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현 연재소설] 백수와 백조 (1)

행동반경1m 작성일 09.09.04 22: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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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조 >

오늘 친구가 결혼한다.

내 나이 30하고도 몇 살 더....
나만 솔로다.
대학도 졸업 안하고 일찌감치 결혼 한 친구는 애까지 끌고 와서 "아줌마한테 인사해야지~~" 했다.
애만 아니면 한 대 후려 칠 뻔 했다.

친구들이 나 보고 부케를 받으란다.
이젠 지겹다.
남자도 없는데....부케가 다 무슨 소용이람.
안 받겠다고 했더니 오늘 받기로 한 애가 못 와서 내가 받아야 한단다.
지네들은 다 결혼을 해서 받을 수 없다나 어쩐다나....
한참을 방방 뜨며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내가 받기로 했다.

친구들이 너 성격 거칠어졌다며 안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 나 노처녀에 백조다....어쩔래....지지배들아.


 

 

< 백수 >


31살에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 ' 이 되었다.

한숨만 나오는데 주위에 결혼하는 놈들은 왜 그리 많은지....
오늘도 한 놈이 간단다.

또 사회를 봐야 한다.
젠장 남 결혼 하는데 사회 본 건만 벌써 수십 번이다.
이제는 아예 그러려니 한다.

식장에 들어가기 전, 계단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여자 몇 명이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서로 부케를 받으라고 미루고 있는것 같은데, 목숨걸고 싸우고 있었다.
뭘 그런걸 가지고 싸우는지.... 여자란 도저히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결국 한 여자가 받기로 했는데 그 여자 목소리가 제일 컸다.
암만봐도 성깔이 더러운거 같았다.
난 저런 여자랑은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어랏, 근데 그 여자가 우리랑 같은 팀이다. 왠지 일진이 안 좋을 거 같다.


 

 

< 백조 >


피로연을 하는데 아까 사회를 봤던 놈이 내 앞에 앉았다.
근데 자꾸 날보고 실실 쪼갠다......꼴에 이쁜건 알아가지구.
아닌가...?  내가 백조 인걸 눈치챈것인가? 
요즘 자꾸 소심해 지는 것 같다.

건배를 해도 나랑은 왠지 피하는 거 같다.
이 자식이 내가 논다고 깔보나...
한 잔 두 잔 먹다보니 술이 좀 올랐다.

이 자식이 자꾸 날 피하는 거 같았다.
술을 먹여서 보내고 싶었다.
허여멀건하게 생긴것이 꼭 백수같이 생겼다.
설마 백수는 아니겠지.

내가 노니까 남도 노는 걸루 보인다....ㅜ.ㅜ
근데, 왜 나랑은 건배 안 하냐고 했더니, 그럼 게임 해서 지는 사람이 마시기로하잖다. 
좋지~~ 나도 이 나이에 안해 본 게임이 있을리 없으니 말이다.

사람 몸에서 <지>자로 끝나는 걸 대자고 한다.
엄지, 검지, 무명지, 중지, 약지 가 우선 나왔다.

배때지, 허벅지, 모가지.......응용해서 손모가지, 발모가지도 나왔다.
내가 할 차례였다.
장고 끝에 "장딴지" 하고 외쳤다.

놈이 씩~ 웃더니 해골바가지란다..
폭탄주 한 잔 원샷했다.

놈이 다시 귀지 란다.
또 마셨다.
이번엔 피지 란다.
죽이고 싶었다..... 3잔 째다.

이젠 없겠지 했는데.....실실 웃더니 코딱지 란다.
더러운 놈....

속았다.
놈은 선수 였다.
연거푸 네 잔을 먹었더니 하늘이 뱅뱅 돌기 시작한다.


 

 

< 백수 >


성질도 안 좋은 여자가 술도 더럽게 잘 먹었다.
비장의 기술로 보내 버렸다...^^v

2차 나이트를 가기로 했다.
근데 이 웬수가 엎어져 있더니, 나이트란 소리에 "어~~ 나도 가~"하며 몸을 일으킨다.
진짜 진상 이였다.

