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거 형님과 나무꾼 아우

명소옥 작성일 06.12.15 20:51:24
댓글 1조회 452추천 2

옛날 옛날 드래곤이 담배피던 시절에 이름없는 숲에 있는 이름없는 마을에 착하고 순박한 나무꾼 청년이 있었습니다. 한슨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얼굴에 그렇게 크지도 작지 않은 적당한 키를 가진 흑발의 청년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매일 몬스터들이 깽판치는 숲에서 마른 나무가지를 모아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온갖 몬스터들이 활발하게 난리치고 깽판부리며 지나가는 모험가 파티의 레벨 업에 아주 중요한 위치가 되는 숲이었지만, 한슨에게 있어 이 숲은 아주 무서우면서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장소였습니다.

오늘도 한슨은 나무가지를 넣을 바구니를 등에 매고,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오래된 도끼를 들어 숲에 들어갑니다. 물론 등에 맨 바구니에는 한슨이 점심때 먹을 도시락이 걸려있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살림을 해도 먹지않으면 열심히 일할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숲 외각에 들어온 한슨은 주위에 널려있는 마른 나무가지를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가끔 적당히 자른 불지르기에 좋은 나무를 발견하면 준비해둔 도끼를 휘두릅니다.

이영차-! 이영차-! 하며 열심히 도끼질을 하자 나무는 다굴과 구타엔 장사가 없다는 것을 열심히 알려주듯이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습니다. 가난한 한슨에게 도끼말고는 다른 도구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톱이나 낫이라도 있으면 잔가지를 쳐내기엔 좋았겠지만, 한슨에게 있는 건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져 온 오래된 도끼 한 자루 뿐입니다.

이미 작업에는 이골이난 한슨은 능숙한 도끼질로 나무를 해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아, 이 얼마나 처절하고 악랄한 짓이란 말인가?! 지나가는 엘프가 이 모습을 지켜본다면, 자신의 친구인 나무를 무참히 토막살인하고 있는 한슨에게 응분의 화살을 날려주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엘프라곤 눈을 씻어봐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후아, 열심히 일했으니 점심 먹어야지."

네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입니다. 한슨은 촘촘히 둘러싼 나무가지 사이에 떠오른 햇님을 보고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대충 알 수 있었습니다. 글로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한슨이 열심히 일하는 사이에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흐른겁니다. 한슨은 바구니에 걸린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했습니다.

"냠냠냠, 우물우물. 쩝쩝..... 꺼어억! 잘먹었다."

역시 가난한 살림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마친 한슨은 다시 도끼를 들어 처참하게 토막난 나무를 향했습니다. 바로 그때!

"크우워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한슨의 두배에 가까운 크기를 지닌 오우거가 등장했습니다. 갑자기 왜 오우거냐고 물어본다면 작가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으니 대충 이해하시고...

그렇습니다. 한슨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지상인간형 몬스터로 분리되어 있고, 마법사들에게 트롤과 함께 엄청난 부과가치를 지녔다고 알려져 있으며(즉, 남길게 없는 온 몸이 돈 덩어리), 중형 몬스터 중 최강이라 알려져 있는 오우거였습니다. 오우거의 육중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에 한슨은 별로 굴러가지 않은 겁먹은 머리를 맹렬히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옛말에도 드래곤 레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보물을 털 수 있다, 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형님!"

한슨은 허리를 황급히 숙이며 오우거의 굵직한 다리를 끌어안았습니다.

"크르르? 내가 왜 니 형님이냐?"

네에, 모두가 오우거를 몬스터라 할때 우리는 왜 오우거가 말할 수 있냐고 딴지 걸지 맙시다. 착한 어린이는 절대로 딴지 거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몬스터가 말하는 것은 멍청한 오크도 취익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작가 개인만의 설정이 있지 않습니까? 저의 글에 그냥 이런 설정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흑흑흑, 형님! 이제야... 이제야... 이 못난 아우가 형님을 뵙습니다."

한슨은 눈물 콧물 질질 흘리는 최루탄 효과를 발휘해 오우거에게 있지도 않은 사실을 주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살고자 하면 뭔짓이든 못하겠습니까?

"크흑, 형님 이 못난 아우의 말을 들어 주십시오. 형님이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께서 이 무시무시한 숲에서 형님을 잃어버리셨습니다. 그 이후로 어머님께선 식음을 전폐하시고 누워계셔 아직까지도 일어나지도 못하는 처지에 계십니다."

"크르... 근데 내가 네 형님이라는 것은 어찌 알고 있느냐?"

"흑흑, 그것은 형님이 어렸을 때 나무에서 떨어져 머리에 딱딱한 혹이 생겼는데 지금 형님의 머리에 있는 그 혹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슨의 거짓말에 오우거의 힘을 상징하는 뿔이 혹으로 둔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겠지만, 순진한(?) 오우거 형님은 그 말을 믿고 말았습니다.

"크흑, 아우야!"

"흑흑, 형님!"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일까요? 오우거 형님과 나무꾼 한슨. 두 형제의 감격적인 가족상봉의 순간입니다. 이 장면을 지나가다 지켜본 오크가 보고 감동적인 형제 상봉이라며 눈물을 흘려줬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것은 믿거나 말거나고. 암튼, 한슨의 목숨을 건 재치로 있지도 않은 오우거 형님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우드득!

오우거의 힘은 무지막지하게 강했습니다. 강하게 포옹하고자 했을 뿐이었지만, 평범한 인간인 한슨이 오우거의 괴력을 버틸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대로 갈비뼈와 팔뼈가 부러져 나가며 압사당해 저 세상으로 가버린 한슨입니다.

"크우워어! 아우야!"

뒤늦게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우거 형님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무식한 힘을 원망했다는 옛날 이야기 였습니다.

그 후.... 오우거 형님을 본 사람은 없었답니다.



짱공일기장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