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현 연재소설] 백수와 백조 (12)

행동반경1m 작성일 09.09.07 21: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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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얼마만에 와보는 바닷가인가...ㅠ.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바닷가 앞 방갈로 비스무리한데다가 자리를 잡자 마자 물로 돌진했다.

물도 깊지 않은게 놀기에 딱 좋았다.
뒤에서 이 인간이 물을 뿌리며
"오~~ 수영복 잘 받는데~~!!" 하며 놀린다.

이 늑대....
하긴 내가 며칠 전부터 몇끼를 굶었는데...^^;

엄마는 내가 밥을 안 먹으니까 처지를 비관해서 그러는 줄 알고
중매 서 줄테니까 너무 그러지 말랜다...ㅠ.ㅠ

엄마야!!
이 인간이 물 밑에서 갑자기 목마를 태우며 일어섰다.

아....제발 일년이 오늘 같기만 하여라...^^;

 

 

 


-------백수--------------

 

오~~~^^
설마했다....

그녀가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고 나왔다.
솔직히 아랫배가 살짝 나왔지만 그런게 더 보기 좋았다.^^

넘 비쩍 마른 여자는 왠지 쫌 부담스럽다.
모...선천적으로 마른 거야 어쩔 수 엄지만..-.-

친구네 부부랑 서로 목마를 태우고 기마전을 하며 놀았다.
음...이 여자 그동안 친구한테 쌓인게 많았나 보다.
무슨 남자들 보다 더 격하게 덤벼들더니 일격에 무너 뜨렸다.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근데 그녀의 친구들이 외로워 보인다.
그런 눈빛을 예전에 본적이 있다.

대학 때 M.T를 갔을 때였다.
조용한 동네 였는데 우리 옆에는 모 여대 학생들이 왔었다.

술 먹고 담날 오전에 강가에서 서로 물에 밀어 넣고 보트도 뒤집어가며 놀았는데
그 때 그녀들이 강가에 앉아 우리과 남여 학생들이 깔깔 거리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 보던 기억이 난다.

모...우리도 어쩔수 없었다.
전날 그 여자들이랑 몰래 술먹다 걸려서 울과 여학생들한테 디지게 혼났었으니까...-.-

넘 외로움 느끼지 않게 그녀 친구들이랑도
적당히 장난도 치고 놀았다.

 

 

 


------백조--------------

 

삼겹살에 무슨 꿀이라도 묻혀놨나 보다.
왜 이렇게 달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그가 번개탄에다가 철망을 얻어서 구워내는 삼겹살은 정말 예술이었다.
이 인간 아무래도 한 두번 놀러 다닌 솜씨가 아니었다.

캔맥주도 뜨끈한 것을 아이스 박스 얼음에 대고 문지르더니 금방 얼음같이 차갑게 만들어서 내놓았다.
이 정도면 나중에 부려 먹고 살기 괜찮을 것 같았다...*^^;

저녁에 물이 빠진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잡는 재미도 쏠쏠했다.
천천히 손을 맞잡고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수-----------

 

삼겹살 세 근이 어디로 없어 졌는지 모르겠다.
좀 남으면 낼 아침에 볶아 먹을라 그랬는데..-.-

보통 여자들이 남자보다 속이 깊다고 하는데 크고 넓기도 한 것 같다.

조개도 좀 줍고 산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음주가무에 들어갔다.
술 먹이기 게임을 했는데 대학 때 써먹던 이런저런 방법으로 했더니
나한테는 술을 마실 기회가 오질 않았다....-.-

결국 오늘도 시체 처리 전담반 역할을 해야 했다..ㅠ.ㅠ

 

 

 


---------백조----------------

 

바닷길이 열린다....
오, 놀라워라!!

그래서 이 인간이 여길 오자 그랬구나.

화장하고 있는데 빨리 나오라고 닦달을 해서 나가봤더니 장관이었다.

조개랑 소라, 고동 등을 잡는 재미에 술이 덜 깬 아픔도 잊었다...^^

근데 이 인간 겁 되게 많았다.
조그만 게도 손으로 못 잡고 물까봐 벌벌 떨었다.

아....나이가 몇 갠데 그런 것도 못 만지고...
"오빠 개구리 같은 것도 손으로 못 잡지?" 했더니

"어." 그런다.
...... 아무래도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요리는 잘한다.
조개탕을 끓여 주었는데 개운한게 아주 그만 이었다.

가게 차리면 주방장은 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백수-----------

 

여자들의 실체를 보고야 말았다.
빨리 나오라니까 무슨 세수도 안 하고 화장을 한담.

"나 이뻐?" 하고 물어봐서
'으응..." 하고 어정쩡하게 대답했다가 바로 한 대 걷어 차였다....-.-

앞으로 몸조심 해얄 거 같다.

그녀가 겟벌에서 게를 덥썩 잡더니 '어우~~ 맛있겠다. 그지." 하며 나에게 건네준다.
근데 못잡고 떨어뜨리니까 엄청 깬단다.
그런 것도 손으로 못 잡느냐고..-.-

하긴 내가 생각해도 가끔씩 내가 군대 다녀온거 맞나 할 때가 있다.
씨.....못 만지는 걸 어떠카라구...ㅜ.ㅜ

조개국을 후룩후룩 퍼 마시며 "캬~~~" 하는 폼이 딱 우리동네 술꾼 아저씨들 같았다.
이제 조금씩 본 모습이 드러나려나 보다....-.-;

 

 

 


-------백조-----------

 

사흘 째 되는 날 딴데로 옮기자고 빨리 짐을 싸랜다.
씨....귀찮은데 걍 한 군데 있지..