설레발을 치던 여자는 정작 나이트에 가선 시체처럼 잠만 잔다.
나중에 결혼 해도 절대 저런 딸은 낳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적당할 때 집에 갈려고 했는데, 친구놈이 오늘 지네 집에서 자고 내일 공항까지 운전을 해 달란다.
호텔서 안 자냐니깐 잠깐 눈 붙이는데, 뭐하러 호텔에 가냐고 제수씨가 그런다.
싫다고 하고 싶었는데 변명거리가 없었다.
백수인거 뻔히 아는데, 바쁘단 핑계를 댈 수가 있어야지...-.-

근데 젠장, 그 시체도 같이 가서 잔댄다.
별 수 없었다.
택시에 태우고 친구 부부와 넷이, 얻어놓은 아파트로 향했다.
아무래도 잘 때 몸조심을 해야 될거 같다.


 

 

< 백조 >


아웅~~ 새벽에 깼는데 머리가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이를 먹으니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지는 거 같다.
몸을 일으키고 보니 내 방이 아니었다.
헉! 여기가 어디지...?

혹시 아까 그 백수같은 놈이 날 어떻게 하려구?
불을 켜고 자세히 보니 낯이 좀 익은 방 이다.
며칠 전에 친구가 가구 들여 놓는다고 할 때 와 본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어제 쓰러져있으니까 여기로 끌고 온 것 같다.

하긴.... 집에 가서 엄마한테 욕 먹는 거 보담은 낫다.
울 엄만 날 팔아서라도 시집보내고 싶단다.
젠장, 그게 딸한테 할 소린지...

우~~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거실로 나왔다.
헉~~ 근데 이게 뭐람!!
왠 이상한 놈이 머리는 까치집을 한 채 거실바닥에 뒤집어져 자고 있었다.

아까 그 웬수 놈이였다.
추운건지 술기운이 떨어진 것인지 달달 떨고 있다.
저 놈 땜에 맛이 간걸 생각하니 생각 같아선 똥침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었다.
두 손을 모았다가.......참았다.
내 손에 치질이 옮을지도 모른다는생각이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아무렇게나 걷어찬 이불을 덮어 주었다.
자는 모습으로 보아서는 이녀석도 잠버릇이 꽤 고약할 거 같아 보인다.
하지만, 뭐...그런데로 귀여운 면이 있긴 하다. 
아무리 봐도 삼십대 초반으로는 보이지않는 동안이었다.

그래도 아까는 넘...얄미웠다.
냉장고를 열어 보았더니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괴로웠다.
하는 수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거울 속에서 왠 *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를 째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울 속에 비친 나였다.....ㅜ.ㅜ
대충 머리를 정리하고 하는 수 없이 수돗물을 틀어 손으로 받아 마시는데 밖에서 똑똑하고 노크소리가 들린다.

"저기요....마실 물 여기 있는데요."

 

< 백수 >
 
친구가 남자끼리 함께 자자는 걸 "그래도 첫날 밤인데." 하고 밀어 넣었다.
방이 2개라 그 인간을 작은 방에 재우고 난 마루에 누웠다.
눕히기 전에 다시 한 번 쳐다봤더니  그런데로 예쁜 얼굴이긴 했다.
그런데 내 처지가 처지인지라  그런지 별 느낌이 없다.
아무래도 요즘은 일부러 여자들에게 무심하는 척 하는 것 같다.
하긴 백수 주제에 뭐 그런 걸 깊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 인간 잠버릇 진짜 고약하다.
무슨 여자가 코를 그렇게 고는지 잠이 오질 않았다.
바닥도 너무 더워 이불을 걷어 내고,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락말락할 때 였다.
끼이~ 하고 방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웬수가 잠이 깬 모양 이었다.

그냥 죽은 척, 아니 자는 척 하고 누워 있었다.
순간 자꾸 재채기가 나올라 그래서 억지로 참았더니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 여자가 내 앞에서 잠시동안 움직이질 않는다.
아무래도 덮칠 것만 같았다.

젠장 집에 갔어야 하는 건데....잠에서 깨는 척을 할 까... 할 때 였다.
그 여자가 이불을 덮어줬다.
우라질......더워 죽겠는데......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 여자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물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바보같이 물 사온거있는데....^^;;
모른 척 할까 하다가 문을 두들겼다.

문을 열다가 진짜 깜짝 놀랐다
눈이 퉁퉁 붓고 머리는 산발을 한것이  영화 <링>에 나오는 귀신이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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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화 읽어보니 재밋어서...

 

한번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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