 이젠 정하가 돌아 와 야할 시간이 되었다.















정하에게 전화를 하려 했던 지현은 왠지 모를 느낌에 전화를 못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오늘은 분명히 정하가 자신에게 전화를 해줄 것이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알 수 없는 느낌이 자신을 휘감아왔고. 결국 지현은 오늘만 참아보자는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지현은 지쳐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간의 시간이 지현에게 너무나 고된 일이었나 보다. 자신이 몰랐던걸. 알게 되고 자신의 그런 무지함에 또 힘들어 했으니..











잠에서 깨어난 지현은 잠을 깨려 창문에 앉았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장마. 정하가 떠나고 나서부터 시작된 장마. 아마 정하가 오면 끝나버릴 장마. 왠지 지현은 장마가 미웠다. 정하를 떠나보내게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장마에게 정하가 여행을 가버린걸 미뤄 미워하고 있던 지현은 자신이 잠깐 졸았던 동안 정하 전화가 오지는 않았나 핸드폰을 찾아 폴더를 열었다. 부재중 전화 2통 정하였다. 순간 지현은 그새를 참지 못하고 졸아버린 자신을 원망하고는 정하에게 전화를 하려 확인 버튼을 누르고 다시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음성메세지가 들어와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정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지현은 음성메세지를 확인했다.




“나야 정하. 전화 안 받네? 조금 아쉽네. 직접 전했으면 더 좋았을꺼 같은데. 뭐 어쨌든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어? 아마 조금은 괴로웠을까? 헤헤. 아마 조금은 괴로웠길 바래. 왜냐하면 난 무지하게 힘들었거든. 너랑 얼마 떨어져 있지도 않았는데 난 정말 힘들었어. 하지만 이 시간은 니가 나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줬을 거야. 나 역시 그랬고. 너와 나 물론 그렇게 오래 사귄 사인 아니었지만 서로에게 소홀해졌었고 또 조금의 갈등이 있었잖아. 하지만 이 시간을 기회로 서로가 얼마나 각각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인 것을 알게 되었을 거야. 그걸 알게 되었다면 이 여행은 내게 아마 가장 중요했던 여행이 될 거야. 물론 너에게도....
이제 우리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걸 알게 되었으니 헤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그래서 말인데. 나 아무래도 여행이 길어질 것 같아. 언제 돌아갈지는 잘 모르겠어.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일 년이 될지.... 나 없는 동안 잘 지낼 수 있겠어?
나는 아마 안그럴꺼 같아. 너를 보고 싶어 미쳐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정말 언제 돌아갈지알수가 없는 여행을 와버렸으니 그 정도는 참아야 되겠지? 언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잘지내라는 말은 안할게. 굳이 해야 할 이유를 못 느끼니까 그냥 조금만 기다려줘. 언젠가는 돌아갈 테니까. “

정하의 메시지는 끝났다. 그리고 지현은 한동안은 정하의 알 수 없는 마지막 말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았다기 보다 아직은 실감이 안나서 일까? 눈이 뻑뻑해짐을 느낀 지현은 눈을 비비기 시작했고 그러다 우연히 창밖을 보게 되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장대비가 쏟아지던 하늘엔 먹구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깨끗한 태양이 축축해진 땅을 내리쬐고 있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 정하와 나는 절대 헤어질 수 없는 연인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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