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이 사랑하는 법..[18]

그어떤날 작성일 07.09.11 22: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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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거지..-마지막>

 

 

 

 

깜빡깜빡...

 

눈만 깜빡이고 있다.

 

아...아르바이트 가야하는데..왜 몸은 안움직이고 머릿속으로만 빙빙도는지...

 

전화를 기다리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자존심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처음 만날 때 부터 사랑했던 게 아니라, 단지 동병상련의 기분으로 인연을 맺어온거지...

 

이제와서 오빠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연락을 끊어버릴 건 없지 않은가..

 

단지 나는 전화를 걸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분명 전화를 하면 어색하긴 할텐데 혹시나 직장에서 회의를 하던 중이라거나, 중요한 사람을 만난다거나..

 

오빠는 분명히 상냥하니까 전화를 받아주긴 하겠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무슨 얘길 꺼낸다지..

 

인간관계라는건 남녀관계를 떠나서 너무 어렵기만 하다.

 

하...

 

가자...일이나 하자..

 

육체이탈을 한 것 처럼 정신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빠져나간 영혼이 몸으로 돌아오는데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했다.

 

집을 나서니 바람이 아직 차긴하지만 중간중간 봄냄새가 난다. 좀 있으면 예쁜 꽃이 피고 나뭇잎이 따뜻한 햇살에 반짝여서

 

하얀색이 되었다가, 다시 초록색이 되었다가 할테지..

 

기분전환을 하는데는 역시 바깥공기가 최고다.

 

거리는 시끄러웠다. 한참 바쁘게 차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이여서 그런가 보다.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끝을 알 수 없게 넓고 청명한 하늘을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설레기 시작하고 심장이 리듬을 탄다.

 

딩동댕..딩동댕........

 

 

  '가만히 있다가도 설레이고, 하늘만 봐도 오빠가 생각나.

 

   오빠가 나를 좋아하는데, 나도 오빠를 좋아하면..아무 문제 없는거 아닌가?'

 

 

 

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해야하나 하며 전화 걸 타이밍만을 찾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주변 일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확신하는 마음이 생겼다.

 

핸드폰의 주소록따위 찾지 않아도 오빠에게 전화걸 수 있다. 머리가 아니라 손가락이 이미 오빠의 번호를 외워버렸다.

 

오빠의 컬러링은 내가 좋아하는 류이치사카모토의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로렌스다.

 

크리스마스에 오빠와 내가 만나서 연극를 보고, 마지막으로 포장마차에 들려 소주한잔을 하러 갔을 때,

 

 

   "좋아하는 음악 있어요?"

 

   "어떤거요?"

 

   "뭐..장르나..특별히 좋아하는 것이라던지.."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로렌스요."

 

 

 

그냥 별 이야기 아니라 생각했다.

 

편하게 지내기로 했고, 그러기 위해선 서로의 취미라는지..상투적이지만 필요한 절차이고 성실하게 대답했을 뿐이었다.

 

항상 전화가 걸려왔을 뿐 내가 전화를 먼저 걸게 된건 다음 해 1월이 되어서였다.

 

오빠의 컬러링은 내가 좋아한다던 그 음악이었다.

 

한참뒤에 물었더니 이미 오빠는 크리스마스 다음날 컬러링을 바꿔두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오빠와의 전화는 기분 좋게 할 수 있게..

 

오빠를 처음 만나서 오늘까지 오빠가 나에게 심어준 느낌은 배려와 상냥함 그 두가지 뿐이다.

 

 

 

    "어, 수영아~"

 

 

 

받았다!!

 

 

    "오빠 뭐해?"

 

 

    "나? 일하지..~"

 

   

    "나 지금 오빠 회사 있는데로 가고 있는데, 근데 어디로 가야돼?"

 

 

    "어디로 와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오고 있다는 거야?"

 

 

    "몰라, 아르바이트 가려고 버스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이 지하철 역으로 막 멋대로 가고있어."

 

 

    "아르바이트는 어쩌구?"

 

   

 

 

맞다..아르바이트...그 생각을 못했다.

 

그저 오빠만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는 생각의 저편으로 미뤄져있었다.

 

 

    "아..그러게..^^;"

 

  

    "땡땡이? 그래? 그럼 나도 땡땡이치고 수영이나 만날까?"

 

 

    

 

웃음이 나왔다.  왜 그렇게 걱정을 했을까. 암튼간 나란 사람은 너무 심각해서 탈인 것 같다.

 

오빠가 나를 데리러 온다고 했다.

 

오빠 회사가 있는 신대방동에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중간 지점인 잠실에서 만나기로했다.

 

가게에는 대충 어설픈 핑계를 댔고 지하철을 타고 잠실로 가는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한강이 보인다. 반짝반짝.. 너무 예쁘다.

 

왜 진작 몰랐을까. 한강도 이렇게 예쁘게 보일 수 있다는 걸..

 

모든 걸 예쁘게 볼 수 있는 눈을 준 오빠에게 가까워져 갈 수록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

 

잠실역은 붐볐다. 환승하려는 사람들과 놀이공원을 가려는 사람, 쇼핑을 하는 사람..

 

그래도 달렸다. 사람들한테 치였지만 그래도 달렸다.

 

출구로 나가서 얼마 안가니 오빠가 보이기 시작했다.

 

오빠가 웃으면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수영아~ 여기.."

 

 

   "오빠!!!!!!!!!!!!!!!"

 

 

 

오빠는 날 발견하고 손을 흔들다가 뜬금없이 소리지르는 나때문에 멍해진 것 같았다.

 

 

   "왜!! 왜 자신없어해! 나는 하늘만 봐도 오빠가 생각나. 지나가는 사람들만 봐도 오빠가 생각나. 

 

    세상 모든게 너무 예쁘게 보여! 오빠가 좋아! 내가 좋아! 내가 오빠가 좋다구!"

 

 

   "어?"

 

 

   "오빠 존재 자체가 나한테는 행복이야! 왜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해~ 나한테서 멀어지는 게 날 행복하지

 

    않게 하는 일이라구~"

 

 

 

심장이 쿵광쿵쾅 뛰었다.

 

 

 

  

   "오빠, 내가 좋아?"

 

 

   "...."

 

 

 

   "안좋아?"

 

 

   "야...그런걸 어떻게 대놓고 말해.."

 

 

   "사랑하는 사람끼는 사랑만하면 되는거야.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파란 하늘이 갑자기 날 오빠에게로 이끌었고 반짝이는 한강이 나한테 확신을 준 것 같다.

 

오빠랑 나는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오빠가 차를 가져왔지만 그냥 걷는 게 좋았다.

 

그 이후로 우리는 늘 그랬듯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내가 용기를 내서 소리쳐 말한 고백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듣지 못해도 알 수 있었다.

 

육성으로 들리는 것만 대답이 아니다.

 

내 손을 잡고 걷는 오빠, 내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오빠, 날 보고 웃는 오빠..

 

오빠 자체가 나에겐 대답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남녀 사이에는 *구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가 아니라고 해서 꼭 나쁜건 아니다.

 

  

   " 헤어지면 만나기 좀 그렇잖아."

 

 

나 아는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시작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헤어질 건 왜 생각해."

 

  

   "암튼간..."

 

 

이별하면 아픈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별을 하면서 성장해가고 더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가면 그것 역시 나쁘지 않은 것이다.

 

겁먹지 말자..

 

상처받을 것에 두려워하지말자.

 

그게 우리가 살아가고 사랑해나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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