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무슨 소린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사냥이 시작된다고..? 무슨 동물의 왕국이야? 그렇다면, 우리 가족이 사냥감인거야?'
그 소리를 들은 직후, 그 는 속으로 "핏"하며 속으로 비웃었다.
점쟁이의 헛소리일뿐이라고 웃어넘기려 했다.
하지만 점쟁이가 두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자,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힘겹게 까닥이며,
알아들었다는 의사를 나타내었다.
그리고 점집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왠지 모르는 불안감.
집으로 돌아가면서 계속 그 점쟁이의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길수록
불안감은 자기도 모르게 커져만 갔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 평소 무뚝뚝하기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주위에 알려졌던 그였기에,
사람들이 어떻게 그를 얘기하던 쳐다보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그의 집을 사냥하러 온다는 소리를 듣자, 그는 잘못한 것도 모르겠는데 괜시리 두려워지는 자신을 보았다.
그가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여서 그럴까?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날따라 유난히 어둡고 대기는 무거웠다.
곧 그에게 일어날 일들을
암시라도 하듯이.
집으로 도착하자 그의 어머니가 부적부터 찾으셨다.
"부적은?? 몇장이나 사왔니?? 좋은걸로 좀 달라 그러지 그랬니???"
"아 부적이요..못사왔어요..."
점쟁이가 한 얘기를 조금만 꺼내도 어머니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부적에 대한 핑계를 둘러대기 시작했다.
"아..부적이 다 떨어졌대요..내일 다시 오래요..."
"돈은 확실히 드리고 왔겠지?? 내가 두둑히 넣었는데...조금 더 넣어야겠군..."
그는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볼록 튀어나온 하얀 봉투를 엉덩이를 긁는 척하며
구겨 넣었다. 그 누구도 보지 못하게.
그 날 밤, 점쟁이의 그 얘기를 계속 떠올리느라 잠에 들지 못하였다.
눈을 감으려 했지만, 집 안에 감도는 붉은 빛 때문에 도무지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12시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온갖 잡생각과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온갖 감정들이
그가 잠을 청하지 못하도록 계속 괴롭혔다.
한 시간..두 시간.. 시간은 계속 흘러 새벽 3시를 알리는 시계의 괘종소리.
그때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맨 처음엔 지나가는 도둑고양이인줄 알았건만,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맹렬해지더니, 맹수의 울음소리로 바뀌는 듯 했다.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처음엔 대문쪽에서 나더니, 이제 그의 방 창문으로 서서히 소리가
옮겨오기 시작했다. 방 안에는 적막감과, 그의 거친 숨소리만 들릴 뿐.
이불을 뒤짚어 쓰고, 그 존재를 확인하려
창가쪽으로 시선을 옮긴 순간 알 수 없는 검은 물체의 두 눈이
방 안에 있는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그는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젠장, 사냥이 시작 된다더니..방금 그건 뭐지???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냐구..!!'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듯 했다.
도망가던 중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몸이 조급한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면 종종 발이 꼬이는 법이다.
한 바퀴..두 바퀴..몇 바퀴를 굴렀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xx..죽는거야..? 엄마..아빠..제발 아무라도 날 도와줘요"
그는 머리를 조아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지내온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행복했던,슬펐던 기억들 일상의 추억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남김없이 그의 뇌를 스쳐갔다.
그는 분명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머리를 두손으로 감싸쥐고 눈을 꽉 감고 있었는데, 어떤 환한 불빛이 그의 눈에 비쳐지기 시작했다.
그의 집이 위치하는 방향이었다.
따스하고 붉은 불빛이었다.
눈을 살며시 떴다. 그의 뒤로는 그가 흘린 눈물,콧물,땀방울이 수천개의 방울이 되어
사방에 흩어져 그가 도망쳐 온것을 증명해 주었다.
고개를 약간 더 치켜들었다. 눈을 살며시 뜬 채.
그런데 저 멀리서 붉은 불꽃이 치솟는게 보였다. 불이 난 듯했다.
'저기가 어디지? 왠 갑자기 불이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집이 불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잠시동안 석상처럼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