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 [哀愁] - 1편

츠마키탐정 작성일 09.09.25 10: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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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더위가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 도는 계절이 왔다.

 

결혼한지 4년이나 되었는데 아직 애가 생기지 않는 케빈 부부에게 이 가을은 매우 특별한 계절이 되었다.

 

병원에서도 부부의 몸의 상태를 봐서 애가 생길 확률이 매우 낮다는 진단을 내렸었지만, 이 시기에 놀랍게도 부인에게 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부인은 언제나 아기를 좋아했었고, 애를 가지길 원했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가혹한 결론을 내려주어 우울

 

증에 걸릴 정도로 실의에 빠졌었지만, 애가 생겼다는 사실이 세상 그 누구의 어떤 행복보다 더욱 행복한 사실이였다.

 

남편 역시 매우 기뻐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 아기의 탄생을 위해 태교에 온 신경을 썼다. 좋은 음악, 좋은 음식, 금연.....

 

등등 부부는 남이 보기에 심할 정도로 신경을 썼었고, 어느덧 40주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부인은 배속의 고통이 날로 심해졌

 

지만앞으로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더 크기에 이 고통마져도 행복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처럼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은이 아기는 마침내 부모의 커다란 축복속에서 태어나게 되었고, 그에 보답하듯이 아기는 건강하게 크게 울음소리를

 

내며 태어났다. 부인은 언제나 아기의 곁에 있었고, 한시도 아기를 자신의 손에서 놓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품에 없으면 무

 

슨 큰일이나 나는 것 처럼 언제나 품에 두었고, 그녀가 유일하게 아기를 안심하고 맡길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였다.

 

이렇게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아기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던 어느날...

 

아기가 돌을 지날 무렵 부인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쇼핑을 나간 날이였다. 부인은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아기의 용품들

 

에 더 관심이 갔다. 이 옷 저 옷 아기가 입었을때 이쁠것 같은 옷들을 잔득 고르고 고르며, 아기의 새옷 입은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한 쇼핑을 하고 있을 무렵, 낮선 남자가 유모차 체로 그대로 끌고 갔다.

 

옷에 관심을 뺏긴 그녀는 뒤 늦게 그것을 알게 되었고, 서둘러 유모차의 행방을 찾았다. 다행이 유모차를 끌고 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저 앞에 가는 자신의 유모차와 한 남자를 발견했다.

 

부인은 목이 터져라 크게 외치며 그 남자를 향해 있는 힘껏 뛰어갔다. 남자는 그런 여성을 느끼고 서둘러 유모차를 밀며 달리

 

기 시작했다. 주변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때, 눈치 빠른 한 남성이 상황을 파악하고 부인을 돕기 위해

 

유모차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남성은 사실 휴가 중인 형사였다.

 

달리기가 단련이 되있는 형사라 순식간에 유모차와의 간격이 좁혀졌고, 범인은 유모차 때문에 속도가 저하되는걸 깨닿고, 유

 

모차를 거리에 그냥 둔체 저 혼자만 뛰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모차는 하필이면 차도의 중앙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고, 그

 

것을 미처보지 못한 승용차 한대가 곧이어 유모차를 들이 받았다. 아주 순간의 시간이였다.

 

유모차를 뒤 쫒던 형사도, 더 뒤에서 뛰어오던 부인도.. 마치 못볼것을 본양 그자리에 그대로 시간이 멈춘듯이 서있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부인이 먼저 비명을 지르며 아기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달려오기 시작했고, 형사도 이내 정신을 차리

 

고 일단 구급차를 부르고, 경찰서에도 신고를 했다.

 

차에 부딪히며 그 충격으로 팅겨져 나온 아기는 자신의 몸보다 몇배나 높이 날았고, 머리부터 딱딱한 도로에 그대로 쳐박아

 

얼굴은 알아 볼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숨도 이미 멈춘것 같다. 아마도 즉사인듯 싶다. 하지만 부인은 믿지 못한다

 

는 듯 아기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다 이내 실신해 버렸다.

 

남편이 연락을 받았다.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가? 이 믿기지 않는 소리에 처음엔 장난 말라며 버럭 큰소리로 화를 내

 

고 타일러도 보고 하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남편은 그걸 잘 알고 있다. 냉정해질려고 최대한 노력도 해본다.

