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1시 급부가 눈뜨는 시간이다.
부모님은 일 나가신 시간이다.
눈을 떴지만 30분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자리에서 뒤척인다.
샤워하고 책상에 앉는다.
책을 펴고 글자를 읽는다.
첫 문장을 읽었는데 무슨 뜻인지 모겠다.
다시 읽는다.
단어 하나 하나 의미를 파악하며 읽는다.
단어 하나 하나 발음 대로 마음 속에서 소리 내어 지지만
의미는 대개 뜬구름이다.
애써 잡아 보지만 잡아도 단어들끼리 의미가 연결되지 못한다.
책을 덮는다. 이건 내가 하고 있을게 아니야.
컴퓨터를 켠다. 그럼 난 도대체 무얼 하고 있어야 하지?
디시 이넘들은 뭐하는 것들인지 월요일 한 낮에도 시끌하다.
한참을 낄낄거리다 컴을 끈다.
다시 책상에 앉는다. 한시 반이다. 밥을 먹어야군.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라면을 일분간 끓인다.
배가 고팠는지 맛있다.
빈 그릇과 냄비를 싱크대에 넣는다.
또다시 책상에 앉는데 시계를 보니 한시 사십분이다.
책을 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책상에 엎드린다.
몸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유령이 된 것 같다.
아아아아ㅏ앙아, 오늘도 어제의 연속인가...
재수생으로서 긴장감을 가지기에는 수능이 너무 많이 남았다.
늘 이 때 쯤 드는 생각이지만 난 무얼 기다리는 것만 같다.
그게 무언지는 모르지만 아마 수능 공부에 원동력이 될
긴장감이나 열정 따위가 아닐까.
그 원동력을 얻는다면 성적 상승은 확보될 것이다.
그리고 그 득원동력의 날이 가까운 것만 같다.
아마 내일일 수도...
여기까지 가면 급부는 왜인지 모를 안도감이 든다.
정체도 모르겠고 근거도 없지만 그 안도감은 급부에게
계획된 진도를 내일로 미루고 피시방으로 달려갈 용기를 준다.
서둘러 모자를 쓰고 재킷을 입는 급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