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아이팟재앙

아휴_따뜻햇 작성일 07.11.02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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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터치의 선명한 스크린 위로 아무렇게나 찍은 아내의 누드가 발견되었다. 한 달 전 선물했던 아이팟터치. 소원해진 부부관계를 회복해보고자 한 나의 작은 노력이었다.

 

"응~ 나 미국에서 졸업 전에 찍었던 거야."

"그게 말이 돼? 당장 지워!"

"왜 남의 아이팟은 보고 난리아!"

어이가 없었다.

투닥투닥 말다툼을 할 수록 내 속은 끓어올랐고, 난 폭발했다. 그리고 내던졌다. 아이팟터치를. 내 심장도 함께 날아갔다.

'두근'

'저비싼아이팟터치망가지면어쩌나as는받을수있을까애플코리아서비스는어떨까잡스횽아가디자인을잘했어도중국의공장에서제품을튼튼하게만들었을라나?'

1초도 안되는 그 순간에 요런 생각을 다했다. 아이팟이 벽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내는 그 순간 결론이 났다.

'괜히 던졌다.'

아내를 바라보니 더 심통이 났다.

"지워! 지우라고!"

"싫어!"

아내는 * 것일까?

숫처녀였다. 결혼 한 달 전에 내 자취방 침대 시트가 확인한 사실이다. 정말 확실한 숫처녀였다. 근데 이런 사진까지 찍어놓고 어떻게 지킬 수 있었지? (처녀막을 말이다.)

"지우라고!"

"싫다고."

난 아내의 머리를 주먹으로 다섯번 때려주었다.

꽝꽝꽝꽝꽝.

속이 후련했다. 아내는 아파하면서도 나를 흘겨보면서도 울지는 않았고 반항하지도 않았고 그저 원망하는 표정만 지었다. 뭔가 진짜 잘못한 게 있을 때만 이럴 사람인데...

 

아이팟을 줏었다. 다행히도 외상은 없다. 작동도 잘 되는 듯 했다. 아내의 누드라. 갑자기 흥분되었다. 화난 듯이 아이팟을 갖고 밖으로 나왔다. "쾅!"(문닫는 소리다.)

 

조작이 좀 안됐다. '던져서 그런가...' 아까 그 폴더로 들어가지질 않는다. '아... 아직 못 본 사진이 많은데...' 안타까웠다.

다른 기능들이 많았다. 게임기능! 난 더 넓은 화면으로 즐기고자 게임방에 갔다. 아이팟을 컴퓨터에 연결하고 스트리트 파이터를 했다. 옆에 머리를 장발한 남자가 스타를 하기 시작하더니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이거 둘이 하면 재밌겠지?"

'야? 누구한테 이야기하는 거지? 나?'

나는 스크린만 쳐다 봤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 녀석은 게이다. *당할 수도 있다. 난 아이팟을 빼고 잽싸게 자리를 떴다. 그 때, 게임방에 들어오는 익숙한 얼굴. 옛날 교회 중고등부 때 1년 선배 형이었다.

"어, 형~! 오랜만이야."

"어? 그래~."

근데 이 * 자식도 게이인가 내게 뽀뽀를 하려 든다. 아까 내 자리에 앉히고 내 옆자리 녀석과 스타로 엮어줬다. 난 구경하는 척 하다 게임방을 빠져나왔다.

 

장모님께로 향했다. 공장가서 따져야지. 

"장모님!"

"사위 왔는가?"

우리 장모님은 심령술사같은 정신분석학자이다.

"여차저차 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음... 미국귀신이 들려서 그래."

"예? 미국귀신이요?"

"응, 미국에 대한 미련? 집착? 환상 등을 그냥 난 미국귀신이라고 불러."

"아... 그렇군요."

"그래도 시집 간 여자가 그러면 안되지... 내 잠깐 꿈 좀 꾸고 오겠네."

장모님은 꿈을 꾸셔야 해결책을 얻으신다. 꿈으로 저 쪽 세계와 통하신다나?

"네."

 

한 참 후에 오셔선 눈을 비비며 말씀하신다. 난 게임을 잠깐 즐기고 있었다. 

"일주일 후에 미국귀신이 완전히 뿌리 뽑힐 엄청난 일이 발생할테니 염려말고 가서 그냥 일주일만 살어봐."

"일주일 후에요? 알겠습니다."

뭐 일주일을 못 참겠어, 생각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집에 와서 아내와 사랑을 나눴다.

아까 흘끔 봤던 사진들을 생각하니 더 흥분이 되었다.

 

일주일 후,

뭐가 일어나긴 개뿔! 난 아이팟으로 게임을 하고 아낸 여전히 예전 사진들을 지우지 않고 있다. 게임이 재밌다. 그냥 이대로 살거다. 잘 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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