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소설) 인생의 1분

백두사이다 작성일 18.02.18 08: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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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참 그렇더라. 그때 그 1분만 참았다면 내 인생은 180도 달라졌겠지. 하지만 뭐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날 만들었으니까 또 그마저도 다행이다 싶어. 그게 주식이고 인생이니까.

네가 그런 말 하니까 뭔가 달라 보인다.

바닥을 찍고 나면 다시 올라올 기회는 있어. 다만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로 한강에 가느냐, 안 가느냐로 나누어지는 거고. 

대단하네. 참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냐?

뭔데?

요즘 비트코인 비트코인 하잖아, 그거 투자해볼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아 그건 좀 어려운데. 

예전에 한 번 얘기 나올 때 무심히 흘려들었는데 지금 그게 팔백 만원 하네, 천만 원 하네 하잖아. 주변에서 얘기 들어보니까 그게 주식이랑 비슷한 거라고 하던데. 투자가치가 있나 싶어서 말이야. 

그걸 주식과 같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게 비트코인은 온라인상에서 채굴을 해서 가상화폐로 쓰이는 거잖아. 주식은 어떤 종목을 사서 그 종목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거고. 만약 그 비트코인이 가상화폐로서 현재의 화폐를 대체한다고만 하면야 당연히 최고의 투자가 되겠지. 하지만.

하지만?

가상화폐라는 게 하나의 신드롬으로 끝난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지. 종이 쪼가리도 아니고 그냥 허상에 돈을 투자한 꼴이 되는 거야. 

또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러네. 

그럼 투자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하나부터 열까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도 될까 말까 한 게 바로 투자라고. 

그렇구나. 아는 분이 사이버머니라고 투자했던 게 알고 보니 비트코인이어서 돈을 꽤 벌었다기에 나도 늦게나마 좀 투자해볼까 했더니.

아서라, 아서. 차라리 주식을 해. 그게 더 확실해, 망하든 성공하든.

그럴까?

자, 그럼 재테크 컨설팅에 대한 상담료로 해서 여기는 네가 사는 거다 알았지?

이 자식 우리한테까지 상담료를 챙기네. 좋아. 여기뿐이냐, 비도 오고 하는데 2차 파전까지 쏜다, 쏴. 

그럼 오랜만에 신나게 좀 마셔볼까, 준석아 너도 한 잔 해. 

어? 어. 

넌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냐? 누가 보면 돌하르방 세워놓고 술 마시는 줄 알겠다.

나도 사실 전에 사이버머니라고 사둔 게 있는데.

사이버머니? 비트코인?

아 아니 잘은 모르겠는데 그때 아는 선배가 중국에서 사이버머니가 뜰 거라고 조금 투자하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 

그게 언젠데?

아마 7,8년 전이었던 것 같아.

7,8년 전이면 2009년이잖아. 설마?

야야, 빨리 찾아봐. 

그게 그걸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 몰라서.

정민아, 너 모르냐? 비트코인 확인하는 방법?

그건 나도 잘 모르는데.

아, 그러지 말고 니 선배, 그 선배한테 전화해서 물어봐봐.

맞네, 어서 전화해서 물어봐봐. 근데 너 얼마나 투자했었어?

백만 원.

백만 원? 그럼 지금으로 환산하면 대략 200,300억 되는 거 아니냐?

거의 그렇지. 초창기에는 돈의 가치가 전혀 없었으니까.

전화받냐?

아니 신호만 가는데.

전화 안 받는 거 아냐? 

그럴 사람은 아니야. 얼마 전에도 만났는데.

어떻게 아는 사람인데? 

그냥 같이 모임도 하고 그래.

그럼, 그 사람도 까먹고 있는 거 아냐?

그럴지도. 그럼 우리가 찾아줬으니까 진짜 10억씩은 선물로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잃어버린 돈 찾아주면 10% 주고 그런다는데.

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어, 형님. 

우리 이제 부자 되는구나, 부자 돼. 

왜 우리가 부자냐? 준석이가 부자지.

아니 그래도 우리랑 얘기하다가 잊고 있던 돈 찾았으니까 뭐 조금은 챙겨줘야 의리지, 안 그러냐, 준석아? 이 새끼 대답이 없네.

좀 조용히 해봐. 

이야, 이 자식 돈 생겼다고 사람 괄시하네. 아, 기분 상해.  

좀 기다려봐,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잖아. 

형, 그 옛날에 중국애들한테 투자한다고 했던 그 사이버머니 있잖아요. 아, 네. 맞아요. 그  그게 어떻게 됐나 해서요. 아? 그래요. 

뭐래? 비트코인이래?

아아. 네, 알겠습니다. 형님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물어보지 마, 맞아도 아니라고 할 놈이니까. 

술이나 마시자.

뭐야? 맞데, 아니래?

술이 참 쓰다. 

술이 쓰지, 다냐? 이 짠돌아! 돈 안 달라고 할 테니까 뭔지나 말해봐. 

아니야.

뭐가?

아니라고.

뭐? 짠돌이 아니라고?

비트코인 아니라고.

아니야? 거봐, 너 아까 없는 돈이라도 시원하게 준다 했으면.

그럼 뭐야?

사이버머니. 

응?

진짜 사이버머니라고. 

그게 뭔 소리야?

아 그 형이랑 그때 한참 하던 게임 사이버머니라고. 중국 애들한테 아이템 사서 팔던.

진짜? 

그래.

그럼 그때 투자한 돈은?

게임회사 망해서 날아갔데.

나 잠깐 웃어도 되냐. 큭큭큭. 

자자, 준석이 기분 풀고. 이렇게 우리의 인생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딱 1분이 걸렸다. 자, 다 같이 한잔하자. 

우리의 인생을 위하여.

위하여     

 

관려 키워드 : 비트코인, 주식, 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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