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가디언 - 7화 뭐든지 해봐야 되는거다 (1)

NEOKIDS 작성일 10.07.02 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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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뭐든 해봐야지 되는 거다





그로부터 5일 후 쯤 됐을 때인가.

 

난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면서 산중턱을 뛰어다니고 있었어.

 

군대 제대하고 대학공부 한답시고 운동 거의 안하고 직장 잡고서도 거의 운동할 일이 없다보니, 나이는 스물 여덟인데 몸은 쉰 살인 것처럼 근육과 통각신경들이 ‘이 새끼가 왜 갑자기 질헐? 아주 제대로 쳐돌았구만’ 하면서 맘먹고 반란을 일으키는 거야 당연지사.

보통 건강한 사람들 같으면 그 정도 쯤엔 슬슬 몸이 적응할 때도 되었는데, 전혀 몸들이 말을 들을 생각을 안 먹으니 아주 죽을 맛이었지.

 

그렇게 흙바닥에 OTL자세로 퍼질러져 있는 내 엉덩이를 걷어차면서 반정욱이 소릴 질렀어.

 

“마 기초체력이 그래 망가져 가지고 뭘 하겠십니꺼? 퍼뜩 뛰소 고마!”

서슬에 놀라서 일어나봤자, 심장과 허파와 다리 근육은 고작 5분 정도를 버티고는 허물어지는데 죽겠드만.


왜 갑자기 막 이런 생쑈를 벌이기 시작했냐면.


하아........

 

뭐 그렇게 전에는 일생일대의 결심이다! 하고 허세만땅을 부렸지. 펑펑 울기도 하고 홀가분한 기분에 뭔가 결정을 내리고 나니 뿌듯한 기분도 들고 해서 막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는데 말야.

 

막상 보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태가 닥쳐왔지 뭐냐.

 

드라켄 야거라는 놈들과 오늘이든 내일이든 갑작스레 전투라도 벌어질 형국이긴 한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멍하니 앉아서 하루가 가기를 기다리는 것 뿐? 이 사람들 곁에서 가족처럼 있고 싶다고 결심해놓고, 그렇게 있을 수는 없지. 뭔가 해야 했어.

 

그래서 처음엔 집안일을 할까 했어. 그래서 몇 번 부엌도 기웃거리고 마당청소도 하려고 하고, 그랬는데.

정욱씨가 한마디 하더구먼.....

 

“마 이래 얘기해서 죄송하지만서도예, 엄청 거슬립니더. 그냥 마 방에서 편히 계시소. 아니믄 마 수영 아기씨 불러드릴까예?”

 

흑.......

그 얘기 이후로는 뭐 다른 걸 할 수가 없는 거야. 그냥 편히 계시라는 식으로 정욱씨가 대놓고 눈치를 주는데 말이지. 아니, 그럼 그렇게 맘먹은 김에 수영이랑 잘해보지 그랬냐고? 그것도 말이 쉽지, 아직은 그렇게 맘을 열지 않은 상태였어. 나만 반해서 설레발이 치면 뭐하나. 골반도 마주쳐야 소리가......응? 크흠. 어쨌건. 뭐 그런 상황이라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이건 뭐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한 달을 지낸 것 같은 느낌이 되어버린 거야.

 

수영이는 마주칠 때마다 피하지, 정욱씨는 눈치주지, 수영 어머님과 아버님, 이모님은 뭔가 회동만 하루종일 가지고 있지, 국정원 요원들은 그 사태 이후로 날 신뢰하지 못하든가 아니면 적어도 접근하길 피하는 상황이지. 나 지키다가 병원 실려가고 싶지는 않은 게 뭐 인지상정이니만치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서느라 어른들 모여계신 방 앞을 지나게 되었고,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데 지나치던 발걸음이 순간 딱 멈춰지는 거야. 나름 심각한 이야기들을 하고 계시더라고.

“결론은, 이번엔 드라켄 야거 놈들이 정보를 입수하는 게  너무 빠르다는 거야. 그 점이 너무 수상해.”

“언니가 의심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주변에서 우리의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인데, 대통령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하겠어. 만약 대통령이 우리를 내치고 싶었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어떤 이득도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러지 않았어. 그 뿐만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이나 모든 면에서는, 신뢰할 만 해.”

“그가 아니라면......”

“어쩌면, 드라켄 야거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제3의 조직일 수도 있어. 만약 그렇다면 아주 심하게 실력이 좋은 거겠지. 벌써 지후군의 주소까지 따올 정도면. 하지만, 그런 정보쯤은 컴퓨터 해킹인지 뭔지 만으로도 충분히 수집할 수 있는 땅이니.....”

“어쨌든 이젠 이곳도 안전하진 않다는 거잖아.”

“아직은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여기 있어야 하지만, 곧 그렇게 되겠지. 그 때를 대비해서 안전가옥 쪽 좀 다시 보고 왔으면 좋겠어.”

“언니, 그건 여보야랑 내가 갔다올께.”

“수고스럽지만 부탁해. 제부, 부탁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처형도 조심하세요.”

“수고스럽긴. 나름 그 곳도 재밌을 것 같은데?

