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선발대원들 하나하나 붙들어 가며 그녀의 소식을 물었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젠장!
괜찮을 거라고, 무사히 돌아올 거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위로해도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묻어주었던 시거라도 꺼내 피고 싶을 지경이었다.
상부에서도 내가 여러 사건으로 심적인 동요가 심하다는 걸 눈치라도 챘는지
날 후방으로 재배치 했다.
사실 나도 이제 이 전쟁에 아무런 뜻도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이 빌어먹을 전쟁이 하루 빨리 끝나기 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후방지역은 예상했던 만큼이나 여유가 있었다.
나는 그저 패트롤로 커맨드센터 주위나 기웃거리다가
오후에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서플라이 디팟만 하염없이 구경하기만 하면 됐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빙그르뱅그르 잘도 돌아가는 구나.'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눈만 아팠지만,
그래도 터져버릴 듯한 가슴을 억누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됐다.
그렇게 평화로운 날들은 채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삼일 째 되던 새벽녘.
간 밤에 불침번이 새똥에 맞았는데 살갗이 타 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죽어갔다고 했다.
SCV 선배들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건 뮤탈리스크다!"
그 새는 마치 두툼한 새우깡에 쥐머리를 달아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주둥인지 똥꼬인지 분비물을 내뱉으면
당구 200 이상의 쓰리쿠션 데미지를 선사한다고 했다.
빠른 대처가 필요했다.
긴급 터렛 건설 시안이 특별법으로 통과되고 바로 준공이 시작됐다.
하지만 급하게 충원된 터렛이었기 때문에 터렛에 배치될 인원도 부족했다.
터렛은 분당 28회 360도 회전하며 대공을 감시 방어 하기 때문에
귀미테를 44장 붙인 정도의 멀미내성이 있는 고급 인력을 필요로 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내 자신도 몰랐지만 나는 터렛에 들어가겠다고 자원했다.
터렛준공은 신속하고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난 생각보다 쉽게 적응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서플라이 디팟을 구경했던 덕택인 듯 했다.
파이어뱃이 내게 보여주었던 희생.
그런 희생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뮤탈리스크에 대한 터렛의 방어력은 강력했다.
그 새들이 미처 똥을 누기도 전에 급하게 바지를 추켜올리게 하는 위용을 자랑했다.
난 조금 어지러웠지만 모두를 지켜줄 수 있다는 자신감에 뿌듯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을 갖기엔 너무 섵부른 판단이었다.
잠시 소강상태 이후에 날라 들어오는 뮤탈리스크는 조금 달랐다.
한 마리인 듯 하면서도 똥구녕이 여러 개 달렸는지
수도 없이 산성 스프레이를 뿌려댔다.
그렇게나 강력해 보이는 터렛들도 하나하나 파괴되어 갔다.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상부의 조사결과 '뮤탈뭉치기'라고 하는 신기술이라고 했다.
저그에게 넘어간 지구인 과학자 서경종이 개발한 것으로
여러마리의 뮤탈리스크를 오버로드의 다리를 끊어다 묶어서
마치 한마리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마린 부대가 급하게 충원되어서 막아보고는 있지만
심각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또 이렇게 난 초라해 지는 것인가'
내 자신의 무기력함에 난 또 한 번 좌절감을 맛봐야했다.
나도 모르게 불끈 쥐어진 주먹.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네"
내가 분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상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고 날 바라보았다.
"'적벽대전'이라고 알고있나?
조조군의 10만 대군을 막을 수 있었던 제갈량의 비책이 있었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그 사람과 나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화계!!"
= 다음 편에 계속 =
(그리고,, 생활고로 연재 중단,, ㅋㄷ =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