 

하지만 좀 처럼 진정이 되질 않는다.

 

당장이라도 모든걸 포기하고 쓰러지고 싶다.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싶다.

 

하지만, 아직 남은 자신의 가족 부인을 두고 그럴수는 없다. 모두 포기하기엔 짊어진게 너무 크다.

 

그대로 자신의 차를 타고 부인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면서 부인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 줘야 할지, 어떤 말을

 

해줘야할지. 생각을 해보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도 안보는 차안이라 그런지 그동안 나오지 않던 눈물이 흐르기 시작

 

했다. 어찌하여 이런 시련이 나에게 온 것인지 하늘만 원망스럽다. 무엇보다 그렇게 아기를 좋아했던 부인이 아기가 없이 혼

 

자 있는 모습자체가 상상이 되지도 않고, 너무도 안스러워 그 모습을 상상할려고만 해도 눈물이 흘렀다.

 

병원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나는 이내 눈물을 닦고, 진정을 해볼려고 노력을 해본다. 인간은 누구나 연기력이 뛰어나다. 나

 

는 하나도 진정되지 않는 속을 감추고 겉으로는 매우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병원으로 들어섰다.

 

의사가 나를 보며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부인은 매우 충격을 받은 탓에 정신을 잃었다가도 아기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아기

 

를 만나러 가야 한다며 나갈려는걸 간호사들이 잡아서 눕혔고, 그래도 가야한다며 몸부림을 쳐서 다른 간호사들이 다 달라붙

 

어서 막다가 안되서 마취주사를 맞은 상태라고 한다. 지금은 그 상태로 잠든 상태이고 다시 깨어난다면 무슨일이 벌어진지 모

 

르겠다고 한다. 남편인 내가 옆에서 격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려고 온것이다. 나는 부인이 혹시라도 잘

 

못된다면 정말 모든걸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부인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그녀의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최대한 냉정할려고 노력하며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의 현재 정신상태를 고려해서 독실에 입원하게 되어서 방안엔

 

그녀 혼자 잠들어 있었다. 머리는 전부 헝클어지고, 매우 괴로운듯한 감은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냉정해

 

질려던 나까지도 안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올뻔했다.

 

'안되, 나까지 이러면....'

 

이라고 생각하고 가까스로 참아내고 잠든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목에 손자국이 그녀가 얼마나 난동을 부렸는지

 

설명해준다.

 

"여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저 말이 나왔다. 잠들어 듣지도 못할 그녀인데 말이다.

 

조금 시간이 흐르니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말이 없다. 표정도 없다. 그리고 눈에 초점도 없었다. 말을 붙였지만 대

 

답을하지 않는다.

 

나는 서둘러 의사를 불렀다. 의사가 와도 그녀는 여전히 저 상태이다. 의사의 말로는 부인이 심한 충격을 받아 현재 누구의 말

 

도 귀에 안들리며 말을 할수도 없고, 보는것 역시 보이지만 보려 하지 않을 것 이라고 한다. 자신의 세계안에 완전히 갖힌 상

 

태라고 봐야한다고 한다. 일단은 정신치료를 받아보는게 좋겠다며 자신이 아는 병원을 소개해주었지만, 나는 거절했다. 남은

 

부인 마저도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게 하기 싫었다.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집에는 여전히 아기를 위한 도구들이 많이 있

 

다. 이것들을 왜이리 많이 사놨는지... 이때 부인이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무엇인가 발견하고 달려갔다. 순식간의 일이라 나

 

는 차마 그녀를 붙잡을수 없었다. 그녀는 거실 한켠에 있던 엘범을 발견했던 것이다.

 

아기가 찍힌 사진을 보며 이상한 소리로 통곡을 한다. 나는 차마 말릴수가 없었다. 조용히 그녀 뒤로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안

 

아주는 것뿐이 할수가 없었다.

 

몇일째 그녀는 말이 없다. 뭘 먹으려 하지도 않는다. 침대에서 조차 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아기의 옷이나 물건등을 치

 

우려 하면 귀신같이 눈치체고 남자인 나보다 더 쌘 힘으로 그걸 빼앗는다. 그리고 이내 다시 침대에 눕는다. 이대로 두면 굶

 

어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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