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문(...두번째 만월이 오면)

빽홍 작성일 07.06.25 05: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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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 일기장에 있던 것들을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빌어 소설처럼 엮어 보았습니다.

 

몇 편으로 나누어 올릴 예정인데, 아무생각 없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블루문 ...

 

검푸른 달이 오는 날

 

그렇게 그녀는 왔다가

 

또, 그렇게 떠나갔다.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첫사랑의 기억일 것이다.

 

찬란했던 문명의 도시, 폼페이를 삼켜버린 화산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기억으로 남은 이도 있을 것이고,

 

올리브 열매를 곁들이고, 백포도주로 맛을 낸 지중해풍 해물스파게티처럼

 

싱그럽고 달콤한 맛으로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마, 파헤쳐진 투탕카멘의 피라미드만큼이나 서럽고, 저주스럽거나,

 

911테러의 유가족보다 슬프고, 목이 메는 기억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뜨거웠건, 싱그러웠건, 달콤했건, 서러웠건, 눈물이 났건 간에

 

그것은 사랑이다.

 

사람답게 사랑했던 기억들이다.

 

멋지게 휘날리는 갈기로 암컷을 매료시키는 수사자도,

 

엄청난 하렘으로 고개 숙인 남자들의 우상이 되었던 캘리포니아의 물개도,

 

일확천금의 꿈을 가지고 찾아간 경마장의 주인공, 아라비아산 더러브렛 종마도,

 

우리가 아는 사랑은 결코 하지 못 할 것이다.

 

사랑이란 것은

 

그것을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인간으로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한다.

 

 


 나에게도 있었던 그 사랑을

 

조심스럽게 얘기 해 볼까한다.

 

 

 


 제1장

 

 

 


 <기억>

 

 

 

 


 퇴원한지 한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아직 내장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는지 움직일 때 마다 수술자국을 따라 배가 쑤신다.

 

뛰는 걸 싫어하는 게 참 다행이다. 하지만 엎드려 자는 버릇이 있는 터라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

 

이 괴롭다. 지금도 엎드리지 못해 어두운 천장에 눈을 둔 체, 스무 바늘을 꿰맸던 자리를 만져

 

보며 억지로 잠을 청하는 중이다.

 

 


 위 천공 ...

 

난 참 바보 같은 놈이다.

 

과일 하나, 하다못해 치즈 한 조각이라도 곁들여 마셨어도 위에 구멍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

 

다. 두 달, 정확히는 한 달 하고도 스무 여섯 날 동안 술과 담배 외에는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

 

았다. 어쩌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게 다행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도  그 때 마셨던 몰트위스키의 쓴맛이 칫솔이 닿지 않는 목젖 뒷부분에 남아있는 것 같다.

 

머리를 돌려 불 꺼진 창가에 놓여진 화분의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인삼벤자민이다.

 

 

 


 퇴원하기 전, 그녀가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다.

 

 

 



 133일 전 ...

 

 

 


 아 ...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온몸이 쑤시고 특히, 배가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눈을 뜨려 했지만 떠지지가 않는다. 눈꺼풀위에 온 세상이 다 놓여진 것만 같다.

 

코와 팔에 뭔가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팔을 더듬어보니 링거주사라도 꽂힌 모양이다.

 

코에 신경을 집중해보았다. 산소호흡기인가? 뭔가 관을 통해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상의는 벗겨져있고, 차가워진 피부를 더듬어 배를 만져보니, 붕대로 덮여있다.

 

붕대 안으로 딱딱한 것이 만져지는데 여간 불쾌하고 쓰라린 게 아니다.

 

종합해보니 병원인 듯 하다.

 

 

 

모든 것이 순간 다 머리에 떠오른다.

 

 

 

 


 다시 3일전 ...

 

 

 


 그날도 변함없이 글렌피딕 한 병을 거의 다 비워 갈 무렵, 담배를 꺼내려 책상서랍을 뒤적이

 

던 중이었다.

 

“젠장 ... 다 떨어졌네.”

 

마지막 한 잔을 털어 마시고 담배를 사기위해 지갑을 뒤적거려 2500원을 주머니에 넣었다. 피

 

곤하다. 일어나는 게 힘들다. 그래도 담배는 피워야지 하는 맘으로 일어서는 순간,

 

배가 아프다.

 

‘이놈의 위염 ... ’ 평생 살면서 앓아온 병이다. 그런데 이 지랄 같은 병이, 병원을 가도 스트레스

 

성이라 명확한 치료방법이 없다고 한다. 아프면 아픈 데로 약국에서 파는 위장약이나 어릴 때

 

부터 배가 아프면 먹었던 환약을 복용하며, 그저 아픔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수 밖에 ...

 

 

 


 ‘약도 없는데 ... 에이, 좀 있음 다시 가라앉겠지 ...’ 라고 씹으며 다시 일어서려는데,

 

이건 평소와는 좀 다르게 아프다. 심하게 아프다. 바늘로 쿡쿡 찔러대는 듯이 아픈 게 정상인

 

데, 이건 마치 칼로 휘젓는 것 같다.

