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598년 이른 봄. 수 나라는 고구려 침입에 앞서서 주 병력을 동쪽으로 이동을 시키고자 지리(地利)와 병력현황을 조사할 선발대를 시작으로 7만의 보병대를 수 나라와 고구려의 접경지역으로 보내서 고구려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려 하였다.
그러나 고구려는 압박 당하기는커녕 별동대를 투입하여 선발대의 보급선을 끊고 특유의 유인작전으로 선발대를 고립. 괴멸시킨다. 그리고 개전(開戰)에 앞서서 매복과 기습에 능한 고구려 유격병력 2만과 말갈부족 병사 2만을 수 나라 국경선 안쪽에 투입. 개전 초기의 발생하는 피해를 수 나라에게 떠넘기기 위해 국경지역에 ‘매복작전’을 개시한다
이에 고립된 선발대를 구하려고 당시 수 나라 제 2국경수비대가 나섰지만 그들도 이동 중에 역시 고구려군(軍)의 매복에 걸려서 고립. 괴멸되고 만다.
사실상 병력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 나라국경지역의 도로에서 고구려군(軍)의 매복이 기정 사실화 되었으며, 당시 지역의 수비대조차 고구려군(軍)의 매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선발대의 구출은 고사하고 전령(傳令)의 이동도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실정에 수 나라 선발대는 무참하게 발리(?)고 있었다.
이에 ‘수 문제(양견)’는 현지지역 수비대를 제외한 모든 병력을 국경 근처에서 후퇴시키고 국경선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침략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수 문제(양견)’은 이러한 문제(?)가 복잡한 꼬여 있는 국경도로에 있다고 판단. 고구려의 침략작전의 일환으로 기존의 도로로의 이동을 포기. 새로 안전한(?) 도로 건설에 나선다.
그리고 이 무모한 작전에서 만만한(?)이민족(異民族)이란 이유로 당시 수 나라 공병(工兵)인 ‘한명’과 경비 대장인 ‘우탄현’이 투입 되었음은 의심할 바가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로의 건설은 고구려군(軍)의 방해로 그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었다. 고구려 유격군(軍)의 조직적이고 산발적인 기습으로 병사들의 피해가 커지자 도로건설의 고위책임자들은 고구려가 의도한대로 ‘구국징병’이라는 명목으로 국경 주변지역의 거주민들을 무(無)차별로 징집. 도로건설인부(人夫) 겸 고구려군(軍)의 화살받이로 동원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개전(開戰)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이곳 사구성(城)인접지역은 수 나라군(軍)이 점거. 물자조달(?)[‘조달’이라고 쓰고 ‘약탈’이라고 읽는다.]과 침략의 발판(도로 건설기지.)이 되는 곳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구려군(軍)의 기습과 물자조달(?)까지 더해져 국경주변의 마을은 더욱 황폐해져 가고 있었다.
불안한 보급선. 그리고 이미 4할이 넘는 부상자. 가혹한 공사 일정. 한명과 우탄현은 제대로 피똥(?)싸고 있었다. 특히 한명은 당시 재수(?)까지 없는 상황이었다.
-----제 1 도로공사 경비 초소 내부-----
“길을 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줄 아는 거야 뭐야? 공사커녕 삽 한번 안 잡아본 놈들이 계획을 짜니 일이 제대로 돌아가겠어? 소리 지르는 것 빼고 그 놈들이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 소리만 질러대면 산이 알아서 낮아지고 바위가 길을 비켜준대? 바보 윗대갈이 놈들! 네 눈에 띄기만 해봐. 싹 잡아다가 삽 대신 땅 파는데 써버릴 테다!”
공병간부이자 책임자인 ‘한명’이 경비책임자 ‘우탄현’에게 짜증을 넘어선 분노에 가까운 푸념을 해대고 있다. 직급상 경비대장이 더 높은 직책이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경비대장이 오히려 존칭을 쓰고 있었다. 필히 둘 사이에 뭔가 다른 관계가 성립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명님. 그만 하세요. 삽이 부러 저서 다친 것 때문에 화 나는 건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입이 없어서 불평 안 하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남이야 알게 뭐야! 이런 고물장비를 주고 땅을 파라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인원을 가지고 공기(工期)를 맞추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저에게 불평해 봤자 어떻게 해드릴 수도 없습니다. 제가 도와드리고 싶지만 직책이 경비대장이라 보니 자리를 비울 수가 없습니다.”
“말 잘했어! 그러니까 더 열 받아. 내가 계급이 안되 실력이 없어? 내가 뭐가 딸려서 공병(工兵)이야?”
“줄을 잘못 섰잖아요. 그리고 ‘상관 살인미수’가 단지 강등(降等)으로 끝난 게 다행이지요. 뭐. 증거가 없었지만. 왜 없었는지는 잘 아시지요.”
“알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쳇. 그 돼지* 빼곤 다 성공 했는데…… 그리고 보면 그 놈 명줄도 아주 고래심줄이야.”
그러던 중에 사구성에서 보낸 전령(傳令)이 갑자기 도착했다. 그리고 우탄현에게 서찰을 전하고 다시 사구성(城)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서찰을 읽던 우탄현이 이윽고 김빠진다는 식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우탄현. 무슨 내용이야?”
“그게 사구성(城)주변에서 말갈병사들이 목격 되었다고 각별히 주의를 하라고 합니다. 뭐 주의를 하라고 해도 주변의 마을도 예전에 전부 소개(紹介) 했으니 이 주변에서는 더 이상 식량을 구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알아서 물러가겠지요.”
“글쎄. 하지만 상대가 말갈이라면 안심해서는 안될걸. 걔네 들 약탈솜씨가 초일류 급이야.”
“말갈이요? 아니죠. 약탈하면 ‘북 거란족’ 아닙니까? 우리가 저번 가을에 거란족 토벌할 때 보니까 걔네 들이 창고 털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추수까지 해가는걸 제가 봤습니다. 맞아. 그때 같이 보셨잖아요?”
“보긴 봤지. 근데 그때 내가 그걸 보고 놀라더냐?”
“아뇨. 안 놀랐죠. 그럼 말갈족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