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락..!
아직 어두운 새벽녘, 나무가 울창하게 뻗어있는 산 속-.
한 남자가 나무의 작은 가지들을 헤치며, 산에서 내려오고 있다.
덩치가 약간 있는 이 남자는 삼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였다.
약간은 험상 궂은 것 같기도 한 이 남자의 외모를 몇 주는 안 깎은 듯한 수염이 더 그렇게 보이게끔 뒷받침 해준다.
"어허, 춥다...!"
덩치와는 안 맞게 나무로 엮은 듯한 작은 가방이 남자의 팔에 걸쳐져있고, 그 안에는 풀 뿌리로 보이는 것들이 반
정도 들어차있다.
새벽 일찍 나와 찬 거리를 위한 산나물을 캔 남자는 하얀 입김을 토하며 빠른 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직 겨울은 아니었지만, 새벽인데다가 차갑게 가라앉은 산의 공기는 남자가 느끼기엔 겨울의 그것과도 버금 갈 정
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던 남자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춘다.
'키...키키...!'
길이 나있지 않은 옆 쪽의 숲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귀를 기울여보니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이 소리가 새 소리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산짐승의 소리도 아니었
다.
그래, 마치-
사람이 웃는 듯한 소리와도 비슷했는데, 그 느낌이 오싹하고 거친 것이 사람의 소리도 아닌 듯 싶었다.
'키에...! 케케케...!'
계속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에 남자가 입김을 허연 담배 연기처럼 내뿜으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중얼거린다.
"...뭐여, 저 소리는?"
그러더니 소리가 나는 숲 쪽으로 빠르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소리였지만, 사람의 호기심은 그것과는 별개인 듯 했다.
적어도 이 남자는 그랬다.
남자는 걸치적 거리는 나무 사이를 비집고 고개만 내밀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헤매었다.
【킥, 키기기기긱...!】
이윽고 우전방 쪽에서 나는 그 소리가 남자의 귀를 찌른다.
소리가 나는 쪽을 게슴츠레 뜬 눈으로 집중해서 지그시 바라보는 남자-.
"...잉? 뭐, 뭐지, 저건-?"
아직 어둑 어둑해서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검은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그 형태는 짐승의 것도, 인간
의 것도 아니었다.
거기서 그만두었으면 좋으련만-,
남자는 굉장히 재밌는 것이라도 발견한 듯한 즐거운 표정으로 오른쪽 주머니를 뒤져 랜턴을 꺼내들었다.
어쩐지 설레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윽고 랜턴으로 괴생물체를 비추는 남자-.
"...허...진짜 뭐냐, 저건?"
남자의 랜턴에 비춰진건 이상한 생김새의 생명체였다.
'그것'은 뒤 돌아 있었는데, 척 봐도 그 덩치가 넓데데하고 3m는 족히 되어보였다.
그런데-,
...다리가 없는데다, 팔(로 보이는 듯한 그것)은 무지막지하게 컸고, 심지어는 그 커다란 두 팔로 지탱하여 몸을
30cm정도 공중에 띄우고 있었다.
"...괴, 괴물...?"
남자가 그렇게 말한 순간-,
'그것'은 소리가 나는 방향, 즉, 남자 쪽으로 몸을 돌렸고-
【쿠워어어어억-!】
“힉!”
곧이어 그 기분 나쁜 소리를 내뱉으며, 남자가 뭐라 하기도 전에 남자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