강원도 영월 서강으로 간단다.
혹시 동강 아니냐고 했더니 그 옆에 서강이 있단다.
하여간 별 이상한 데를 다 알고 있다니까...

근데 도착해 보니 무척 좋았다.

단종이 유배 됐었다는 청령포 라는 곳 부근이었는데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이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이 기지배들.....트럭 몰고 왔다고 비웃었었지?
트럭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

시골길에서 트럭 뒤에 타고 "오빠~~ 달려~~" 를 외쳤더니
기지배들 얼른 옮겨 타고 신났댄다.

솔직히 서울에서야 이런 걸 어디서 해본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달리는 이 기분.....

최고다~~~!!!

 

 

 


-------백수--------------

 

민박집 아저씨한테 인사를 드렸더니
귀에다 대고 "야 넌 어떻게 올 때마다 여자가 바뀌냐?" 하고 묻는다.

대학 동창들이랑 후배들이랑 몇 번 왔는데 이 아저씨는 여자는 무조건 애인인 줄 안다....-.-

혹시 그녀가 들었으면 저땔 뻔 했다....^^;

여자들...트럭 뒤에 타라고 했더니 첨엔 싫다고 빼더니 한 번 타보더니 완존히 맛 들렸다.
시도 때도 없이 태워 달란다.
무슨 오토바이도 아니고 "빠라바라밤~~" 이 뭐람....^^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길을 오가며 하루해를 넘겼다.

 

 

 


--------백조----------------------

 

서강에 도착한 담 날..
아침먹고 둘이 산책을 하고 오니 이것들이....

나머지 인간들이 트럭을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온다며 "니넨 안 태워줘~~~" 하고 약올리며 도망을 가고 있었다.

거봐^^ 트럭 좋잖아...
근데 우릴 빼놓고 지네끼리 가다니.

내가 어떻게 좀 해보라고 닥달을 했더니
잠깐만 기다리란다.

어딘가로 후닥닥 뛰어가더니
잠시 후......

경운기를 몰고 왔다!!!

 

 

 


---------백수---------------------

 

군대 있을 때
병장 생활은 대민지원 밖에 생각이 안난다.

포도나무집, 배나무집, 고추밭, 조경원, 모내기, 벼베기 심지어 돼지 돈사 청소...
거의 전원일기를 찍고 왔다.

덕분에 새하얀 서울나기가 농촌맛도 조금 봤다...^^
경운기 운전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

아저씨가 태연하게 경운기를 내주며 오는 길에 담배 좀 사오란다...-.-;

저만치에 일행이 내려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릴 보고 기절 할 듯이 놀란다.....V^^

"어이~~ 아가씨들. 태워줄까요?" 했더니
신난다고 달려든다.

단체로 "오빠 달려!!!" 를 외친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평화스러운 시간이다....

 

 

 


---------백조----------------------

 

^^ 기집애들! 재밌지?
역시 울 남친이 최고야.

오후엔 모두들 한가한 낮잠을 즐겼다.
바람소리 풀소리에 아슴아슴 잠에 취해 있는데 그가 날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응....왜...?"
"쉿~~ 조용히...이리 와봐."

이 늑대가 혹시 엉큼한 생각을 하는건 아닐까?
손목을 잡고 강가로 이끌었다.
이 사람은 알라딘의 <지니> 인가 보다....
언제 갔다 놨는지 고무보트가 있었다.

잠이 덜 깨서가 아닌데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백수----------------------

 

아저씨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가끔씩 울적해 질때면 혼자도 오다 보니 이젠 친삼촌 처럼 대해 준다.
함께 보트를 강가까지 짊어다 주셨다.
이번엔 확실히 애인 한 명 만들란다...^^

그녀가 무척 좋아한다.
조용한 강가에 보트가 미끄러지 듯 나아간다.

내일이면 다시 한숨 나오는 일상으로 돌아 가겠지만 그녀가 함께 있어서 힘이 날 것 같다.

그녀를 위해
이런 평온한 행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 겠다.

 

 

 


---------백조-----------------------

 

문득 강물을 보고 짓궂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어머니와 내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거냐고 물어봤다.
당근 둘 다 구할 거란다....-.-

한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할거냐고 다시 물었다.
쫌 심했나...^^;

잠시 강물을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그럼 두 사람을 구하고 자신이 물에 빠지 겠단다.
우문(愚問)에 이은 현답(賢答) 이었다....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강물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럼 말 나온 김에 한 번 빠져볼까!!" 하더니 물로 확 뛰어 든다.

"살려줘~~~" 하며 손을 내밀길래 깜짝 놀라 손을 잡았더니
물로 확 나꿔 챘다...ㅜ.ㅜ
가슴 깊이 밖에 안 오는 곳 이었다...-.-


...... 번듯한 콘도도 아닌 값비싼 일류호텔도 아닌 곳에서의 휴가였지만 이 기억을 가슴깊이 함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13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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