 

그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확실히, 불안한 상황이란 건 알겠더라고. 뭐 내 집으로 갑자기 찾아온 놈들인데 여기라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가능성은 다분한 거지. 그런데 안전가옥? 이젠 뭐 그 정도로 놀랄 나는 아니지만, 도대체 그건 또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지, 라고 심드렁하게 생각하는 순간.

 

“그나저나, 지후군한테 물어봤어?”

 

갑자기 이모님이 내 얘기를 꺼냈고, 당사자인 내 귀도 순간 쫑긋했어.

 

“아니, 그게 아직은....천천히 물어보려고 해.”

“그 중요한 이야기를 자꾸 미루면 안돼. 오늘이라도 물어봐.”

“그게, 본인도 알고 있는지 어떤지 모를 일이잖아.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물어봤다가 실망하면 어떻게 될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냄새를 맡았던 인간은 꽤 있었고, 가장 중요한 인증은 그거지. 인간을 초월한 능력.”

 

인간을 초월한 능력?

 

이모님의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슈퍼맨이나 히어로물의 멋진 주인공들을 떠올렸어.

아아아아~ 그저 꿈만 꾸어왔던 그런 슈퍼히어로의 모습이 될 수 있는 거야? 그럼 뭘 하면 될까? 훈련? 노력? 그런 게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해주겠어! 용의 냄새를 맡은 1차 인증이면 가능성이 있는 거잖아? 우후후후훗. 막 이런 식으로 흥분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손가락으로 톡톡 치더라고.

 

“지후씨예. 뭐하능교?”

 

반정욱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더라고. 그 때 머릿속에 파파팍 스쳐지나간, 반정욱이 꺼냈던 대사.

 

‘반은 그래 시작했는데, 죽다 살다를 반복하다 보니까 이젠 마 누구 하나 가르쳐줘야 안되겠나 싶을 정도지예예예예예~’

 

군침을 흘리면서 흥분한 내 표정이 참으로 위협적이었던지 반정욱이 팔을 들어 보호자세를 취한 채로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섰어.

 

“와.....와 이라능교! 뭐 잘못 묵었십니꺼?”

“정욱씨.....마침 잘 왔습니다!!!!”


난 방문을 열어 제껴 한 쪽 무릎을 꿇으면서 말씀을 올렸지.

 

“그렇다면, 정욱 씨가 절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어르신 세 분은 더 이상 그럴래야 그럴 수가 없을 정도의  벙찐 얼굴로 날 바라봤어. 이모님이 장죽담뱃대를 내려놓으면서 말씀을 꺼냈고.

 

“뭐가 말인가?”

“인간을 초월한 능력만이 인증이 되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네만.....”

“그럼, 그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전 지금 그런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욱씨가 절 도와서 제 능력을 끌어내주면.....”

“정욱이가? 뭘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지?”

“아, 그러니까, 정욱씨의 전투훈련이라든가 하는 것을......”

“그럼 자넨 그 인간 초월의 특수 능력이.....”

“네. 뭐 제가 말하기 쑥스럽지만, 전투의 초인이 되는 것 정도랄까요.”

 

꽤나 호기롭게 대답한 내 말에 여전히 세 분은 벙찐 표정. 다음 순간 이모님이 배를 잡고 굴렀어.

 

“와하하핫 꺄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핫!!!!!!”

 

아니,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이모님....사람 무안하게.

 

“저기, 지후군.....미안한 말인데......”

 

수영 어머님이 머뭇거리면서 말씀하시더라고.

 

“그 능력이란게......싸우는 능력에만 국한된 게 아니에요.....예를 들자면, 악기를 잘 다룬다거나 책을 잘 쓴다거나 요리를 아주 잘해도 될 수 있고, 심지어는 벌레를 잘 잡거나 해도 그럴 수 있고. 하여간 그 한 가지 행동만큼은 보통 인간들이 평생을 들여 노력한 정도의 능력으로도 안 될, 그러니까 그 이상을 해야 하는 거에요. 날 때부터 잘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럼.......”

“그래요. 어쨌든 어떤 능력이 있으면 되는 거에요. 지후군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나요?”

 

얼굴이 창피함으로 빨개지다 못해 시큰거리면서 근육이 뒤틀리는 경험, 해봤냐. 멋대로 생각하고 달리다가 진실을 알게 되면 그 맛은 꽤나 쓴 법. 이모님은 계속 구르면서 웃고 계시더라고.

 

그런 이모님의 웃음소릴 들으면서 완전 좌절모드로 시무룩해져 있는 나를 보고는 황급히 어머님이 말을 막 바꾸셨어.

 

“아! 아....하지만 뭐든 해보는 게 좋은 법이죠. 하다 보면 발견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아요? 정욱씨한테도 좀 부탁할께요. 지후군 훈련 좀 시켜주시고, 최소한 자기 몸 보호하는 법도 익혀야 할 것 아니에요. 안 그래요? 여보? 응?”

“응? 그래! 그런 법이지! 당연하고말고!”

 

어머님......아버님 옆구리 찌르는 거 다 보이거든요......


 

하여간, 그런 어머님의 말씀을 그나마 위안삼아서, 아니 동력 삼아서 자, 해보자! 하고 전투술 훈련을 시작했는데.


아하하하하. 현실은 시궁창.......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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