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증후군1

97135 작성일 12.01.18 23: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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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다'

눈을 뜨고 고작 생각나는 말은 이정도다. 사실 이정도의 생각이 드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어떤 녀석이 일어남과 동시에 세상에 미사여구로 포장할 수 있을까.

 

-그런건 거짓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지러운 내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옷가지, 둘둘말려 방구석에 박혀있는 양말, 곧 올라오실 어머니가 보면 보나마나 한바가지의 잔소리를 쏟아 내실 분위기... 뭐 그런것은 상관 없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대놓고 듣는것 보다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흘려 듣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곧장 욕실로 향한다.

 

"이것 봐 이것봐 엄마가 이렇게 벋어 놓지 말라니까 기껏 힘들게 빨아놓으면 서랍에도 않집어넣고, 이러면 몸에서 냄새 난다니까... 양말은 또..."

 

욕실 안 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공허한 잔소리는 그저 천장에 부딪혀 흩어질 뿐이다. '네,네~' 라고 건성으로 대답도 해보지만 아마 어머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 있다. 내일도 이 일상이 또 되풀이 될거라는거....

 

 "일상이라...."

 

내입에서 나온 소리지만 이게 말인지 신음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일상이라는것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이런 하루가 일상이겠지만 전쟁터의 사람에게는 이생활이 꿈이겠지...라는 헛소리..하긴 나도 예전에는 그런 일상의 탈출을 꿈꿨던 사람이기도 하니까 잘 알수 있다. 그런데 내가 모르던 사실은... 아니 세상사람들이 전부 모르는 사실은 바로 하나다.

 

- 일상을 탈출한 그 세계가 다시 그의 일상이 되버린 다는것-

 

"회사일은 괜찮겠니?"

"...뭐 그럭저럭"

"....병원은 그만 다녀도 될것 같아? 선생님 말로는 아직 좀더 다니는게 좋을 거라 그러는데"

"어차피 치료도 안돼는데.이유도 모르고...."

"....."

 

어머니와 그리 살가운 대화를 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사고 이후 부쩍 더 그래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꼬집어 말하자면.... 내 일상도 그때부터 변했으니까....

 

"정말..... 아직도 그리 보이는 거니?"

".....그렇데두 그러네....."

"......"

"됐어 걱정하지마... 많이 적응도 됐고, 어짜피 요즘 세상에 사람 얼굴 보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회사일이야 서류만 죽어라 파면 되는데"

 

말을 하면서 나의 밥먹는 속도가 무의식적으로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짜증...간섭..아니..죄스럼.. 아마도 예감, 곧 어머니의 입에서 나올 차마 대답하기 싫은 그질문을 어떡해서든 피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지금.....엄마 얼굴이 어떠니?"

 

나는 서서히 수저를 식탁위에 내려 놓고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바라 보았다. 식사내내 피하려고 했던 모습이, 아니 어쩌면 오늘아침부터 지금까지 피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감색 스웨터에 월남치마를 입은 어머니가 그곳에 있었다.

살짝 어깨가 떨리는데 웃는지 흐느끼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머니의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 그저 나에게 보이는것은 '어.머.니'라는 글자만이 보일 뿐이니까....

그래... 그것이 내병이니까... 김철수...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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