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까요?

으히히힉 작성일 11.07.06 07: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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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남자를 죽여.]

 

기둥에 묶인 그보다 바닥에 패대기쳐진 세 번째 남자가 먼저 빠르게 반응한다. 묶인 양 발을 바둥거리며 발악한다. 입에 물려진 재갈의 틈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거 진짜 또라이 새끼 아니야?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장난이면 그만 해라. 빨리 이거 풀어!! 이 이상 하면 나 진짜...!!??]

 

남자의 손에서 그의 앞으로 떨어져 나온 회칼이 바닥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그의 다음 말들을 막는다.

 

[아까 말했지. 네 소원을 들어주는 거라고.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니? 내가? 빨리 죽여. 앞으로도 할 일이 많거든. 길게 잡고 10분 줄게. 자, 시이작.]

 

[으아아아!!!이거 안 풀어 이 자식아!!!]

 

배에서 소리를 지르며 남자에게 덤벼든다. 쇠사슬이 짧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할 길이. 일어나려던 힘 그대로 기둥에 쳐 박히며 넘어진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네가 10분 안에 일 처리를 못할 경우 내가 참 억울할 것 같아. 널 위해서 이렇게 준비를 하고 열심히 노력한 게 모두 물거품이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만약 네가 실패를 하면...기브앤테이크 개념에 입각해서 내가 너한테 뭔가를 받아야 할 것 같아. 음...손가락 하나면 되겠지? 어, 1분 지났네.]

 

[던진다. 너한테 던질거야! 진짜 던진다! 빨리 이거 풀어, 안풀어!!!]

 

그가 회칼을 집어 들며 소리친다. 남자는 아무 반응 없이 그를 내려 보고만 있다.

 

[제발...도대체 왜 이래, 나한테. 이러지 말고 이거 좀 풀어...주세요.]

 

들릴 듯 말 듯 한 약간의 코웃음. 남자는 앉아 있던 책상으로 돌아가 다시 앉는다.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시간은 계속 가고 있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남자를 보던 그. 뭔가 생각난 듯 세 번째 남자의 손에 묶인 밧줄을 풀기 시작한다. 너무 두꺼워서 안 풀리자 회칼로 밧줄 절단을 시도한다. 세 번째 남자도 책상에 앉아 있는 남자와 그를 번갈아 쳐다보며 밧줄이 빨리 풀리기를 기도한다.

 

[저기요. 이 밧줄을 풀어드릴 테니까 저도 풀어주세요. 저 놈이 제 목에 걸린 쇠사슬의 자물쇠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밧줄이 끊기는 와중에도 가만히 앉아있는 남자. 손의 밧줄을 다 자르고 아래쪽 밧줄을 절단하며 남자를 쳐다보는 그. 약간의 움직임만 있어도 이번엔 진짜 칼을 던지려 한다. 자신은 기둥에 묶여 있어도 이쪽은 두 명이다. 이길 수 있다.

 

밧줄이 풀리고 목에 묶인 쇠사슬 빼곤 다시 신체의 자유를 찾은 세 번째 남자. 재갈을 풀며 거칠어진 숨을 고른다. 그에게 회칼을 건네받고 남자를 노려보며 조심스레 일어난다.

 

[너 뭐여? 진짜로 이 사람한테 날 죽이라고 시킨 거여? 와~ 나 미치겠네. 너 사람 잘 못 건드렸어. 죽여 버릴 거여.]

 

원래 거친 성격 탓도 있지만 화가 많이 났던 듯 남자에게 칼을 들이밀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세 번째 남자. 그 모습을 주시하는 그.

 

드르륵.

 

탕!

 

[으아아악!!!!!]

 

책상 서랍에서 꺼낸 총을 거의 자신에게 다다른 세 번째 남자의 다리를 향해 쏜 남자. 양 손과 양 발이 묶였던 때처럼 다시 바닥에 누운 세 번째 남자. 이번엔 고통에 뒹굴고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기둥에 묶인 그의 심장은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충격과 경악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총을 가지고 있어? 진짜로 총을 쐈어. 진짜 총이야!

 

자신의 다리에서 나는 핏물로 옷을 더럽히는 세 번째 남자를 향해있던 남자의 시선이 그에게 와 닿는다.

 

[...3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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