 

으 ... 점점 심해지는데... 견딜 수가 없다. 태어나서 이렇게 배가 아픈 건 처음이다.

 

아 정신마저 흐려질 정도로 아프다. 이대로는 꼼짝없이 죽는 거다!

 

누구에게든 연락을 취해야 한다! 휴대폰을 찾아들고 필사적으로 번호를 찍었다.

 

아 ... 누구든 받아라, 제발 ...

 

받아라 ...

 

받아 ...라 ...

 

받 ...

 

...

 

...

 

...

 

 




 그래 ...

 

그렇게 정신을 잃고, 난 지금 여기 병원(?)에 있는 것이다.

 

누가 전화를 받고 날 이리 데려왔을까?

 

아니지 ... 내가 어디 전화를 건 것일까?

 

입술을 깨물고 그 때의 기억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도무지 떠오르지를 않는다.

 

그렇지! 그렇게 급한 상황에서 떠오른 건 아마도 ...

 

단축번호 1번이다!

 

그래, 그게 맞을 거야.

 

 

 


 ‘아! 그럼 설마 ...!!!

 

그녀가 날 ...? 아냐, 그럴 리가...

 

그렇게 차갑게 떠나간 그녀가 ...

 

헤어진 뒤로 단 한번도 내 전화를 받지 않았잖아...

 

이미 번호를 바꾼 건지도 모를 일이잖아...‘

 

 

 


 도대체 누구일까? 정말 헤어진 그녀일까?

 

주위 인기척이 없는 걸로 봐서는 1인 병실인 듯하다.

 

누구라도 지금 좀 와 줬으면 좋겠다. 아니, 그녀가 왔으면 정말 좋겠다.

 

갑자기 답답함이 밀려온다.

 

개미지옥에 빠진 벌레라도 된 것처럼 불안하다.

 

여기서 당장 나가고 싶다. 몸에 꽂힌 주사바늘도, 호스도 다 떼어버리고 싶다.

 

눈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정말 미칠 것 같다.

 

 


 그때 ...

 

“끼이이익 ... 덜컹.“

 

누군가 들어왔다.

 

“또각, 또각 ...”

 

여자의 구두소리다.

 

그녀인가? 아... 젠장, 눈은 아직도 쓸모가 없다.

 

정말 그녀인가? 뭐라고 말을 건네지? 심장에 박차가 달린 듯 빨리 뛰기 시작한다.

 

“또각, 또각 ...”

 

어라, 나가는 건가? 아니 들어온 쪽 반대인데 ... 라고 생각하는 순간,

 

코끝을 통해 희미한 향기가 밀려든다. 산소호흡기의 맑은 공기와는 또 다른 그것이다.

 

그런데 상당히 익숙한 향기다. 익숙하다 생각하는 순간, 불쾌함이 든다. 분명, 향기인데 불쾌

 

한 이 느낌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기억을 더듬어본다.

 

 


 ... 피오라 러브 포이즌.

 

분명히 기억나는 이름이다.

 

떠나간 그녀가 애용하던 향수다. 그녀가 없을 때에도 그 향기를 느끼고 싶어서, 하나 따로 사

 

서 내방에 두고 가끔씩 뿌리던 그 향수다. 독이라는 단어가 까칠한 성격과 잘 어울린다며 농담

 

을 하던 그 향수 ... 하지만 그녀는 떠나고, 남은 향기는 정말로 독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헤어

 

진 뒤로 나는 페로몬이 들어간 향수냄새만 맡으면, 그녀의 기억에 소름이 돋고 머리와 가슴을

 

 감싸 쥐어야만 했다.

 

지금 내 옆에 얼굴을 알 수 없는 여자는 정말로 그녀인 듯 하다.

 

뭐라고 말을 건네지?

 

다른 애인이 생겼을까?

 

설마, 애인이 있는데 왔겠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단지, 아파서 간호하러 온 거잖아?

 

그나저나 무슨 말을 하지?

 

아 ...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아파 ...

 

이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중에, 갑자기 주위가 새하얗게 변하며, 눈꺼풀 아래로 아픔이 밀

 

려들었다.

 

“으 ... ”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

 

커튼이라도 걷은 모양이다. 눈부신 빛 무리 가운데에 눈이 조금 편안해짐을 느꼈다.

 

“또각, 또각 ...”

 

내게로 다가오는 소리다.

 

깨어있는걸 알아챈 모양이다.

 

“또각, 또각 ...”

 

점점 가까워진다.

 

필사적으로 눈을 뜨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

 

하나의 인형이 흐릿하게 나타난다.

 

점점 또렷해지는 모습과 함께

 

그녀가 허리를 숙여

 

드디어 ...

 

 내게 말을 건낸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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