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현 연재소설] 백수와 백조 (13)

행동반경1m 작성일 09.09.11 0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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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이젠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일자릴 알아봐야 겠다.
어영부영 하다가 올해가 반이 넘게 지나갔다.
꼴에 휴가까지 다녀왔으니 이제부턴 일도 시작해야지.

근데.....직장이 있어야지....ㅠ.ㅠ

어제 과사무실에서 조교를 하는 동기 녀석에게 연락 온대로 학교 "행정 조교" 직이라도 지원을 해 볼까?
이씨....정규직도 아니고 임시직인데..
물론, 6개월 뒤에 잘만 하고 운 좋으면 정규직으로 전환 된다지만 것두 보장된게 아니잖아..-.-
짤릴지도 몰르구...무엇보다...
행정조교는 아무나 시켜준다나!!.....ㅠ.ㅠ

 

 

 

----------백조-------------

 

우....sun 탠 크림 좀 좋은 걸 쓸 걸...
화상 입은 사람처럼 물집이 잡혀서
며칠 동안 꼼작을 못 했네...ㅜ.ㅜ

그와 휴가가 끝나면 정말 열심히 살자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내 계획을 얘기했다.
조그만 까페 비스무리한 걸 꼭 해보구 싶다구.

별 말 없이 그러란다.
사람이 한 번 살다 가는걸 해보고 싶은 일 하다 죽어야 할 거 아니냐면서.
말을 해도 꼭....-.-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함께 하겠단다.
근데 돈을 보탤만한 입장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미안해 한다.
이구....괜찮다니까,
없는 돈을 어쩌라구...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디굴데굴 하구 있는데 전화가 왔다.
"뭐해? 가게 좀 알아봤어?"
"우웅...아직....-.-;"
"인간아, 빨랑빨랑 움직여야지. 나와."
"왜, 취직이라도 됐어?^^"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랑 나와."
".........-.-a"

깜짝 놀랐다!!
편지봉투를 내밀어서 "백화점 상품권이야?..^^" 하고 열어봤더니 100만원권 수표가 일곱장이나 들어 있었다.

인생 포기하고 어디서 빽치기라도 한 줄 알았다.
근데 큰 돈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하고 싶은 일 하는데 부담없이 쓰란다.
이쒸....또 눈물날라 그러네...ㅠ.ㅠ

 

 

 

-------백수-----------

 

 간신히 행정조교 일은 합격이 됐다.
임시직이지만 어쨌든 기뻤다.
학교 홈 페이지 공고란에 이름이 떠 있는 걸 봤을 땐 순간, 입학시험 붙었을 때처럼 흥분됐다. ...-.-
월급이 80만원 밖에 안되고 후배들 보기가 쫌 민망할거 같긴 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홀몸도 아닌 주제에...(꼭 애딸린 가장 같네..-.-)
암튼 뭐든지 저지르고 보기로 했다.

생각난 김에 내가 취직자리를 알선해 준 친구놈에게 돈도 500만원을 꾸었다.
놈이 아직 결혼을 안한게 다행이었다.
나도 결혼한 애들한테 꾸어달랄 정도로 눈치없는 놈은 아니다....^^;

자식....첨부터 5백만원 꾸어달래면 뺄거 같애서 7백만 해주라 했더니 5백만 하면 안 되냔다...^^
이 자식아....백수 생활에 느는건 잔대가리다..^^;
이자쳐서 갚을 테니까 걍 잊어버리고 있으라 그랬다.
걱정 말란다.
니가 장기이식 이라도 해서 갚을 놈인거 알고 있단다.
무서운 놈....-.-;
그래도 이런 친구도 있으니 30년 인생 헛 산것 같진 않았다...^^

내 마지막 비상금 2백을 합해서 건네 줬더니 고맙다며 울먹울먹 할라 그런다.
"걱정마, 이 자식아! 그냥 주는거 아냐!!
원금에 이자 까지 가져갈 거니까 각오해."

그제서야 그녀가 배시시 웃는다.....

 

 

 

---------백조--------------

 

 이구~~~ 다리 아퍼라...ㅜ.ㅜ
소개비 아낄라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여기저기 돌아 다녔더니 원래 가늘지도 못한 다리가 퉁퉁 부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던 것 같다.
부동산에 갔을 때는 얼마 갖고 시작할 거냐고 해서 한 삼천...하면 그 돈 갖고는 대학가에서 장사 못 한다며
두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막상 찾아보니 작은 가게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장고 끝에 2천 5백에 15평 짜리 가게로 하기로 맘먹고 계약을 맺었다.
3천만원 달라고 하는걸 김빼기 작전으로 밀고나가 기어이 5백만원을 깎았다...^^;

물론 집에서도 한바탕 세계대전을 치뤘다...-.-
엄마는 여자가 무슨 술집이냐고 이제 시집은 다 갔다고 엉엉 울며 펄펄 뛰었다.
커피숍이라고 끝까지 벅벅 우겨서 승리했다.

약간 골목에 있다는 점만 빼면 1층이고 그런데로 괜찮았다.
물론 벽지랑 의자가 동네 닭 집 수준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그가 나온 학교 앞이고 하니까 기본 단골은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6시 정도면 퇴근해서 함께 일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일 것도 같다.^^
근데 그가 넘 피곤할 것 같다.

그냥 이 가게 같이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어차피 낮에 손님도 없을 텐데 놀면 뭐하냐고 하면서 요즘 넘 놀았더니 힘이 남아 돈다며 알통에 힘을 준다.
괜히 내 욕심 채울라고 넘 무리를 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그에게 잘 해야겠다....

 

 

 

-------백수----------------

 

후배 놈들 꼬셔서 가게 대청소 한 판하고 벽에 페인트 칠도 새로 했다.
카운터엔 컴터도 갔다 놨다...^^
여동생이 집에 있는 p.c 들고 나올 때 입에 칼을 물고 막아섰지만 임시직이라 컴터도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고 눈물로 구라를 쳤다.

후배 놈들이 그녀에게 "형수니임~~" 하며 너스레를 떤다.
하여간 이 자식들은
잘했어!! ^--------^v

잘될까 하는 염려도 물론 된다.
아마도 이 행복이 깨어지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 일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나도 학교로 출근을 한다.
모든 희망은 미래에 두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문득문득 되새기게 된다.

그녀가 식사들 하라고 부른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더욱 새롭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백조-------------

 

시켜 먹으면 비쌀 거 같아서 집에서 바리바리 준비해 와서 삼겹살을 구워줬다.
아껴야지...이제 우리에게 더 물러설 곳은 없는데..^^

청소하고 페인트칠 하니까 그런대로 밝아 보인다.
의자와 탁자도 청계천에 가서 중고품 중에 깔끔한 걸로 들여왔다.

그가 컴터로 음악 틀으라며 자기 집에 있는 있는 p.c도 가져와서 스피커랑 연결해 놨다.

암 생각없이 사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였나 보다....^^;
근데 여동생한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모르겠다.

오후에 주문한 간판이 도착했다.
some where 란 영문이 시원했다.
섬웨어...섬웨어....

다시 한 번 되뇌어 봤다.
손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읽을수록 정감이 가는 것 같다.

가게 이름을 뭘로 할까 하고 물어봤더니 그가 제안한 상호였다.
난 why not? 으로 할라 그랬는데 들어보니 그게 더 괜찮은 거 같았다.

어딘가에, 우리가 생각한 미래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딘가에" 있을리란 생각이 든다....

 

 

 ==============14편에 계속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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