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어두운 창고. 가운데 매달려 있는 전구가 희미하게 불을 밝히고 주변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사물들의 실루엣만이 보인다. 건물 중앙 기둥 근처의 두 남자.
[이게 뭐야...?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격양된 듯 거칠게 숨을 내쉬며 그가 말을 한다.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때. 정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자신이 처한 상태에 대한 분석이 끝나진 않았지만 그렇게 외쳐야 할 때라는 건 알고 있는 듯 거칠게 몸을 움직이며 외친다.
잘각 잘각
그의 목에 매달린 쇠사슬이 그의 흥분된 몸짓에 맞춰 소리 낸다.
[.........]
기둥에 기대어 앉아있는 그를 바라보는 반대편 책상에 앉아 있는 남자. 흥분한 그와는 다르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둠에 눈빛이 잘 보이지는 않으나 관찰을 하듯 두 손으로 턱을 괴며 그를 주시한다.
[음, 너무 흥분하지 말고 들어. 너한테 해를 끼치려고 데려온 건 아니니까. 사실 널 도우려고 하는 거야. 네 소원을 이루어 주기위한... 산타클로스라고나 할까?]
[...뭐? 이거 완전 미,친놈 아냐? 지금 여긴 어디고, 내 목에 이 쇠사슬은 뭐냐고 이 새끼야!!!]
악을 지르는 중에도 술을 진탕 마신 다음날 새벽에 숙취 때문에 깬 듯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낀다. 남자를 잡아먹을 듯 소리를 치면서도 그는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있나 생각을 해 본다. 분명히 학교에서 전공을 빼먹고 친구랑 게임방을 갔다가 집에 가려고 했는데...집에 도착했나? 가는 길에서? ...기억이 안 난다.
기운이 없는 두 손에 힘을 주어 목에 매달린 쇠사슬을 잡아 당겨 본다. 반대편 남자는 미동도 없이 쳐다보고 있다. 아마도 약간은 웃고 있는 것 같다. 쇠사슬은 풀리지 않는다.
[...정신도 들고 했으니까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낑낑대는 그를 뒤로 하고 남자는 자신의 오른편의 낡은 문을 열고 나간다. 남자가 자신에게 묵인된 탈출시도를 하는 동안에도 그를 주시하고 있다. 밖은 아니다. 이 창고의 사무실 같은 곳이리라.
[...?]
잠시 후 남자가 나왔다. 남자의 손에 그에게 걸려 있는 것과 같은 쇠사슬의 한쪽 끝을 잡고. 쇠사슬의 다른 쪽은 누군가의 목에 연결되어 있다. 질질 끌려 나오는 세 번째 남자. 손과 발에 묶인 굵은 밧줄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걸어 나오지 못하는 탓이다. 기둥에 묶인 그의 바로 앞까지 다다른 남자. 들고 있던 쇠사슬을 그에게 던지며 말한다.
[자, 이 남자를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